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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헤지펀드 현실에 맞는 규제 필요”

“한국 헤지펀드 현실에 맞는 규제 필요”

이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 한국형 헤지펀드가 등장한다. 여의도 증권가에는 벌써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고 있다. 헤지펀드가 국내 자본시장에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자본이 많고 금융기법이 뛰어난 외국계 헤지펀드에 휘둘릴 수도 있어서다.

세계 최대 상장 헤지펀드사인 맨그룹의 맨인베스트먼트에서 한국사업을 담당하는 박남석(42) 총괄이사는 “1997년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역동적으로 발전했고 체질도 개선됐다”면서 “각 기관과 금융당국이 노력한다면 한국 자본시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이사는 2000년 초 뉴욕에 있는 자산운용사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주식담당 애널리스트, 주니어 포트폴리오 매니저로 일하면서 헤지펀드를 접했다. 뉴욕 시절 그는 헤지펀드를 한국의 기관투자자에게 알리기 위해 헤지펀드 자문사를 창업하기도 했다. 한국으로 돌아와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에서 해외투자를 담당한 그는 2008년 맨그룹(Man group)으로 자리를 옮겼다.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맨그룹은 227년의 역사를 가진 독립대체투자(Alternative Investment) 전문 운용사로 런던증권거래소 FTSE 100 인덱스에 포함된 상장 헤지펀드사다. 세계 17개국에 진출했고 시가총액은 5조9000여억원, 운용 규모는 76조4000여억원으로 세계 최대다.

박 이사는 한국 시장의 특징에 대해 “신흥시장 중에서도 유동성이 풍부하고 시장이 활짝 열려 있으며 파생상품 시장이 발달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매매하기 편하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한국경제의 수출 의존도가 높아 해외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주가가 급등락하기 쉽다”고 지적했다.

한국 자본시장은 해외 이슈뿐만 아니라 외국 투기세력에도 쉽게 흔들려왔다. 박 이사는 “국내 기관투자자의 비중과 간접투자 규모가 확대되고 금융 당국이 증시 자생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계속한다면 한국 자본시장도 외국인의 수급만으로 좌지우지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헤지펀드는 시장교란세력 아니다” 헤지펀드는 위험을 피하기 위한 투자 수단이다. 투자대상에 대한 정상적인 가치평가를 통해 시장의 비효율성을 판별하고 선진화된 투자기법을 활용해 수익을 추구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유독 탐욕스러운 외국 투기자본으로 인식되고 있다. 박 이사는 “고위험-고수익 전략을 쓰는 소수 헤지펀드 매니저의 행태 때문에 모든 헤지펀드가 투기세력이나 시장교란세력으로 평가 받는 현실이 안타깝다”면서 “헤지펀드는 자산가치 상승에만 의존하는 기존 투자방식과 달리 대체투자 등 새로운 투자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헤지펀드는 세계 금융 선진국을 중심으로 꾸준히 성장해 왔다. 투자층도 소수의 개인투자자에서부터 기관투자자까지 저변이 확대됐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세계 주요 연기금, 대학자금, 국부펀드, 보험사들도 헤지펀드 투자 비중을 늘리는 추세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한국에서도 헤지펀드가 나올 예정이다. 해외 헤지펀드사는 각 회사마다 주식 헤지와 차익 거래 등 고유의 투자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국이 헤지펀드사를 설립하고 헤지펀드시장을 넓히기 위해서는 각 해외 헤지펀드의 투자전략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세계 헤지펀드 시장은 최신 금융기술이 경쟁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맨그룹은 필요한 경우 한국 헤지펀드 시장이 빠르게 정착할 수 있도록 각종 노하우를 전수할 방침이다. 박 이사는 “맨그룹은 국내에 퍼져 있는 헤지펀드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바로잡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한국 헤지펀드 시장의 정착을 위해 헤지펀드 운용전략과 리스크 해소 기법을 전수할 뜻이 있다”고 말했다.



경험 쌓아 해외시장으로 나가야한국 금융당국은 헤지펀드 설립을 앞두고 다소 강한 수준의 규제로 대응하고 있다. 금융시장 규모와 성숙도에 비해 헤지펀드 설립이 늦어 기존 금융 규제안과 형평성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박 이사는 “헤지펀드의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극대화하기 위해 한국 현실에 맞춘 적절한 규제는 필요하다”며 “사모펀드에 대한 한국의 규제체계가 해외에 비해 복잡하지만 시장이 성숙해지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도한 규제 때문에 헤지펀드가 본래 취지와 기능을 살리지 못한다면 초기 시장 형성이 어려울 수도 있다. 박 이사는 “홍콩이나 싱가포르의 경우 더 많은 헤지펀드 운용사를 유치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며 “해외 국가들은 헤지펀드사를 직접 규제하기보다는 (헤지펀드 등록 등에서의) 모니터링을 강화해 투자자 보호와 투명성 확보에 힘 쓰고 있다”고 조언했다.

박 이사는 한국 헤지펀드가 국내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는 “장기적으로 보면 국내시장에 국한된 헤지펀드 운용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아시아를 비롯 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할 수 있는 매니저를 양성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국내시장이 활성화돼 국내 매니저들의 경험이 축적되고 트랙 레코드(투자실적)가 쌓이면 역외 등록을 통해 해외 투자자 유치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는 얘기다.

박 이사는 “결국 프라임브로커(헤지펀드 설립 지원, 자금모집, 운용자금대출, 주식매매 위탁 등의 역할을 하는 담당자)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과 헤지펀드 업무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고 수준의 프라임브로커리지(프라임브로커의 업무를 조직화해 사업화한 모델) 등의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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