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Riches] 공모주 투자로 ‘금리+α’ 노린다

[Riches] 공모주 투자로 ‘금리+α’ 노린다

11월 15일 마감한 YG엔테테인먼트 공모주 청약에 3조6300억원이 넘는 돈이 몰렸다. 8월에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친 후 기업공개(IPO)가 한동안 뜸했지만 11월에만 10개 회사가 공모 청약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은 데다 ‘금리+α’를 노리는 투자자가 몰리며 공모주 경쟁률도 몇 백대 1로 치솟는 모습이다.

강남 부자 가운데는 공모주 투자의 고수가 많다. 주식시장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공모가에 주식을 받아 상장 직후 바로 팔면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에 거주하는 사업가의 부인인 A씨는 증권회사 계좌만 15개 넘게 보유하고 있다. 주식거래를 활발하게 하는 전문 주식투자자는 아니다. A씨는 이른바 ‘공모주 아줌마 부대’로 불리는 공모 청약계의 큰 손 투자자다.



‘공모주 아줌마 부대’가 큰 손공모주란 기업이 자본금을 확충하기 위해 증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을 공개적으로 모집할 때 발행하는 주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주식시장에서 거래되는 주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모를 진행하기 때문에 공모주 청약을 통해 배정받으면 짧은 시간에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신규 상장을 위한 공모가 있을 때마다 각 증권사를 돌아다니며 공모주 청약을 하고는 상장되자마자 차익을 남기고 배정받은 공모주를 되파는 식으로 투자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 ‘공모주 아줌마 부대’다.

2010년 공모 규모는 10조8000억원에 이르렀다. A씨처럼 공모에 참여한 후 상장일 시가에 모두 매도한 경우 공모가 대비 평균 수익률이 20%에 달하니 꽤 높은 수익률이다. A씨는 가족계좌까지 활용해 최대한 청약하기 때문에 수시로 수억원의 청약자금을 움직인다. 공모를 진행하는 증권사 계좌에 입금한 후, 공모주 청약을 하고 며칠 뒤 경쟁률에 따라 배정된 주식과 청약반환금을 돌려받는다. 상장일에는 오전 동시호가로 전량 매도해 수익을 확보한다. A씨는 요즘에는 증권회사의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 청약을 한다. 각 증권사의 청약자격 기준이 점점 까다로워지고 있어 A씨는 평소에도 각 증권사에 거래실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업이 6월부터 자금조달 계획 등을 수립하고, 공모절차를 진행하다 보면 해마다 10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가 보통 공모주 발행규모가 늘어나는 성수기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주식시장이 활황기이고 수급이 좋을 때는 공모가를 높게 설정해도 청약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다. 물론 요즘처럼 경제와 증시환경이 썩 좋지 않을 때는 공모가도 자연스럽게 낮게 조정이 된다. 8월 이후 급락장에서 도저히 공모하기 어려워 철회했던 기업들도 다시 공모청약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알짜 기업의 공모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강남 자산가들은 삼성SDS, GS리테일, 현대오일뱅크, LG실트론 등의 대기업 중심의 대어급 상장예정 회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B씨는 A씨와 함께 여러 증권회사를 다니며 공모주에 청약을 한 지 7년이 넘었다. A씨는 대부분 상장일에 눈 딱 감고 배정받은 주식을 모두 매도하지만 B씨는 배정받은 주식들을 상당 기간 보유하고 있다가 매도를 하곤 한다. 그런데 B씨는 몇 가지 이유로 공모주 청약을 잠시 접기로 했다. 무엇보다 ‘중국고섬’과 ‘완리’의 공모청약 사례 때문이다. 올해 한국거래소에 상장한 중국회사는 ‘중국고섬’과 ‘완리’ 딱 두 군데뿐이었다. 1월에 상장한 중국고섬 주식은 상장 2개월 만에 거래정지 됐다. 결국 상장폐지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완리 주식은 6월의 공모가(4100원) 대비 50%가 넘는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B씨는 청약 당시 이 두 회사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다른 결과를 가져올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여겨온 공모주 투자에서도 이렇게 큰 위험이 존재하는 걸 체험하고 직접 공모주 청약에 나설 자신이 자신이 없어졌다.

둘째 이유는 지나치게 높아진 경쟁률이다. 온라인 청약의 편리함 때문에 직접 찾아 다니며 청약하는 것보다 훨씬 편리해지긴 했지만, 여건상 공모주 투자를 하지 못하던 일반 직장인까지 청약 경쟁에 가세해 경쟁률이 예전보다 높아졌다. 그래서 개인 투자자들이 청약금액 대비 배정받을 수 있는 물량이 줄어들고, 결국 투자금액 대비 높은 수익률을 내기 어려워지고 있다. YG엔터테인먼트 공모 경쟁률은 560대1이었다.



공모주펀드와 사모펀드도 인기지난해 공모한 삼성생명 청약에도 20조원에 이르는 자금이 몰렸던 것처럼 갈 곳 없는 풍부한 시중자금이 공모청약시장으로 밀물처럼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올 8월 이후 상장한 15곳의 주가는 공모가 대비 평균 3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최초 청약증거금액 대비 수익률로 환산하면 그에 못 미친다. 이런 이유로 B씨는 이제 이 증권사 저 증권사 다니며 줄 서지 않고 공모주펀드에 가입하기로 했다.

공모주펀드의 장점은 공모기업에 대한 전문적인 가치 평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공모기업은 저마다 장밋빛 전망을 내세우며 공모주 청약을 받기 때문에 개인 차원에서 이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상장된 회사의 주식은 그나마 과거 주가 기록도 있고, 리포트 등 관련 자료가 풍부하기 때문에 조금만 노력을 기울이면 많은 정보를 구할 수 있지만, 공모청약 회사의 자료는 대부분 빈약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맡길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배정물량이 많다는 것이다. 공모주식을 기관에 배정하는 물량이 개인에게 배정하는 물량보다 훨씬 많기 때문에 공모주 투자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인 공모청약의 경우 기관투자가 배정비율이 60% 내외, 개인투자자 배정비율이 20% 내외, 우리사주 배정비율이 20% 이내로 결정된다. 개인투자자들은 보통 50%의 청약증거금을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기관투자가는 청약증거금이 면제되기 때문에 투자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편리성도 빼놓을 수 없다. A씨처럼 각 증권사에 거래 실적을 쌓아둘 필요도 없고, 각 증권사를 옮겨 다니며 청약해야 하는 수고도 덜 수 있다. 또한 개별주식의 전망에 맞추어 상장 후 매도 시점도 전문가들이 판단해 수익률을 높이고 있다. 이와 같은 공모주펀드 외에도 강남 자산가들은 증권회사 PB센터 등을 통해 자금을 모아 공모청약 이전에 우량 비상장회사의 주식을 장외에서 매입해 상장한 후에 되파는 사모펀드도 설정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2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3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4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5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6‘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7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

8LG유플러스, 실속형 스마트폰 ‘갤럭시 버디3’ 공식 출시

9하나금융 1분기 순익 1조340억원…1년 전보다 6.2% 감소

실시간 뉴스

1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2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3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4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5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