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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은퇴 이후 가족 간의 갈등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무조건 부정적으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행복한 가정을 만드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여기고 갈등을 잘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서로 존중하고 또 존중 받을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 그러나 싸울 일이 있을 때는 당당하게 싸워야 한다. 비협조적인 태도로 상황을 회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얘기를 나눠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때보다 상대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하며, 상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봐야 한다. 이런 마음으로 가족에게 다가설 수 있다면, 심지어 말다툼을 하는 순간에도 좀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지 모른다.



가치관 충돌은 불화의 원인행복한 가족 관계란 내가 마음먹은 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결혼이라는 가족 구성의 출발 선상에서부터 구성원 모두가 노력해야 얻을 수 있는 산물이다.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고 신뢰하는 가족 전문 정신과 의사인 스콧 할츠만은 『행복한 가족의 8가지 조건(The Secrets of Happy Families)』에서 행복한 가족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의 가족을 배경으로 만든 책이다 보니 우리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본래 ‘가족’이란 끈끈한 애정으로 연결된 하나의 살아있는 유기체와 같다는 점에서 시사점이 있다. 특히 가족과 함께 하는 행복한 노후를 위해서는 지금부터 여러 가지 노력이 필요하다.

우선 가족의 공통된 가치관을 세워야 한다. 가족의 가치관이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감동을 받을 만한 대단한 철학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에게는 소박하게 느껴져도 우리 가족에게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수 있다. 또 가족마다 살아온 환경도, 처한 현실과 생각도 저마다 다르기 때문에 가족의 가치관이란 매우 다양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모두 공유하고 있는 가족의 가치관 예컨대 가훈이 있는가. 또는 이런 가훈을 만들기 위해 가족이 모여 함께 얘기하고 고민해 본 적이 있는가. 가족의 가치관은 가족을 한데 뭉치게 하며, 중요한 일을 결정하는 기준이 된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가족이 이런 공통의 가치관이 없이 생활하다 보니 크고 작은 갈등에 놓이곤 한다. 특히 가치관 차이로 더 큰 문제의 씨앗을 남기기도 한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 조기 유학을 보내야 한다’는 아내와‘가족은 함께 있어야 한다’는 남편, ‘사회적인 성공보다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아내와 ‘직장에서 출세하려면 주말을 희생해서라도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남편, 그리고 ‘미래의 안정적인 삶을 위해 지금은 학업에 열중해야 한다’는 부모와 ‘연예 기획사 연습생이 되어 앞으로 가수가 되고 싶다’는 자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가족 갈등의 모습이다. 대부분 부부간, 부모와 자녀 간에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다. 이와 같은 가족 구성원 간의 가치관 충돌은 가족 불화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할츠만 박사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주로 ‘자기 계발과 정신적인 성장’, ‘집에서의 편안함’, ‘건강’, ‘경제적인 안정’ 등을 가족이 지녀야 할 가치로 꼽고 있다. 우리 가족의 가치관에 대해 미처 생각하지 않았다면 지금이라도 가족 전체가 모여 이야기를 나눠보자. 가족 구성원 개인별로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선 순위를 먼저 정한 뒤, 다시 가족 전체가 모여 각자가 작성한 내용을 토대로 논의하면 훨씬 수월하게 가족의 가치관을 정할 수 있다. 그리고 일단 결정한 후에는 가족 모두가 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다음으로 가족 간에 서로 헌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가치관 수립으로 가족이 끈끈한 유대를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면 그 다음으로는 가족 간의 헌신을 통해 더 공고한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헌신은 가족이 서로에게 들이는 노력이다. 하지만 우리는 때로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 즉 ‘가족’이라는 이유로 이들을 소홀하게 대할 때가 있다. 사랑이란 익숙해지는 것이지 소홀해지는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특히 부부관계에서 더욱 그러하다. 두 남녀가 만나 느끼는 불꽃 튀기는 사랑의 감정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잡은 물고기에게는 먹이를 주지 않는다’는 농담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결혼과 함께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수그러드는 연애감정을 빗대어 표현한 말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잡은 물고기에게 한결같은 정성으로 먹이를 가져다 주는 사람은 어떨까. 이 사람들은 처음의 행복을 두 배의 크기로 불린다. A라는 여성은 지금의 남편과 결혼하면서 중풍으로 누워 있는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다. A는 세월이 지나면서 남편이 친정어머니 수발에 부담을 느낄까 두려웠지만, 한결같은 남편의 지지와 정성을 보고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느끼며 남편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바로 ‘헌신’이라는 접착제의 효과다.

행복한 가족관계를 만들어 나갈 때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바로 의사소통이다. 특히 남녀 간의 의사소통 방식은 생물학적, 신경학적으로 차이가 있다. 따라서 이런 간극을 메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행복한 부부가 되는 비결은 상대의 이야기를 열심히 듣고, 충고하지 않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 자신의 방법이 무조건 옳다고 우기는 것도 부부관계에는 좋지 않다. 비언어적인 대화도 행복한 부부관계에서 매우 중요하다. 서로 손잡기, 배우자의 코트 벗겨주기, 추위에 떨다 들어온 배우자를 위해 따뜻한 차 준비하기 같은 작은 행동이 때로는 말보다 더 깊은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이런 소통의 과정을 통해 서로를 배려하고 지지한다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특유의 회복력으로 잘 이겨나갈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의 지원과 지지는 언제나 큰 힘이 된다. 특히 은퇴로 사회적 지지가 사라진 남편에게 가족의 지원과 지지는 매우 중요하다. 가족의 어려움에 내 일처럼 앞장서는 자세가 필요하다. 부모가 아플 때는 몸소 나서서 잘 보살피고, 형제가 곤경에 처했을 때는 두 팔 걷고 나서는 가족이 돼야 한다. 가족이 없거나 멀리 떨어져 있다면 가족의 범위를 내 이웃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가족사를 공유하는 조부모와 친척, 이웃과 연대를 강화해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의 안식처를 갖게 될 것이다.



가족과 얼마나 많은 시간을 보내는가끝으로, 가족들과 함께 쉴 수 있는 시간을 갖자.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각종 압박과 경쟁에서 벗어나 기운을 북돋을 수 있는 휴식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면, 모든 문제를 일단 접어두고 자신의 건강을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지금의 생활방식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가족 모두의 행복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곧 내가 가족에게 얼마만큼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이 나의 큰 즐거움이라는 메시지를 가족에게 전달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소개한 것이 모든 가족에게 딱 들어맞는 해법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방법이 아니라 노력하고자 하는 마음이다. 많은 사람이 가족의 행복은 나의 행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행복한 가족을 이루려는 관심과 노력은 부족하다. 할츠만 박사는 우리에게 이런 깨달음과 반성의 기회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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