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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외식·식품업계 ‘세컨드브랜드’ 바람
형만한 아우 분명히 있다

[Business] 외식·식품업계 ‘세컨드브랜드’ 바람
형만한 아우 분명히 있다

4월 29일 오전 11시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이탈리안 뷔페 ‘제시카키친’의 입구는 이곳을 찾은 사람들로 복작거렸다. 점심을 먹기에 다소 이른 시간임에도 가족 단위의 손님이 삼삼오오 모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차로 30분 거리에 산다는 유경애(43)씨는 “얼마 전 피자를 시켰는데 이곳 할인쿠폰을 함께 받았다”면서 “큰아이 생일을 맞아 모처럼만에 외식을 하러 왔다”고 말했다.

레스토랑 내부는 110여 종의 이탈리아 요리로 가득했다. 각종 샐러드와 파스타, 스테이크를 집어가는 손놀림이 분주했다. 제시카키친은 미스터피자로 유명한 MPK(Mr Pizza Korea)그룹이 내놓은 세컨드브랜드다. 피자 종류가 여럿 있다는 점을 제외하고는 기존 미스터피자 브랜드를 연상시킬 만한 요소를 찾기 힘들다. 이곳을 찾은 손님들도 대부분 “미스터피자에서 나온 브랜드인 줄 몰랐다”는 반응이었다. 제시카키친은 ‘이탈리안 홈메이드 뷔페’란 컨셉트로 2006년 강남 센트럴시티에 첫 매장을 낸 후 서울·경기 지역에 총 8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MPK그룹은 피자 구입시 제시카키친 할인권을 제공하거나 제시카키친 식사 때 피자 배달 할인권 제공 등의 마케팅 전략으로 브랜드간 연계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세컨드브랜드는 일반적으로 패션계에서 쓰는 용어다. 디자이너 브랜드의 보급판으로 개발한 브랜드의 상품 라인을 말한다. 이미 고급 브랜드로 자리잡은 제품의 대중화 전략으로 고급스러움은 유지하면서 가격을 낮춰 상품을 제작한다. 패션계에서 세컨드브랜드가 합리적으로 일반에게 보급할 목적으로 출시됐다면 외식업계의 세컨드브랜드는 제 1브랜드로 성공한 외식업체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으로 만들고 있다. 이른바 ‘잘나가는 브랜드’가 또 다른 패를 던진 것이다. MPK그룹은 제시카키친에 이어 지난해 11월 수제 머핀 브랜드인 ‘마노핀’을 론칭했다. 수타 피자의 노하우를 살려 매일 직접 구워 만든 30여 가지의 머핀을 매장에 내놓고 있다. 테이크아웃이 용이한 점을 들어 지하철역사 매장에 주력하고 있으며 연내 45개 지점을 낸다는 계획이다.



닮은 듯 다른 메뉴로 승부MPK그룹 외에도 커피전문점 카페베네가 지난해 말 이탈리안 패밀리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를 열었고, 교촌에프앤비는 ‘교촌치킨’에 이어 ‘강남교자’ 브랜드를 론칭했다. 한국전통음식점인 ‘삼원가든’을 모회사로 하는 SG다인힐 역시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루밍가든’를 비롯해 ‘봉고’, ‘패티패티’, ‘투뿔등심’ 등 6개 브랜드를 론칭했고, 오는 8월 또 하나의 신규 브랜드 론칭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커피 전문 브랜드 ‘탐앤탐스’도 ‘탐앤탐스 이탈리안’을 내놨다. 스무디킹코리아도 올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세컨드브랜드 확보에 뛰어들 계획이다.

외식업계가 세컨드브랜드로 포화상태에 이른 외식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그러나 속내는 업체마다 다르다. MPK그룹은 피자시장의 정체로 주춤하고 있는 미스터피자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제시카키친을 내세웠다. 미스터피자는 2005년 매출액 448억원에서 2009년 1512억원으로 매년 35% 이상 성장하며 피자시장을 주도해왔다. 그러나 2010년 매출액이 1510억원에 그치면서 성장세가 둔화되는 조짐을 보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스터피자가 성숙기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면서 “제시카키친 론칭 이후 미스터피자에서 MPK그룹으로 사명을 바꾼 것도 본격적인 브랜드 확장을 위한 행보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종문 제시카키친 사업본부장은 “미스터피자가 사용하는 좋은 식자재를 활용해 다양한 메뉴를 개발할 수 있고, 이미 구축된 서비스 교육과 가맹점 운영 노하우 등을 접목할 수 있어 효율적인 운영이 가능하다”면서 “미스터피자를 먼저 경험한 고객에게 세컨드브랜드의 다양성을 선보이면서 그룹 전체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 본부장은 “제 1브랜드가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만큼 세컨드브랜드는 시장 진입과 브랜드 인지도 면에선 쉬울 수 있지만 제 1브랜드만큼 자리를 잡으려면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원조 브랜드 제품과 닮은 듯 다른 메뉴 개발로 선발업체와의 경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페베네도 지난해 말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랙스미스’를 론칭하면서 본격적인 세컨드브랜드 사업 확장에 나섰다. 카페베네 관계자는 “카페베네는 ‘유럽풍 카페 문화를 선도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는 만큼 커피에 이어 또 다른 유럽 문화인 이탈리안 음식으로 블랙스미스를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블랙스미스 론칭에 대한 구상은 카페베네 매장이 600개를 돌파한 시점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직영점인 강남역점 오픈 이후 3개월 만에 30여건의 가맹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보이고 있다. 가맹 1호점인 신사역점 매장은 블랙스미스 전속모델인 탤런트 송승헌이 직접 운영할 계획을 밝혀 화제를 낳는 등 카페베네를 성공으로 이끈 스타 마케팅 전략도 계속 펼치고 있다.



제 1브랜드에 대한 신뢰가 성공의 관건이탈리안 레스토랑은 지금까지 프랜차이즈화 하기 어려운 업종으로 인식돼 왔다. 전문 인력의 지속적인 공급과 본사의 관리 시스템이 없으면 운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블랙스미스는 카페베네에서 얻은 노하우를 십분 발휘한다는 계획이다. 블랙스미스 관계자는 “주방과 홀 관리 등 전문 인력을 공급하는 교육시스템과 본사가 가맹점 시스템을 관리 할 수 있는 운영시스템, 물류 가공시스템이 완비돼 있어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이전까지의 패밀리레스토랑과 이탈리안 레스토랑들이 직영체제를 고수했다면 블랙스미스는 카페베네의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해 내년까지 100개 매장 오픈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성장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생각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세컨드브랜드는 기존 브랜드와 유사하면서 접근성이 강한 경우가 많다. 김준석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세컨드브랜드가 제1 브랜드의 후광효과를 받기에 효과적인 아이템이 성공하기 수월하다”면서 “기존 브랜드를 좋아하는 소비자들이 제2 브랜드에도 신뢰를 갖고 찾을 수 있게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려면 외식 트렌드를 좇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 브랜드와 연계성을 갖는 게 시장 진입에 유리하다는 이야기다.

제시카키친과 블랙스미스가 제1 브랜드와 연계성을 강조했다면 한국전통음식점인 삼원가든을 모기업으로 하는 SG다인힐은 모기업과는 다른 고객층을 확보하기 위해 세컨드브랜드를 출시했다. 삼원가든은 1976년 오픈 당시부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당시 최고 부자동네였던 서울 압구정동에 2000평의 대규모 갈비전문점을 연 것부터 주변에 전통적인 민속조경을 만든 것까지 하나하나가 화제였다. 삼원가든의 자회사인 SG다인힐의 외식 브랜드는 6개에 이른다. 스테이크하우스 ‘붓처스컷’과 이탈리안 레스토랑 ‘블루밍가든’, 햄버거 전문점 ‘패티패티’ 등 주로 젊은 층을 대상으로 하는 메뉴다. 육류가 주요 식자재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올해로 35주년을 맞이한 삼원가든의 주요 고객층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SG다인힐 관계자는 “식자재와 인력구성은 삼원가든을 포함한 전 다인힐 브랜드와 연계돼 있다”면서 “포화상태인 외식시장에서 틈새시장을 노려 새로운 고객층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성공방식에 얽매이지 말아야올해 초 한우 전문점인 ‘투뿔등심’을 론칭하면서 기존 삼원가든의 노하우와 젊은 고객층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투뿔등심은 좋은 품질의 한우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책정하고 저렴한 점심 메뉴를 개발했다. 인테리어 디자인도 변화를 줘 모회사인 삼원가든의 오래된 고급 한식당 이미지를 탈피하면서도 최고의 식자재를 공급 받아 다양한 연령층의 고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SG다인힐은 2011년 매출액이 전년대비 100% 이상 신장했다. 삼원가든의 매출액이 220억원(2011년 기준) 규모로 매년 큰 차이가 없는 반면 SG다인힐은 올해 330억원을 목표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본아이에프는 일찌감치 세컨드브랜드로 사업을 확장했다. 원조 격인 ‘본죽’에 이어 ‘본비빔밥’과 ‘본국수대청’, ‘본도시락’ 등 브랜드를 잇따라 론칭해서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고 있다. 이진영 본아이에프 홍보마케팅팀장은 “죽과 유사한 밥을 이용해 한식 브랜드로 고수해온 게 도움이 됐다”면서 “세컨드브랜드는 1개 브랜드만 운영할 때보다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고, 기업의 정체성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이템 간 연계성을 강화하면서도 시장 성장성을 고려해 연 2조원 규모의 도시락 시장에 뛰어들었다. 1인 가구가 증가하며 점차 밖에서 음식을 사다 집에서 먹는 일본식 도시락 문화가 자리잡을 것이라는 예측에서였다. 여기에 기존 본죽이 가진 ‘웰빙’ 컨셉트를 고수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좋은 식자재로 만든 도시락 브랜드를 내놓게 됐다. 다른 점도 있다. 본죽이 품질 저하를 우려해 배달서비스를 금지한 반면 본도시락의 경우 테이크아웃과 배달서비스 중심으로 운영한다. 이진영 팀장은 “기존 브랜드의 성공방식에 집착하지 않아야 세컨드브랜드가 성공할 수 있다”면서 “오리지널 브랜드에서 취해야 할 것과 과감히 바꿔야 할 것을 구분하는 전략이 세컨드브랜드의 성공을 좌우한다”고 덧붙였다.



허정연 이코노미스트 기자 jypow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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