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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siness] 타임 마케팅의 진화 - 시간대별 할인 카드도 나왔다

[Business] 타임 마케팅의 진화 - 시간대별 할인 카드도 나왔다

#1. 온라인 쇼핑몰 SK플래닛 11번가는 오전 11시부터 스마트폰에서 쇼핑을 즐길 수 있는 ‘모바일 특가상품전’을 열고 있다. 상품전은 생필품과 패션상품 등의 품목에서 100개 한정으로 기준가보다 최대 40%까지 할인해 판매한다. 상품이 다 팔리면 기존 가격으로 다시 인상된다. 11번가 관계자는 “시간만 잘 맞추면 그동안 눈 여겨 봤던 상품을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고객의 반응이 좋다”며 “지금까지는 출퇴근 시간에 매출이 몰렸지만 특가상품전을 열면서 상대적으로 매출이 적은 낮에도 잘 팔리고 있다”고 말했다.

#2. 패밀리레스토랑인 베니건스는 오전 11시부터 1시30분까지 고객이 주문한 음식이 18분 이내에 나오지 않으면 50% 할인가로 제공하는 ‘타임 크런치 런치(Time Crunch Lunch)’를 진행한다. 담당 직원이 주문을 받은 직후 테이블에 설치돼 있는 초 시계의 버튼을 누른다. 짧은 점심시간 탓에 부담을 느끼는 직장인을 위해 마련한 이벤트다. 베니건스 관계자는 “시간적인 부담을 줄이면서 재미까지 더하니 기존보다 매출이 약 20% 증가했다”고 말했다. 베니건스는 서울 종로와 광화문점에서만 진행하던 타임 크런치 런치를 4월부터 전국 매장(노원점, 더 키친매장 제외)으로 확대됐다.



18분 안에 음식 안 나오면 반값이처럼 특정 시간과 요일에 맞춰 특별한 가격이나 또는 혜택을 제시해 구매를 유도하는 ‘타임 마케팅(time marketing)’이 더욱 진화하고 있다. 외식업체를 비롯해 인터넷 쇼핑몰, 대형 마트 등 많은 기업이 경쟁적으로 타임 마케팅을 펼치는 것은 물론 방법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 마트나 백화점 신선식품 코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감 시간 전 ‘떨이 판매’는 이미 고전이 됐다.

타임 마케팅의 열풍의 시초는 맥도널드다. 2007년 외식업계 최초로 ‘맥모닝’ 아침 메뉴를 출시하면서다. 새벽 4시부터 11시까지만 판매하는 전략으로 외식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계란과 소시지, 베이컨으로 만든 머핀 제품과 해시브라운, 커피로 이뤄진 맥모닝은 가격 역시 3000원대로 저렴한 편이다. 맥도널드 관계자는 “맥모닝은 간편하게 아침을 즐기려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새로운 시장을 열었다”고 설명했다. 맥모닝은 현재 맥도널드 전체 매출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핵심 메뉴로 자리 잡았다. 맥모닝 이후 롯데리아와 던킨도너츠도도 오전 시간을 공략한 세트 메뉴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

외식·식품업계에 이어 공연업계에서도 평일 오후 퇴근 시간대나 주말을 겨냥한 연극·뮤지컬을 늘리고 있다.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 공연 중인 뮤지컬 ‘서편제’는 매주 수요일 오후 4시 공연을,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연극 ‘아내들의 외출’도 화·수요일 오후 3시와 오전 11시 공연을 추가했다. 이들은 이 시간대 공연 가격을 최대 40%까지 할인하고 있다.

카드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특정 시간대에 할인 혜택을 늘린 신용카드도 등장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는 직장인을 겨냥한 ‘타임카드’를 내놨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6시부터 9시까지는 주요 편의점과 제과점에서 10~20%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점심 시간대인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음식점과 커피전문점에서 최대 20%까지 할인해준다. 저녁 회식이 잦은 오후 6시부터 8시까지는 음식점에서 결제한 금액의 5%를 할인해준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관계자는 “타임카드는 할인혜택 횟수 제한이 없기 때문에 직장인의 출퇴근시간, 점심시간, 여가시간에 맞춰 할인 혜택을 폭넓게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타임 마케팅이 진화하고 있는 건 고객의 구매 소비욕구를 자극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시한을 정해놓고 팔면 고객에게 희소성이 부여돼 가치가 높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기 불황으로 지갑이 얇아진 고객의 발길을 사로 잡을 수 있다는 점도 이유로 꼽힌다. 성균관대 한상만 경영학과 교수는 “고객은 같은 물건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고, 기업은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 상승 효과까지 얻을 수 있어 서로 윈윈 (win-win)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소비자 윈윈 효과타임마케팅을 핵심 아이템으로 잡은 회사도 성업 중이다. 하루에 한 가지 상품만 파는 ‘원어데이(www.oneaday.co.kr)’가 대표적이다. 원어데이는 가전제품과 식품, 생활용품을 시중가보다 50% 저렴한 가격으로 24시간만 판매한다. 전날 제품이 다 안 팔려도 다음 날은 무조건 다른 상품을 바꾼다. 원어데이는 한두 달에 한번 날짜를 지정해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6차례에 걸쳐 ‘원박스 스페셜 타임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다. ‘원박스’는 시중가 1만원 이상의 상품을 내용물을 공개하지 않고 무조건 10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다. 고객은 어떤 상품이 들어있는 지도 모른 채 박스를 받는다. 3월 20일 진행된 이벤트에서는 47인치 LED TV와 아이패드2, 삼성 디지털카메라 600대가 고객에게 배송됐다. 원어데이 관계자는 “시간당 100개의 원박스 상품을 게릴라 방식으로 선착순 판매하는데 3분 만에 매진됐다”고 말했다. 제품의 품질과 저렴한 가격이 입소문을 타면서 2007년 설립된 원어데이의 매출은 설립 1년 만에 70억원을 넘었다. 2009년 150억원, 지난해에는 2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처럼 저렴한 쇼핑을 즐기려는 알뜰족이 늘면서 타임 마케팅은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상대적으로 매출이 작은 시간대를 공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 인력·비용을 따로 들이지 않고 자사 제품의 특성에 맞게 마케팅을 할 수 있다. 여기에 스마트폰이나 테블릿PC로 언제 어디서든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면서 고객에게 접근하기도 쉬워졌다. 창업몰 경제연구소 CERI 정형인 팀장은 “타임 마케팅은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됐다”면서 “특히 마케팅 인력이나 비용을 많이 투입할 수 없는 중소기업이나 소규모 창업자도 쉽게 도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성희 이코노미스트 기자 bob28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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