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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 나이 먹어도 호기심 잃지 말라

[Retirement] 책에서 배우는 은퇴의 지혜 - 나이 먹어도 호기심 잃지 말라

최근 들어 2주일에 한 번씩 서점에 들르곤 하는데 그때마다 ‘은퇴’, ‘고령화’와 같은 말이 들어간 책이 눈에 많이 띈다. 그중에서도 『중년수업』이라는 제목의 책에 언뜻 손이 갔다. 책의 겉표지에 참 마음에 드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중년부터 진짜 재미있는 인생이 시작된다. 내가 주인공이 되어 중년을 보내는 방법.’ 문득 “대학 졸업하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지가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벌써 나도 중년이네”라는 생각이 들었다.

75세의 일본 작가 카와기타 요시노리는 이 책에서 나이 드는 과정에서 준비해야 할 것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그가 가장 강조한 건 ‘세월과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는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며 남들이 뭐라고 해도 스스로 중심을 잡고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 도중에 길을 잘못 들어섰다면 다른 길을 찾으면 되고, 지금까지와 다른 곳에서 새로운 꽃을 피우면 그만이다. 꿈을 가진 자는 나이를 먹어도 늙지는 않는다고 했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르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인생 전체를 걸 수 있는 사람들에겐 영원한 젊음이 주어진다. 뭐든지 시간이 지나 오래되면 낡고 색이 바라지만, 그중에는 오래될수록 더 멋이 나고 가치가 높아지는 물건들도 있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풀이 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나이만의 깊은 멋을 풍기는 사람도 있다. 잘 숙성된 와인이나 오래될수록 가치가 더해지는 빈티지를 대하듯 우리 인생과 흐르는 세월, 지금의 나이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나이 드는 것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난 다음으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멋있게 늙어가는 두 번째 방법은 ‘호기심을 잃지 않는 것’이다. 살면서 우리가 가장 견제해야 할 것 중 하나가 바로 편견과 틀에 박힌 사고방식이다. 언제나 아이와 같이 열린 마음으로 호기심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 맛있는 음식도 계속 먹으면 물리듯 골프도 여행도 언젠가는 지겨워지게 마련이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하거나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끝나버리는 취미생활은 생명력이 없다. 나와 내가 즐기는 취미가 함께 발전해야 진정한 취미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사실 나이가 들면서 호기심을 잃어버리게 되는 것은 새로운 자극을 마주할 기회가 그만큼 적어지기 때문이다. 자극이 줄면 감수성이 둔해지고, 자연스럽게 호기심도 줄어든다. 자꾸만 거꾸로 생각해보고,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일을 접해보며, 해보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서 못했던 일들에 도전해보자. 이러한 노력들이 더해지면 죽어가던 감수성을 충분히 되살릴 수 있다.



감정 노화가 신체 노화 재촉세 번째로 ‘멋스러움을 잃지 않는 것’도 세월과 멀어지는 좋은 방법이다. 옷을 하나 입더라도 깔끔하고 멋을 내 입을 필요가 있다. 연예인들이 실제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이는 이유는 자신을 남에게 보여야 하는 직업을 가졌기 때문이다. 멋이란 내면의 젊음을 끌어내는 묘약과도 같다. ‘이 나이에 뭘…’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내면의 멋과 젊음을 유지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논의 뮤지컬’이라는 영화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마을합병에 반대하는 고령자들이 폭주족으로 변신해 젊은이들과 싸운다는 내용의 영화인데, 출연자와 스태프가 모두 평균 74세의 고령자들이었다고 한다. 대본에는 원래 폭주족 장면에서 스턴트맨을 쓰기로 되어 있었지만, 출연자들이 직접 오토바이를 타겠다며 자신감과 의욕을 보였다. 결국 스턴트맨을 대신해 직접 그 모든 장면을 소화해냈는데, 촬영이 진행됐던 불과 몇 개월 사이 출연자들이 10~20년 정도는 더 젊어져 있었다고 한다. 촬영 전후의 사진을 비교해 본 사람들이 모두 놀랐을 정도다.

결국 늙는 것은 우리들의 마음이지 겉모습이 아니다. 사람은 자신이 늙었다고 생각하는 순간부터 늙기 시작하므로, 감정의 노화야말로 신체적인 노화를 재촉하는 지름길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나 호기심이 가득하고 새로운 도전을 즐기는 사람은 60세, 70세가 되어서도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를 유지한다. 반면, 나이가 들면서 나잇값이나 체면 같은 굴레를 스스로 뒤집어쓰는 사람들은 남들보다 빨리 늙을 수밖에 없다.

나이 드는 과정에서 네 번째로 준비해야 할 것은 ‘돈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이다. 나이 들어서까지 돈에 주눅 들어 살아야 한다면 억울하지 않은가. 돈 때문에 불안해하지 않으려면 돈을 이해하고, 살살 달래가며 지혜롭게 이용할 필요가 있다. 돈은 많이 벌고 모을수록 좋은 것이라는 생각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돈에 대해 유연한 사고를 가질 수 없다. 무엇보다 나이가 들어서는 돈을 버는 것과 쓰는 것의 양면적 가치를 알아야 한다. 돈을 버는 일도 중요하지만, 인생의 즐거움을 위한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때로 지갑을 열 줄도 알아야 한다.

여기에 나이 들어서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즐기려면, 정년 후의 생활비 수준에 맞춰 살아보는 연습을 미리부터 해야 한다. 회사차량을 이용한다거나 회사 돈으로 식사하는 일 등 회사에서 제공하는 그 어떤 혜택도 없이 한번 생활해볼 것을 권한다. 이러한 준비는 구체적일수록 좋으며, 최소한 정년퇴직 5년 전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다섯 번째는 ‘계속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다. 정년퇴직 후에도 계속 일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한 방면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만약 창업을 생각한다면, 주도 면밀하게 준비하고 무리 없이 자금계획을 세워 창업으로 인한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 실제로 은퇴 후 갑작스러운 창업은 실패확률이 높아 1년 뒤 폐업률은 30%, 3년 뒤는 60% 가까이 된다. 젊은 시절에는 얼마든지 재기할 기회가 있지만, 중년 이후의 창업실패는 비참한 말년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무모한 도전은 금물이다.



회사 차, 회사 돈 없이 생활해봐야 여섯 번째로 준비해야 할 것은 ‘은퇴 후 살 곳’이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는 남편이 많다. 반면 아내는 전원생활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평생을 회사에서 보낸 남편과 달리 아내는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이미 생활의 모든 패턴이 맞춰져 있다. 이런 경우 부부가 사전에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이상과 현실에는 격차가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아무리 좋아 보였던 곳도 막상 내가 사는 곳이 되면 금세 일상이 되고 지루해지기 쉽다.

마지막으로 이처럼 앞으로의 삶을 준비하는 동시에 현재를 즐겁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들의 인생에는 분명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 인생은 즐기기 위해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던가. 미래는 지금 내가 마주하는 시간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것이며, 따라서 현재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의 내일은 행복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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