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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이룰 수 있는 목표부터 세워라

쉽게 이룰 수 있는 목표부터 세워라



흔히 은퇴설계를 재무설계의 꽃이라고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러 재무설계 분야 중에서 은퇴설계가 가장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 기간이 길다. 준비하는 기간도 길지만 실제 은퇴생활을 영위하는 기간도 날로 길어지고 있다. 은퇴설계는 짧게는 30년, 길게는 60년 넘게 바라봐야 한다. 둘째, 복잡하다. 준비기간 동안은 저축과 투자가 중요하고 은퇴 이후에는 소득화와 지출이 중요해진다.셋째, 어렵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당신은 노후준비가 충분히 되었습니다”라는 한마디일 텐데, 그 결론에 이르기 위해서 고려해야 할변수가 너무 많다


포기할 구실을 주지 말라몬테 카를로(Monte Carlo) 시뮬레이션은 몇 백 가지 잠재적 투자환경 변화의 시나리오를 적용해 은퇴자산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이겨낼 만큼 충분한 여력을 확보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하지만 변수는 시장에만 있는 게 아니다. 기대수명은 해마다 길어지고 있으며, 거시적인 변수들, 즉 물가 상승률, 각종 제도와 세제의 변화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애초 불가능한 일이다. 또한 긴 세월 동안 고객의 욕구가 달라지고 예상치 못했던 질병,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으며,가족관계 문제도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한다. 그러나 은퇴설계뿐만아니라 모든 재무설계 상담에서 정작 어렵고 풀기 힘든 숙제는 정확한 예측의 문제도, 정교한 설계의 기법도 아닌 바로 고객의 의지다.

10년 넘게 투자 상담과 은퇴설계, 재정 교육을 해온 필자에게 가장 어려운 문제 역시도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만 행동하지 않는’ 고객이다. 무엇이 문제일까? 금세기 최고의 조직행동론 전문가 칩 히스(Chip Heath)는 『스위치-손쉽게 극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행동설계의 힘』에서 색다른 접근으로 이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안하고 있다.

사람들이 행동하지 않는 건 몰라서가 아니다. 동기 부여가 부족하기 때문인 경우가 많다. 충분히 이해하는데 행동하지 않을 때는 목표에 이르는 장벽을 낮춰 움직일 수 있게 해야 한다.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두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된다. 당장 할 수 있는 일 중 목표를 향한 가장 작은 발걸음을 내딛는 게 중요하다. 신용불량자의 부채상환을 예로 들어보자. 몇 천 만원의 빚 전체를 가지고 상환계획을 세운다면 아마도 많은 사람이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고 싶어질 것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는 것은 어떨까.

신용카드 빚부터 마이너스 통장, 연체된 전기요금, 학자금 대출금 등 모든 항목을 금액이 작은 것부터 큰 순서대로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 다 가능한 모든 여유자금을 동원해 목록의 첫 번째 부채부터 갚는다. 첫 번째 부채 항목은 가장 금액이 적으므로 비교적 쉽고 빠르게 해결할수 있다. 이후 부채 목록에서 첫 번째 항목을 삭제한 다음, 같은 방식으로 두 번째, 세 번째 항목을 지워나간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이자는 나중에 생각하라는 것이다.

20% 이상의 이자가 붙은 신용카드 빚을 먼저 갚으려 하지 말고 첫 번째 항목, 즉 가장 작은 금액부터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왜일까? 자금의 효율성을 높이는 수학적 계산은 중요하다. 하지만 때로는 동기부여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재정적 곤궁에 빠지는 가

장 큰 이유가 통제력 상실이다. 우리는 산더미처럼 쌓인 빚 앞에서 한없이 무력해진다. 동기를 부여 받으려면 초반의 성공이 중요하다.해결해야 할 과제가 너무 거대하다면, 그래서 본능적으로 피하고 싶은 마음부터 든다면, 그 과제를 잘게 쪼개야 한다. 즉 변화의 규모를 작게 만들어서 사람들이 쉽게 승리감을 경험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성공 요인이다.

예를 들어 ‘노후 자금 10억 만들기’는 목표가 너무 크게 느껴진다.높은 주거비용에, 사교육비 부담으로도 벅찬 살림에 은퇴준비를 위해 10억을 만들라니…. 목표액을 5억으로 바꾼다면 어떨까. 연 4%의 적금으로 20년 동안 5억을 모으기 위해서는 한 달에 약 140만원을 저축하면 된다. 하지만 10억을 모으려면 한 달에 약 280만 원을 저축해야 한다. 거대한 목표는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게 만들 수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적인 예다.

은퇴 후 ‘기본생활비 200만원을 평생소득으로 만들자’라고 표현을 바꾸면 좀 더 쉽게 느껴질 수도 있다. 많은 경우 직장생활을 시작함과 동시에 평생소득이 모이기 시작한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년 정도 직장생활을 한다면 국민연금으로 목표액의 20~30%정도는 달성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고 나면 목표가 더 가깝게 느껴진다. 여기에 퇴직연금까지 더하면 목표지점에 한층 더 가까워진 셈이다.

이처럼 은퇴설계에서 ‘200만원 평생소득 만들기’는 ‘5억 은퇴자산만들기’보다도 작은 목표, 달성 가능한 목표로 느껴진다(실제로 5억으로 만들 수 있는 평생소득, 즉 종신즉시연금이 약 200만원이다).목표를 이루는데 희망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초기의 성공을 찾아내는 것은 곧 희망을 자극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온전히 새로 시작할 때보다 일부가 완료되어 있을 때 목표 달성을 위한 동기부여가 더 잘 된다.


환경을 조성하라이번에는 두 그룹의 사람들에게 팝콘을 줬다. 한 팀은 혼자서 다 먹을 수 없을 만큼 큰 중형 용기에, 다른 한 팀은 그보다 더 큰 대형용기에 팝콘을 담아서 줬다. 둘 다 혼자서 먹을 수 없는 크기였기 때문에 다 먹은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대형 용기를 받은 사람이 중형 용기를 받은 사람보다 53%나 더 많은 팝콘을 먹었다. 따라서 사람들이 팝콘을 덜 먹게 만들고 싶다면 해결책은 간단하다. 더 작은 용기를 제공하면 된다.

사람들의 건강 지식이나 습관 또는 의지의 문제도 아니다. 실상은 당시의 상황 혹은 환경의 문제인 것이다.‘은퇴자금 마련 저축액 늘리기’에도 같은 원리를 적용해 보면 어떨까? 자동으로 저축의 그릇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정률 저축법을 써보자. 월 소득의 15%는 무조건 평생소득 만들기에 자동 저축하는 것이다.

자동저축시스템을 이용해 소비통장으로 옮겨지기 전에 먼저 저축하고, ‘무조건 15%’라는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지킨다면, 연봉 혹은 소득이 늘어날 때마다 자동으로 저축액도 늘어나게된다. 환경을 조정해 자신에게 변화를 ‘강제’하는 것이다.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그릇의 크기를 줄여라. 은퇴설계도 마찬가지다. 우리 삶의 3분의 1이나 차지하게 될 은퇴 후 삶을 위해 당신은 오늘 무

엇을 스위치(Switch)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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