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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ey Tech - 버림 받은 대형주에 기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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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일 한국투신탁운용 CIO … 중소형주·내수주 쏠림 현상 경계해야



김영일 한국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008년부터 이 회사의 최고운용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한국투신운용은 ‘한국투자한국의힘’ ‘한국투자네비게이터’ 등 설정액 1조원 넘는 대형 펀드를 가장 많이 보유한 운용사다. 그는 한국투신운용의 주식·채권·대안투자를 비롯한 모든 운용 조직을 총괄한다. 1989년 한국투신운용 펀드 매니저로 증권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그 후 미래에셋자산운용 창립 멤버로 참여했고, KB자산운용·한화투신운용을 거쳐 2008년 친정으로 돌아왔다. ‘가치투자’ 1세대인 그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다. 김 본부장은 “하반기가 되면 기업 실적이 개선되고 증시가 회복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올해 돋보인 중소형주·내수주에 대해 “투자가들의 기대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시장의 쏠림 현상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바이오와 엔터테인먼트주에 대해서는 종목의 양적 확장이 끝나고 축소기가 시작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1분기 실적이 속속 나오는데, 어떻게 평가하나?

“썩 좋은 모습은 아니다. 엔화 가치 약세 영향으로 수출주의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철강·석유화학 업체들은 예상치를 밑도는 실적이다. 상대적으로 인터넷 관련 업체 등 내수주 중에서 경기 순환의 영향을 덜 받는 기업이 양호한 실적을 냈지만 전체적으로는 힘든 모습이다.”

왜 그렇다고 보나?

“주변 환경이 좋지 않다. 중국은 생각보다 경제 회복이 빠르지 않고 미국도 2분기 경기는 조금 둔화되는 쪽으로 지표가 나왔다. 유럽의 불안한 정치 상황, 대북 문제, 일본의 팽창적 통화정책에 따른 엔화 약세 등 다양한 악재에 노출됐다. 대외적으로 무척 어려운 상황인데 정부 정책도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경제민주화 등에 매달리다보니 대기업의 투자심리를 자극하는 정책이 나오지 않았다.”

2분기 이후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2분기에 조금 개선 되겠지만 크게 나아지긴 어렵다. 본격적인 실적 개선 모멘텀은 하반기 정도 가야 나타날 것으로 본다.”

하반기 실적 개선 폭이 얼마나 될까?

“연간 전체 이익 증가율은 20%로 예상된다. 아마 지난해 4분기 실적이 나빴기 때문에 기저효과가 있을 것이다. 코스피 지수의 연간 고점은 2300포인트 정도로 본다. 주가가 오르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실적이 개선된 정도만 주가가 올라간다 하더라도 그 정도는 가능한 수치다.”

주식시장 반전에 도움이 될 요인은?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과 글로벌 경기의 회복이다. 정책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계기로 조금 바뀔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경기는 미국이나 중국이 뚜렷한 경기 회복의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미국 시장의 2분기는 1분기 세금과 재정 감축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겹치는 시기다.

3분기부터 2%대 성장률을 회복하면서 좋은 지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중국도 새 정부가 출범하고 나서 부패나 부동산과 같은 내부의 구조적인 문제에 집중했다. 이 부분에 대한 불안감이 완화돼야 적극적인 성장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이 좀 걸릴 거라고 생각한다.”

현재 엔저와 대북 문제가 시장의 변동성을 키웠는데.

“지면을 장식하는 헤드라인 뉴스를 보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충분히 불안해 할 만하다. 대북 문제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졌다. 대북 이슈가 가지는 가장 큰 단점은 일시적·심리적으로 얼어붙게 만든다는 것이다. 펀더멘털 측면에서 보면 문제가 걷히고 나면 부정적인 효과가 금방 사라진다. 다른 이슈와는 성격이 다르다.”

엔저는 어떤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와 중앙은행이 정책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줘서 단기적으로 그치지 않고 중기적인 이슈로 전개될 것이다. 달러당 100엔을 넘어서는 것도 어느 시점에선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물론 엔저가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되돌려놓을 수 없고 일본 내수가 충분히 살아날 수 있는 게 아니어서 자칫 인플레이션이나 국채 금리 상승으로만 귀결될 가능성도 주시해야 한다. 그러나 부정적인 영향이 확실히 드러나기 전까지는 엔저가 꾸준히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불안감이 시장에 만연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들 중소형주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지금 시장에서 투자가들의 관심은 정부 정책이나 장기 이슈에 집중됐다. 제약·헬스케어·바이오는 고령화, 미디어·엔터테인먼트는 정책과 맞물려 있다. 그러면서 주가가 상당히 올랐다. 그러나 투자가의 기대만큼 이들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커질지 의문이다.

기업이나 종목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경쟁과 추가 비용을 이겨내야 하는 국면이 있기 때문에 너무 큰 기대를 갖지 않는 게 좋다. 한 번씩 특정 업종이 부상하면 종목이 파생되는 과정이 진행된다. 지금은 그게 어느 정도 진행되고 반대로 줄어드는 개별종목 장세의 후반부다. 주가 부담을 느낄 때다.”

향후 유망한 업종은?

“대형주나 경기 순환주는 나쁜 환경과 투자가들의 외면 속에 싸다고 생각할 수 있는 영역으로 진입했다. 이런 기업이 경쟁력은 유지하고 있어 쏠림 현상이 생기면서 버려진 종목군 속에서 또 다른 기회가 생겨날 가능성이 있다.”

현재 운용 포트폴리오에서 비중은?

“균형 포트폴리오에 가깝다. 어느 하나에 확신을 갖기에는 불확실성이 크다. 중소형주 중에서 지속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종목과 대형주중 모멘텀이 있거나 저평가 된 종목을 넣고 있다.”

역발상을 좋아하는데 운용 원칙이 있나?

“구조적으로 성장하는 산업에서도 경쟁의 강도에 따라, 그리고 국면 별로 추가적인 비용과 이익 관계 속에서 일정 사이클이 있다. 이 사이클을 보고 경기 순환 관점에서 투자한다. 지금의 대형주처럼 이전의 과대 평가가 시간이 걸려 해소되고 오히려 여기서 더 조정되고 소외되면 투자 기회가 생긴다. 또 많은 투자가들이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 종목에서 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경기 순환의 터닝 포인트를 잡는 것이 관건이겠다.

“타이밍을 잡기 굉장히 어렵다.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살핀다. 사이클 상의 문제인지 산업 자체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인지 따진다.”

현 시점에서 어느 자산이 가장 유망한가?

“채권 수익률이 3년 국채 수익률 기준으로 2.5% 수준이고 국내 주식 수익률은 12% 정도다. 주식시장이 출렁거리지만 이를 충분히 보상하고 남는 수익률을 준다고 생각한다. 자기 투자 자산의 기본 수익률이 얼마인지를 염두에 두고 긴 안목에서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투자가는 장기 투자보다는 단기적인 자산 교체에 관심이 많다. 그러나 여전히 장기 투자는 유효하다. 일반 투자가들은 본능적으로 불안할 때 숨고 확신이 들 때 적극적으로 기회를 찾지만 가격은 확신이 들수록 비싸지고 불안감이 커질수록 싸지게 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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