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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S IMMITATION - 스타벅스 대 스타붕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FEATURES IMMITATION - 스타벅스 대 스타붕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

글로벌 커피 브랜드가 태국의 한 길거리 커피 행상을 상대로 1년간 법정투쟁 벌여
붕은 오토바이에 커피포트를 달고 다니며 영업을 한다.



방콕의 태양은 반짝이지 않고 증오를 퍼붓는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더운 도시의 정오가 화마처럼 얼굴을 향해 달려든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매연을 뿜어내는 차량들에 숨이 턱턱 막힌다. 돈은 집 안에 머물고 멀쩡한 정신을 가진 사람들은 그늘을 찾는다. 태국의 행상 붕은 여섯 자녀를 뒀다. 아이들 학비가 밀렸으며 고리대금업자에게 진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래서 날마다 이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뛰어든다. 매연으로 뒤덮인 영혼들의 미로 속으로 오토바이 카페를 몰고 다니며 커피를 팔아 생계를 이어간다. 위태롭게 끈으로 묶고, 볼트를 박고, 테이프를 붙이고, 땜질한 오토바이다. 이곳의 대다수 커피 행상은 급회전하는 택시에 치일까 걱정한다. 붕은 스타벅스의 소송으로 영업을 못하게 될까 걱정한다.

라테를 만들어내는 다국적 거대기업 스타벅스는 62개 국에 군대처럼 동일한 형태의 매장을 2만1000개 가까이 거느린다. 전세계에서 133억 달러를 쓸어 담는 과정을 2012년 잠시 중단했다. 붕이라는 태국 남성을 고소하기 위해서다. 법률적 관점에선 전적으로 정당한 행동이다. 그러나 인도적인 기준은 이 ‘인간 대 (커피) 머신’ 재판의 다른 측면을 비춘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쫓기는 태국 남자 간의 싸움이다. 이 분쟁은 붕의 사업이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작됐다. 방콕의 시장은 똑같이 매연을 뿜어대는 오토바이 카페가 넘쳐나는 맨주먹의 현금 게임이다. 그 시장에서 발버둥치던 붕은 브랜드 차별화를 통해 상품성을 높이기로 했다.

실상 스타벅스의 짝퉁을 만드는 방법이었다. 더 정확하게 말해 스타벅스의 상징인 녹색, 별, 특징적인 글자체까지 녹색 로고를 거의 똑같이 모방했다. 하지만 이름만은 ‘스타붕(Starbung)’으로 약간 변형했다. 그 로고를 자신의 이동식 카페 위에 높이 매달았다.

그 전략이 먹혔다. 돈이 없는 태국 노동자 계층에겐 “스타벅스에 가는” 건 “몰타로 여행을 떠나는” 격이다. 단지 실현되지 않을 뿐이다. 그들 중 수백 만 명이 마키아토 커피한 모금 마셔보지 못하고 살고 땀 흘리고 죽어간다. 따라서 붕의 이동 카페를 지나칠 때 그들의 얼굴에 절로 미소가 떠올랐다.

부자들에게는 스타벅스가 있었지만 이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스타붕스가 생겼다. 태국의 길거리 기준으로 붕은 히트를 쳤다. 하루 15달러 안팎을 벌어들였다. 한동안 먹고 살만했다. 매일 14시간씩 사람들로 북적대는 방콕 거리에서 뜨거운 커피를 따르는 삶치고는 더 바랄 게 없었다.

그때 변호사들이 찾아왔다. 스타벅스가 스타붕의 이동식 카페를 어떻게 알게 됐는지는 불분명하다. 그러나 2012년 9월 말 그들의 사법 사냥개들이 태국으로 파견됐다. 제3세계 농부를 상대로 충견답게 영업정지 명령을 신청했다.

농부란 단어는 이 촌극에서 단순한 시적 표현이 아니다. 태국은 역동적인 민주주의 체제임을 자부한다. 그러나 지주계급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그들 사이에선 인맥·연고·특혜가 판을 친다. “2011년 7월 3일 태국의 최근 총선에서 선출된 의원 중 42%가 가족의 의석을 물려받았다”고 방콕 포스트가 지적했다.

당신이 솜차이 삼촌의 사무실 열쇠를 넘겨받으러 찾아가는 중이라면 유쾌한 통계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세계의 붕씨들은 다소 가혹하고 중세적인 풍경 속을 대체로 수평 이동한다. 한 가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면 규제가 엄격하지 않다는 점이다. 길거리 사업은 무엇이든 가능한 영역이다.

서류작업, 인허가 절차, 위생 등급, 소방안전 점검, 보험 등 서방의 복잡한 절차는 대체로 생략된다 오토바이를 장만해 옆에 커피포트를 달고 다니며 컵 당 50센트에 장사를 하고 싶다면 그냥 시작하면 된다. 거기에 스타붕스라는 이름을 붙여 광고 전단을 돌리기 시작한다 해도 누가 뭐라 하겠는가?

아니, 무엇보다 스타벅스가 신경을 쓴다. 그들은 국제 재판소를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신경을 쓰는지 스타붕이 알도록 했다. 스타벅스는 스타붕 형제의 구속뿐 아니라 1만 달러 안팎에 상당하는 금전적 보상을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했다. 붕처럼 가난한 사람에겐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그가 로고의 사용을 중단할 때까지 연간 7.5%의 복리 이자가 붙는다. 어림잡아 매달 10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아 참, 그리고 스타벅스의 소송비용도 빠뜨려선 안 된다. 그것도 붕이 부담해야 할 몫이다.

스타벅스는 2012년 정중하게 스타붕의 영업정지명령으로 공격을 시작했다. 붕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재차 신청서를 접수했다. 이번에는 스타붕이 반응을 보였다. 로고를 약간 수정한 뒤 스타벅스에 협상을 제안했다. 자기 사업을 1만 달러 선에 팔겠다는 내용이었다. 이 프랜차이즈 기회를 거부한 스타벅스는 계속해 붕 형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 지적재산권 재판소에 서류가 접수되고 11월 초 그를 법정으로 불러내기 위한 커피 재판의 바퀴가 굴러가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스타붕은 영업을 계속했다. 방콕의 성벽 유적 근처 구시가지에서 공판이 열리기 며칠 전 그를 만났다. 대포들이 무언의 시위를 하듯 하늘을 겨냥하고 있었다. 굉음을 올리며 달리는 오토바이들을 피하며 차량들 사이를 뚫고 스타붕을 찾아갔다. 찜통 같다. 땀이 줄줄 흐른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브랜드를 가진 무법자의 행상에 도착해 그 작은 남자를 만난다.

블랙 커피를 주문한다. 붕은 놀란 듯 머리를 가로 젖는다. 대다수 태국인은 외국인의 쓴맛 취향을 이해하지 못한다. 진한 크림과 우유, 그리고 설탕 통을 모두 생략한 채 그는 재빨리 손을 놀린다. 거리에서 짧은 시간의 돈벌이에 익숙한 동작이다. 스타붕 컵에 커피를 따라 스타붕 종이 덮개를 끼워 내놓는다. 스타붕 전단지도 건넨다. 무심코 돈을 더 냈다. 붕은 아무 말 없이 돈을 돌려준다.

커피 맛이 아주 강하다. 오늘 밤 잠을 제대로 못 자겠구나 뒤늦게 깨닫는다. 갑자기 스타붕은 어떻게 잠을 자는지 궁금해진다. 지상 최대로 손꼽히는 브랜드로부터 소송을 당했는데 제대로 잠이 오겠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여기는 태국이다. 이곳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붕이 지닌 자유분방한 태국 거리의 감수성과 스타벅스의 엄격한 법질서 적용 간의 충돌은 이 곳의 본질적이며 변치않는 모순이다.

늦은 오후에 스타붕 커피를 마셔 신경이 예민해진 탓인지 그날 밤 잠을 설쳤다. 악몽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확성기에서 노라 존스의 노래가 울려 퍼지는 동안 붕이 스타벅스 감방에서 족쇄를 차고 있다. 그러나 나는 다음 날 아침 동이 트면서 이성과 안정을 되찾는다. 휴대전화를 열어보니 소셜 미디어에 붕이 협상을 타결했다는 뉴스가 뜬다.

자기 사업체 이름을 ‘스타일붕 커피-티’로 바꾸기로 합의했다. 스타벅스가 몸을 풀었지만 주먹을 내려치지는 않았다. 거인은 변함없이 존경을 받고 밥그릇도 지켰다. 소인은 가슴과 머리를 보여줬다. 스타벅스가 1년간 그의 브랜드를 홍보해주기로 했다.

붕은 세계적으로 브랜드가 알려지는 태국 유일의 길거리 커피 행상이 됐다. 그러니 어쩌면 미국도 그렇게 망가진 건 아닐지도 모른다. 그 생각을 하니 절로 웃음이 난다. 바깥을 내다보니 오늘도 방콕의 햇볕 뜨겁고 무더운 날이 될 모양이다. 오늘은 스타일붕 커피로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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