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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tirement - 시니어 라이프 플래너(노인 생활 관리자) 등장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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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 시대 위험자산 관심 늘어 … 단카이(團塊)세대 목돈 금융권 쟁탈전 치열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2.5%다. 글로벌 금융위기때 사상 최저치(2.0%)로 떨어진 후 역사상 최저수준에 근접한 수치다. 희비는 갈린다. 저금리는 원화 강세를 막는 효과가 있어 수출 전선에 고무적이다. 가계로선 차별적이다. 채무자라면 저금리가 숨통을 틔워주지만 이자생활자에겐 치명적이다. 특히 은퇴세대는 이자축소의 보릿고개가 불가피하다. 예금 금리도 2%대 중반까지 추락했다. 은퇴가 임박한 베이비붐 세대라면 한층 고달픈 시대가 열리는 예고다. 고민스러운 건 은퇴시장도 매한가지다.

방법은 없을까. 일본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다. 오랜 저성장 속에 일찌감치 고령화 사회에 접어든 일본은 ‘디플레 사회’다. 아베 정권의 등장으로 목표 인플레이션(2%)을 내세워 동시다발적인 부양정책을 펼 정도로 20년간 금리가 꽁꽁 묶였다. 기준금리(0.1%)가 플러스지만 실제론 마이너스로 ‘유동성 함정’이 일상적이었다. 해법 모색이 절실했다. 수명까지 길어졌으니 노후자금 압박은 더 커졌다. 위험회피적인 일본인이 고위험의 외환거래(FX)에 데뷔한 이유다. 물론 FX 거래가 널리 퍼지진 못했다.



‘은퇴생활 = 적자인생’ 우려일본의 베이비부머인 단카이(團塊)세대(1947~1949년생) 심정도 ‘전전긍긍’이다. 갈 길 바쁜 비포장도로에서 악전고투 중이다. 틈만 나면 악재가 은퇴자나 예비은퇴자를 막아선다. 아베노믹스로 일부 부동산 값이 뛰거나 금리상승 조짐도 있지만 장기 대세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연금소득에 빨간불이 켜진 지도 오래다. 내년에는 증세까지 예고돼 첩첩산중이다. 이 와중에 간병·장례비용 등 노인물가는 요지부동이다. 즉 모아야 할 돈은 많아졌는데 들어올 곳은 좁아졌다. 주적(主敵)은 저성장이다. 65세를 넘긴 3000만명의 한숨소리는 구체화된 ‘은퇴생활=적자인생’ 우려로 확인된다.

이 결과 노후 딜레마에 봉착한 은퇴가구는 신중한 자산 재배분에 나섰다. 안정성을 토대로 동시에 수익성을 추구한다. 자산운용은 원금 보전 심리가 지배적이다. 유동성 선호가 뚜렷한 가운데 만약을 대비한 보험수요와 노후자금 마련수단인 개인연금에 관심이 높아졌다.

올해부터 위험자산의 상징인 주식·펀드 등에도 자금유입이 뚜렷해졌다. 미약하나마 수익성을 추구한 결과다. 정리하면 가계자산의 80%를 쥔 50대 이상의 은퇴(예비)가구는 ‘암중모색’ 중이다. 포트폴리오 변화 양상을 통해 추론컨대 절대 다수는 안전자산에 묶어두면서 일부 자금을 위험자산에 배치해 플러스 수익을 모색하는 경향을 보인다.

부동산은 역세권 소형매물이 인기가 많다. 특히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해안에서 내륙으로, 고층에서 저층으로 선호도가 바뀐 게 뚜렷하게 보인다. 부동산(REITs)펀드를 선호하는 것은 증권화 등 부동산 활용과 관련된 인식변화와 맞물린다. 물론 기대이율은 낮다. 그래서 더 벌기보다 덜 쓰는 소비행태가 노후살림의 주력 전략으로 채택된다. 원전사태로 불거진 현대사회의 대량소비를 둘러싼 반성 기조도 한몫했다. 물질·욕망 추구의 반동으로 복고소비·윤리소비와 맞물린 검약소비가 부상했다.

소비세 증세는 고령가구의 또 다른 부담거리다. 또한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를 넘어선 국가부채는 공적연금 수급연령 상향 이슈로 번졌다. 60세에서 65세로 공적연금 수급 개시연령이 연장된 후, 다시 67~70세로 늦추지 않겠느냐는 불안감이 확산됐다. 지진 이후에는 사적 봉양의 중요성과 필요성이 강화됐다. 가족·자녀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려는 게 최근 일본의 대표적인 트렌드 중 하나다.

일본 금융회사들은 방황하는 중년을 포함한 노인자금 흡수에 사활을 걸었다. 첫 단추는 ‘퇴직자 모시기’다. 금융기관이 주체하는 퇴직 세미나는 일상적이고 경쟁적으로 열린다. 일본의 은퇴시장은 상속·증여이슈가 한층 강조되는 추세다. 일본은 상속액만 매년 10조엔(105조원)에 달한다. ‘온 디멘드(On Demand)’나 ‘오더 메이드(Order Made)’형 프라이빗뱅킹(PB) 상품·서비스가 추세다.

대부분 거액 자산가를 위한 패키지이지만 눈높이는 낮아진다. 500만~1000만엔만 맡겨도 회원가입이 가능하다. 금리 우대와 수수료 인하는 기본이다. 유언장·부동산중개 등 자산관리지원과 건강·간병·레저·관혼상제까지 챙긴다. 전문회사와의 제휴로 특별고객이면 명의(名醫) 소개까지 해준다.

대형병원과 제휴해 부설 맨션과 부유층 노인주택을 사업모델에 넣은 금융기관까지 생겨났다. 뾰족한 상품 틈새가 보이지 않는 증권·자산운용사는 유산 상속 분야에 매진하는 가운데 엔고를 활용한 해외상품 개발에 열심이다. 은퇴시장의 전통강자인 보험시장은 연금(종신연금형), 의료(종신형), 암보험 등의 유치경쟁에 적극적이다.



퇴직금 잡기 금융권 경쟁때를 같이해 일부 은퇴가구는 위험 자산에 눈을 돌린다. 제로금리 상황에서 적자 벌충을 위해선 위험을 질 수밖에 없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환금 여부를 열어두지만 기본운용은 10년 이상 장기투자다. 부동산의 증권화 트렌드는 새로운 투자기회다. 아직 기관·법인시장이 대세지만 공모펀드로의 진입기회는 늘어날 수 있다. 노인국가답게 상속시장은 한층 커질 수 있으며 관련한 상품·서비스는 더욱 세분화되고 다양해질 전망이다.

일본 은퇴시장의 최대이슈는 단카이 세대의 대량퇴직이다. 1947~49년생인 1차 단카이세대 중 선두주자인 1947년생이 65세를 맞아 속속 퇴직 중이다. 향후 3년간 800만이 물러난다. 산업현장은 숙련자 부족, 정부는 재정압박이 본격화된다는 것을 뜻하지만 은퇴시장으로선 호재다. 당장 퇴직금이 매력적이다. 흔히 일시금으로 받는 퇴직금은 2012년에만 최소 15조엔 규모였다. 금융기관의 ‘단카이 머니’ 쟁탈전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특화상품을 먼저 출시해 주도권을 잡으려는 경쟁에 불이 붙은지 오래다.

일본경제단체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35년 근속연수(57세)의 표준적인 대졸 종합직인 경우 퇴직금은 2281만엔(약 2억5000만원)에 달한다. 월급 39개월어치의 거액이다. 고졸 종합직도 동일조건이면 1777만엔(약 1억9000만원)이다. 60세 정년퇴직자(종합직)의 퇴직금은 2492만엔(약 2억7000만원)이다.

버블붕괴 직후였던 1992년 2638만엔보다 다소 줄어든 규모다. 한편 퇴직금 지급형태는 71.2%가 퇴직일시금과 퇴직연금을 병행 중이다. 퇴직연금만 운영 중인 곳은 아직 10.6%에 불과하다. 금융회사으로서는 이 시장을 결코 놓칠 수 없다.

지금껏 퇴직금은 불리려는 경우 주로 국내 주식이나 해외펀드 등을 선호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손실경험을 목격한 이들에겐 위험자산 매력이 떨어졌다. 그렇다고 이자가 거의 없는 예·적금에 묶어두기도 답답하다. 게다가 단카이세대는 입맛마저 까다롭다. 2007년 기대했던 퇴직 특수가 무위로 돌아갈 정도로 소비성향이 개별·복합·세분화된 고객이다. 결국 이 수요를 푸는 쪽이 노인자금 선점·독점의 승기를 잡을 확률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금융 노년학(Financial gerontology)’이 주목된다.

이는 노인의 심리에 정통하고 유리한 조언을 해주고, 노후 설계 방향을 정해질 수 있는 인재의 활약을 의미한다. 이들은 일·건강·주거 등의 생활 이슈부터 노후자금·세무·연금·장의·상속 등에 이르는 포괄 이슈를 다룬다. 노인생활 전체를 관리해 주는 서비스다. 업계는 파애낸셜 플래너(FP)의 다음 단계로 금융실무와 금융 노년학이 융합된 ‘시니어 라이프 플래너’의 등장을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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