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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 STOCKS -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U.S. STOCKS -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활력 떨어진 황소장세를 예측하기란 무엇보다 어렵다. 하지만 언제 떨어질까 걱정할 때는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다. 모두가 더 오를 것이라고 열광할 때가 항상 문제였다.



“주가대폭락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언젠가 일어날지는 모르지만.”

‘오바마의 현인’ ‘투자의 귀재’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3월 14일 미국의 경제전문 케이블채널 CNBC에 나와 한 말이다. 버핏은 “앞으로 50년 내에 주가가 오르든 떨어지든 사람들이 비정상적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몇년 이내는 아닐 것 같다”고 친절한 설명을 덧붙였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서도 주식에 대한 신뢰를 고수했고, 그의 신념은 적중했다. 그러나 버핏이라고 사람들의 불안감을 모두 치유할 수는 없다. 시장이 너무 달아올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그때부터 사람들은 초조해지는 법이다.

미국 증시는 요즘 불안감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불 마켓(bull market, 황소장)’이 5년을 넘기면서 벌어진 일이다. 2009년 3월 9일 글로벌 금융위기의 맨 밑바닥에서 시작된 주가 상승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 5년간 S&P 500은 177%나 올랐다. 1920년대 대공황 이래 6번째로 긴 상승 랠리다. 이번 황소장의 출발점은 2007년 주택버블 붕괴와 이어진 글로벌 금융위기다. 상당수 투자자는 그때 입은 손실을 아직도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주가하락을 점치는 사람들그런데 황소장이 5년을 넘어서자 상승세가 언제 꺽일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제2차 세계 대전 이래 상승 흐름을 6년 이상 이어간 장세는 세 차례 밖에 없을 정도로 드물기 때문이다. 시장에 돈이 모자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넘쳐난다.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양적완화 규모를 축소하기 시작한 이후 글로벌 투자자금은 이미 신흥국에서 미국으로 일차 이동을 마쳤다. 월스트리트엔 ‘조정(correction)을 기다리고 있다’는 큰손들이 줄을 서 있다.

주가하락을 점치는 이들에겐 몇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빌린 돈으로 주식을 사는 규모가 사상 최대로 불어났다. 지난 1월 증권담보대출(marging debt)은 4513억 달러로, 직전 황소장세의 꼭지점이었던 2007년 7월 3814억달러보다 훨씬 많다. 증시의 오랜 역사는 빚을 내 주식 투자하는 이들이 크게 느는 시점이 황소장의 폐막이자 베어마켓(대세 하락장)의 서막 신호라고 증언한다.

주가수준이 더 이상 낮지 않다는 통계도 있다. 팩트세트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은 평균 15.5다. 지난 10년간 평균치인 13.9보다 높은 수치다. 지금의 장세가 1990년대 후반 IT 버블이 터지기 직전과 흡사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IT업체들이 다수 포진한 나스닥 지수는 금융위기가 덮친 2008년 대비 150%나 뛰었다.

우량주 위주인 다우존스 지수상승률을 배 이상 앞질렀다. 바이오 기업들은 올 들어 14곳이나 뉴욕증시에 상장했다. 기술주에 돈이 몰리는 모습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데도 이름 뒤에 ‘닷컴(.com)’만 붙으면 돈이 붙던 닷컴 버블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급기야 연준 간부들까지 거품론에 가세했다. 리처드 피셔 달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3월초 한 강연에서 “일부 증시 지표들이 1990년대 닷컴 버블때 봤던 것처럼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eye-popping)의 수준에 있다”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강력한 비관론으로 ‘닥터 둠’이란 별명이 붙은 마크 파버는 아예 “미국 주식이 30~40%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3월 1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내 의견은 지금은 미국 주식을 살 때가 아니라 빠져나올 때라는 것”이라며 증시 이탈을 부추겼다.

게다가 증시 바깥엔 순식간에 증시를 얼어붙게 할 냉매들이 산재해 있다. 크림반도의 운명을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의 격돌이 그중 하나다. 시장은 30여년만에 다시 동서 냉전을 맞고 있다. 신냉전은 원자재 시장과 실물 경기에 균열을 일으켜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월가는 대체적으로 상승흐름이 당분간 더 이어진다는 쪽에 베팅하고 있다. 여기엔 다분히 경험칙이 작용한다. JP모건의 수석 주식전략가 토마스 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4년 이상 지속됐던 황소장세의 ‘끝’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경기침체(recession)’다. 즉 꺽일 것같지 않았던 황소장세의 문을 닫은 것은 실물 경기를 냉동시킨 경기 침체였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월가가 믿는 것은 무엇보다 미국 경제의 회복세다. 한때 8%가 넘었던 미국의 실업률은 2월에 6.7%까지 떨어졌다. 5년여만에 최저치일뿐 아니라 연준이 고용안정의 기준치로 삼는 6.5%에 육박해있다. 실업률 수치만 하락했을뿐 고용 창출 능력은 신통치 않았는데 2월엔 신규일자리가 17만5000개 늘면서 숨통이 트였다. 연준 내부에선 올 연말 실업률이 6%까지 하락하는 등 고용지표가 한층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론까지 제기된다.



올해는 황소장세 기대 어려워게다가 실물경기의 움직임이 달라지고 있다. 동부지역을 강타했던 수십년만의 폭설과 한파가 지나가자 경기지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2월 공장생산은 전달보다 0.8% 증가했다.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미국 백악관이 이런 경기 회복세에 ‘인증 도장’을 찍었다 . 또 올해 미국 경제가 3.1% 성장하고, 내년성장률은 3.4%로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2005년 이후 최고 성장률이다.

더구나 이 같은 예측치의 토대는 지난해 11월이다. 올 초 경제 상황이 더 나아진 것을 감안하면 성장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 백악관 뿐만이 아니다. 워런 버핏 같은 전설적 투자자도 “미국 경제는 모든 것을 헤치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론 대열의 맨 앞줄에서 있다.

미국 경제의 키를 쥔 연준도 우호적이다. 양적완화 규모를 줄이고는 있지만, 연준은 통화정책의 경기부양 기조를 계속 유지한다고 여러 차례 못박았다. 양적완화 축소는 욕탕의 수도꼭지를 잠근다는 것이지, 욕탕의 물을 덜어낸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풀려나간 3조달러의 돈은 당분간 시중에 그대로 있게 된다.

금리인상 시기는 다소 가까워졌다. 지난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선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하지만 FOMC가 사실상의 제로금리를 상당기간 유지하겠다는 약속을 올해 깨뜨릴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그렇다면 버블 우려는? 증시엔 버블 징후 못지 않게 그런 걱정이 지나친 것임을 보여주는 지표들도 즐비하다. 1990년대는 기술주 세상이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당시 시장 자금의 85%가 기술주로 쏠렸다. 이번 장세에선 S&P 500지수의 주식 중 381개가 올랐다.

전 종목이 고루 오르면서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S&P 500 지수 중 주가가 가장 많이 오른 5개 종목 어느 것도 기술주가 아니다. 이번엔 실적도 뒷받침됐다. 자료에 따르면 S&P 500 기업들의 이익은 2009년 이래 매 분기 평균 21% 증가했는데 이는 닷컴버블 시기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CNBC의 증시 전문가인 짐 크래머는 “소셜미디어 주식과 인터넷 주식이 새로운 기술주 버블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다른 주식들은 적절한 밸류에이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레미 그랜덤도 버블이 아니라는 쪽에 힘을 실었다. GMO 펀드 공동창업자인 그는 증시 버블 예측의 최고 권위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미국 금융전문지 배런스와의 인터뷰에서 “주가가 확실히 과대 평가돼있기는 해도 버블이라고 말하긴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주가가 지금보다 30%정도 더 상승해야 진정한 버블이라고 말할 정도가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가는 이번 장세에서 얼마나 더 오를 수 있을까? 과거 사례를 보면 6년 동안 지속된 황소장세에선 주가가 26% 더 상승했다. 하지만 올해엔 그같은 활황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압도적이다. CNN머니가 30여 명의 시장 전략가들에게 물어본 3월 조사에 따르면 대다수가 6% 상승을 점쳤다. 지난해 주가가 약 30% 오른 것을 떠올리면 미약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은행 이자를 따져보면 결코 하찮은 수익이 아니다.

증시 예측은 언제나 어렵다. 이번처럼 활력이 떨어진 황소장세의 경우엔 특히 그렇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시장이 스스로 조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닷컴 버블과 주택 버블을 또렷히 기억하고 있다. 시장 도처에 경고 사이렌이 있다. “짓는 개는 물지 않는다”는 옛말처럼 언제 떨어질까 걱정하고 있을 때는 주가가 급락하지 않는다. 모두들 더 오를 것이라고 열광할 때가 항상 상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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