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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제약사 리베이트 공개된다

미국 제약사 리베이트 공개된다

대학병원을 포함한 140개 의료기관의 조사에서 각 부문 과장 중 60%가 개인적으로 제약회사와 유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다니는 병원 의사에 관해서는 동네 커피집이나 술집 주인만큼 잘 모른다. 우리 아이의 호흡을 재는 소아과의사로부터 대학 실험실에서 땀 흘리는 특별 연구원까지 의학계는 상당히 비밀스럽다. 티끌 한 점 없이 흰 가운과 불가해한 클립보드에 가려져 있다. 하지만 앞으론 달라질 듯하다.

오는 9월 30일부터 1차 진료 내과·산부인과·피부과 및 기타 의사들에게 제약회사들이 제공한 온갖 컨설팅 수수료, 스톡 옵션, 휴양지 여행 등이 공개된다. 미국 시민 누구나 정부가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검색할 수 있다. 이른바 건강보험개혁법에서 ‘선샤인 법’으로 불리는 투명성 조항이다.

대형 제약사들이 의사와 교육병원(teaching hospitals, 주로 대학병원)에 제공한 금품과 기타 귀중품을 메디케어(Medicare, 고령자의료보험) 및 메디케이드(Medicaid, 영세민 의료보조) 서비스 센터들이 공시할 수 있도록 한다.

몇몇 의사는 쾌재를 부른다. “제약회사들과의 관계에서 이해충돌과 금전거래가 미국 내 의료행위, 의료연구, 의료교육의 거의 모든 측면에 널리 퍼져 있다.”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에릭 캠벨이 말했다.

캠벨은 비윤리적 잠재성을 지닌 행위를 여러 해 동안 추적해 왔다. 2004년 그는 동료들과 함께 140개 의료기관을 조사했다(미국 내 125개 의대와 15개의 독립적인 대형 교육병원). 각 과의 과장 중 60%가 개인OATH적으로 제약회사와 일정한 형태의 유대관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는 갖가지 역할의 일자리가 포함됐다.

컨설턴트, 과학자문위원회 위원, 유급 강사, 이사회 간부나 이사 등이다. 조직 차원에선 제반 부서 중 3분의 2가 업계에 뚜렷한 부채의식을 갖고 있었다. 연구장비, 무제한의 자금·연수 또는 특별연구원 교육 지원, 계속적인 의료교육 지원, 지적재산권 라이선스 수입 배당 등을 통해서였다.

“빈번히 그리고 종종 상당히 큰 이익이 남는 금전거래가 오가지 않는 분야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캠벨이 말했다. 얼마나 짭짤할까? 2014년 3월 미국의사회지에 한 조사가 발표됐다. 50대 제약회사 중 40% 가까이가 대학병원 지도자들을 이사로 앉혔다. 이들 이사의 연간 보수는 평균적으로 25만 달러를 웃돈다.

“이들 개인은 이사로서 주주들에게 수탁책임(주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것은 제약회사와의 관계에서 단순한 컨설팅과는 전혀 다른 측면이다.” 그 연구서의 작성자인 월리드 F 젤라드 피츠버그 의과대학원 조교수가 말했다.

대학병원 지도자 자리에는 연구·임상·교육 임무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이 따른다. 그리고 이들 대학병원 지도자 중 한 명이 영리사업체의 수탁책임까지 동시에 맡을 때 상당한 이해충돌이 발생한다.

이해충돌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문제가 아니다. 의사와 대형 제약회사의 긴밀한 협력은 불가피하다. 그 과정을 어떻게 투명하게 만드느냐가 관건이라고 사우스캐롤라이나 의대의 에타 D 피사노가 말했다. 대중 그리고 특히 개별 환자들은 의사가 업계의 누구를 만나고 어떤 계약을 했는지 알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비윤리적인 성격의 관계가 핵심이다.

그런 보이지 않는 부적절한 관계가 널리 퍼져 있을지도 모른다. 캠벨은 영국 최대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최근에 겪은 문제들을 예로 든다. 2013년 여름, GSK는 의사와 당국자들에게 4억8300만 달러에 상당하는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중국 당국에 기소 당했다. 5월 초에도 폴란드와 이라크에서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GSK뿐이 아니다. “지난 5년 간 위법행위를 하고, 의사들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정말 나쁜 짓으로 연방정부와 합의한 제약회사들의 기록을 보면 대형 제약회사가 모두 연루됐다”고 캠벨이 말했다. “그리고 다수가 재범자들이다.”

바이옥스의 교훈은 대형 제약사와 연구기관의 결탁이 어떻게 국민건강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바이옥스는 1999년 진통제로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그러나 직후 그 약에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보도가 터져 나왔다. FDA 추산에 따르면 3만8000~14만 명의 환자가 바이옥스로 인해 심장마비와 뇌졸중을 일으켰으며 그중 30~40%가 사망했다.

머크는 2004년 그 인기 절정의 진통제를 리콜했다. 그뒤 법무부는 머크를 기소했다. 부정표시 약품을 불법 홍보하는 한편 약의 안전성에 관해 정부에 허위 보고한 혐의였다. 머크는 민사와 형사 소송 모두 유죄를 인정하고 전체 합의금으로 정부에 9억5000만 달러를 지급했다.

그밖에 집단소송에서도 개인 소비자 원고들에게 50억 달러 가까운 돈을 지불하고 합의를 봤다(거액이기는 하지만 회사의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힐 정도는 아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1999년 중반부터 2004년 9월까지 머크의 바이옥스 매출이 110억 달러를 웃돌았다).

약이 출시된 직후 몇몇 주요 관계자가 그 위험을 알았을지 모른다는 주장이 소송 중 제기됐다. 보스턴에 있는 브리검 여성병원의 마이클 와인블라트가 그 비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바이옥스 소화기관결과리서치(VIGOR)’ 연구를 이끈 장본인이다.

초기 VIGOR 조사에선 많이 연구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디클로페낙을 복용한 대조군 환자와 바이옥스 사례를 비교했다. 바이옥스 복용자의 심장마비나 사망률이 두 배에 달했다. 그러나 와인블라트는 그 문제를 조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약은 계속 시중에 유통됐다.

당시 그는 7만2975달러 상당의 머크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머크 컨설턴트로서 보수도 받고 있었다. 2006년 와인블라트는 공영방송 NRP에 이렇게 변명했다. “내가 자문위원회에 잠시 몸 담은 일과 나의 (VIGOR 안전위원회) 의장 역할 간에 이해충돌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 심히 유감스럽다.”

와인블라트가 머크로부터 수백만 달러를 받지 않은 건 맞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돈을 받았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거의 누구나 도덕적으로 용인할 만한 작은 선물이라도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사회학자들은 말한다. 노골적인 요구 없이 제공하는 선물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약회사들은 다수의 작은 선물을 건네주는 일을 사업의 본질적인 한 부분으로 만들었다. 2012년 제약업계는 제품 홍보에 270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제약회사들은 이른바 ‘디테일링(detailing)’을 포함해 다양한 방법으로 약품 마케팅을 한다. 디테일링은 약국 책임자뿐 아니라 의사를 대상으로 하는 대면 홍보활동을 말한다. 의사들에게 하는 식사대접, 의학교재 형태의 선물 제공 등을 포함한다.

의사들에게 제공하는 무료 샘플은 제약회사의 통상적인 마케팅 비용의 또 다른 부분이다. 의사들은 이들 무료 샘플을 받아 나눠주면서 가난한 환자들을 돕는다고 믿고 싶어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명백한 이해충돌 외에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결국 환자들의 처방약 비용이 전체적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점이다. 의사들이 종종 더 값싼 다른 복제약 대신 샘플을 받은 약을 처방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을 갖기 때문이다. 제약회사들은 또한 모임을 주최하고 의사들에게 상당한 강연료를 지불하며 특정 약품의 복용에 관해 논하도록 한다.

“여러 해 동안 완전히 제도화된 형태의 리베이트, 의학계의 지하경제가 있었다”고 캠벨이 말했다. “의사와 기관들은 오랫동안 이 같은 많은 관계를 통해 혜택을 봤다. 그들은 자신들에게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여긴다. 그들 중 다수는 그것을 자신들의 권리로 본다.”

의사들이 “대중을 위한 정직한 중재자”역할을 하도록 하고 “기본적으로 의사들이 제약회사의 꼭두각시가 되지 않는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피사노는 말한다. 그녀는 로버트 N 골든과 로라 슈와이처 등 2명의 의사와 협력해 원칙을 수립했다. 의사들이 제약업계와 거래에 따르는 어려움에 더 윤리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원칙이다. “책임자가 될 때 업계와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느냐에 관한 기준이 있는지 찾아보다가 다소 충격을 받았다. 아무런 지침도 없었다”고 그녀가 말했다. “그래서 우리가 작성했다.”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적 제안은 현재로선 그뿐이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가능성이 크다. 정부 당국자들은 이 문제에 개입하기를 꺼린다. 그리고 약품 증정을 금지하는 주법이 미국헌법 수정 제1조(언론의 자유)를 위반한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 그 결과 자체적으로 정책을 개발하고 집행하는 책임이 모든 교육기관에 맡겨졌다.

하지만 선샤인 법의 영향으로 대학병원 관리자들이 피사노 팀의 권고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교과서에 그런 정책을 만들라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어쨌든 약품 연구소와 병원 간 관계의 때로는 추잡한 뒷거래를 조사원들(그리고 기자들)이 조명하는 데 필요한 기본 데이터가 곧 무더기로 쏟아져 나오게 된다.

어쩌면 그보다도 개인들이 그 정보를 토대로 자신의 건강관리를 어디에 맡길지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그 데이터가 의사 평가와 등급 시스템에 통합될 수도 있다. 옐프(생활정보 검색 서비스) 같은 툴이 사업체의 흥망을 좌우하기도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선샤인 법은 시장에 더 우수한 관행이 도입되도록 할지도 모른다. 대중이 도덕적인 의사들을 더 자주 선택하면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의사가 더 많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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