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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APEC 정상회의에 한국 면세점·화장품 기업 활짝 웃다

북경 APEC 정상회의에 한국 면세점·화장품 기업 활짝 웃다

11월초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간 동안 국내 면세점과 백화점이 때 아닌 ‘요우커 특수’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는 PEC 정상회의가 열린 7~12일 사이 시내 스모그와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베이징 일대 공공기관과 학교, 기업 등에 임시휴일을 선포했다. 이 기간 동안 휴가를 즐기기 위해 베이징 시민이 지리상으로 가까운 한국을 대거 찾으면서 국내 유통업체는 환호성을 질렀다. ‘쇼핑의 메카’인 명동은 요우커로 북새통을 이뤘고 면세점, 백화점 등에서는 줄지어 쇼핑하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10월 초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1~9일, 골든위크)에 이은 ‘미니 골든위크’가 내수시장에 뜻밖의 단비를 뿌렸다.

올해 한국을 찾는 중국인은 최대 6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수만 급증한 것이 아니다. 국내 내수 산업에 대한 매출 기여도는 더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요우커가 지난해 한국에서 쓴 돈은 총 7조7000억원으로 추산되며, 올해는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요우커 한 명이 평균적으로 한국 여행 때 쓰는 돈은 2008년 130만원에서 지난해 236만원으로 80% 급증했다. 같은 기간 일본인관광객이 쓴 돈은 107만원에서 103만원으로 오히려 4.2% 감소했다. 산업연구원은 요우커의 지출이 국내 산업에 미치는 생산 유발 효과가 지난해 13조3700억원이라고 추정했다.

최근엔 명품 브랜드와 국내 화장품 브랜드뿐 아니라 기저귀, 분유 등의 아기용품과 전기밥솥, 냄비와 같은 생활용품, 고가의 혼수용품에 이르기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에 대한 요우커의 선택 폭도 넓어지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큰손’ 요우커의 마음을 잡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다. 주식시장에서도 요우커 수혜주의 주가가 연일 상승세다. ‘APEC 휴일’ 동안 한국을 찾은 요우커의 여정을 따라가 보면 돈 버는 기업, 투자가치가 높은 기업이 보인다.
 1 도착해서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중국 당국이 ‘APEC 휴일’을 정한 직후 한국과 중국을 오가는 항공 노선은 순식간에 좌석이 동났다. 11월 5∼10일 베이징에서 출발해 인천·김포·부산·무안으로 오는 아시아나항공의 4개 노선 항공편은 이미 10월말 95%가 예약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11월 전체 평균 예약률이 60% 초반인 것과 비교하면 APEC 기간 예약률은 굉장히 높았다”며 “특히 베이징 출발 수요가 크게 늘었고 한국을 경유해 일본이나 대양주, 동남아로 가는 중국인 승객도 많았다”고 말했다. 대한항공 또한 정상회의 기간 동안 빈 좌석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인천공항은 입·출국하는 요우커로 붐볐다.
 2 고치고 - 메디톡스·산성앨엔에스
서울을 찾은 여성 요우커 중 강남의 성형외과를 첫 코스로 잡는 이가 늘고 있다. ‘K-드라마’ ‘K-팝’ 등이 불러온 한류스타 열풍으로 한국성형외과에 대한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다. 체류기간이 4~5일 정도로 짧아 미리 예약한 후 방문 첫날 시술을 한다. 그래야 출국 전에 붕대를 풀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가 올 초 발간한 ‘중국인 성형 의료관광 환자 추이’ 보고서를 보면 2009년 791명이었던 중국인 성형 의료관광객은 2012년 9840명으로 3년 새 12배가 증가했다. 성형열풍으로 주목받는 기업은 메디톡스와 산성앨엔에스다. 특히 메디톡스는 의료·미용성형시장 성장에 따라 실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국내 최초로 보톡스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인 ‘메디톡신’을 개발해 2006년부터 판매 중이며, 원천기술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3 쇼핑하고 - 롯데·신세계백화점, 신라·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은 11월 7~12일 중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신용카드인 은련카드 매출이 지난해와 비교해 65% 늘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은련카드 매출은 52% 늘었고, 현대백화점은 7~9일 은련카드 매출이 82% 증가했다. 요우커는 씀씀이가 크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을 찾은 한 중국인은 에르메스 매장에서 시계 구매에 1억원을 썼다. 갤러리아 명품관을 방문한 중국인 고객은 동 페리뇽 샴페인 한정판과 아이리스 반 헤르펜이 디자인한 샴페인 예술작품 ‘코쿠나아제’(1870만원 상당)를 사갔다. 국내 백화점의 중국인 고객 의존도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롯데백화점 본점의 경우 올해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6.5%에 달한다.

서울지역 신라면세점 역시 11월 7∼9일 동안 전년 동기 대비 약 60%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국내 면세점 업계는 지난해 엔저와 경기 불황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는 기염을 토했다. 모두 요우커 덕분이다.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신라면세점) 등은 올해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이어갔다.
 4 선물했다 - 아모레퍼시픽· MCM·쿠쿠전자
화장품업계의 대장주 아모레퍼시픽은 중국법인의 높은 매출 성장률과 면세점 내 중국인 구매비중 급증 등으로 최근 ‘200만원 황제주’에 등극했다. 1년간 주가가 3배 가까이 뛰었다. 중국 화장품 소비세가 인하될 경우 더욱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패션 브랜드 중 요우커 특수에 힘입어 다시 부상하는 경우도 있다. MCM이 대표적이다. 요우커가 많이 찾는 롯데백화점 본점 MCM 매장은 ‘싹쓸이’ 쇼핑 방지 차원에서 하루 쇼핑 한도를 뒀을 정도다. 롯데백화점이 올해 상반기 중국 은련카드 매출을 분석한 결과 MCM, 모조에스핀, 지고트 등 4개 매장은 중국인 매출 비중이 50%를 넘었다.

최근에는 쿠쿠전자, 리홈쿠첸 등 한국 밥솥도 요우커의 주요 쇼핑 아이템으로 자리했다. 면세점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고 중국 내 프리미엄 브랜드로 안착 중이다. 쿠쿠전자의 면세점 매출액은 2012년 928만 달러에서 지난해 2005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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