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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홀리는 극단주의 온라인 선전

청소년 홀리는 극단주의 온라인 선전

지난 2월 15일 이슬람국가(IS)가 이집트인 콥트교도 21명을 참수했다는 동영상을 공개했다 (동영상 캡처).
“너는 강하고 현명하니 올바른 결정을 내리리라 믿는다. 우리는 네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너를 보고 싶어한다. 우리 모두 네 걱정을 많이 한다. 네가 떠나면서 남기고 간 것들을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네게는 밝은 미래가 있었다. 그러니 제발 집으로 돌아와라.”

아미라 어베이스(15)가 가출한 사실을 알게 된 뒤 큰 충격을 받은 부모가 그녀에게 보낸 호소였다. 그녀는 두 친구 카디자 술타나(16), 샤미마 베검(15)과 함께 지난 2월 17일 영국 개트윅발 터키행 비행편에 몸을 실었다. 시리아로 건너가 ‘지하드 신부(jihadi brides)’로서 이슬람국가(IS, 수니파 과격 무장단체)에 가담하려는 시도로 경찰은 판단한다.

그러나 그런 안타까움과 함께 분노의 목소리도 들려 왔다. 3명의 소녀 모두 런던의 베스낼 그린 아카데미 학생이었다. 이들에게 아크사 마무드(20)가 트위터를 통해 접근한 사실이 드러났다. 2013년 글래스고에서 시리아로 날아가 IS에 합류했던 또 다른 여성이다. 마무드의 가족은 그녀의 계정을 모니터하고 있던 영국 정보당국으로부터 “답변을 듣고 싶은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IS 대책에 관해 아무리 떠들어대도 아이들의 IS 가담을 막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조차 취하지 못한다면 법을 새로 만들어봤자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마무드의 가족이 성명서를 통해 정부를 성토했다.

이미 알려진 성전주의자가 트위터 같은 주요 플랫폼을 통해 십대 3명을 급진주의자로 전향시켰다는 사실은 서방 정보당국의 전략에 큰 구멍이 뚫렸음을 말해준다. 극단주의자들의 온라인 선전선동의 막대한 규모에 정부 당국이 치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 2월 17일 영국 개트윅발 터키행 비행편에 탑승한 것으로 알려진 영국인 십대 소녀 3명이 보안 검색대를 통과하는 CCTV 이미지.
영국 내무부는 그런 프로파간다가 “급진주의에 넘어가기 쉬운 사람들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문제점을 시인한다. 소셜미디어 업체와 시민사회 단체들과 협력해 이 같은 이른바 ‘침실 급진화(bedroom radicalization)’에 맞서야 한다고 내무부는 강조했다. 덧붙여 온라인에 나도는 불법적인 테러리스트 자료의 삭제가 3배 가까이 증가했음을 보여주는 통계를 공개했다.

내무부는 온라인 극단주의와의 싸움에 관한 정부 지출통계는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의 대(對)테러 인터넷 조사팀(CTIRU)이 삭제한 온라인 극단주의 자료가 2013년 12월 이후에만 5만6000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2010~2013년에 삭제한 1만9000건에서 30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미국이 주도하는 IS 대책연합의 다른 구성원들도 온라인 대(對)테러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호주 정부는 테러리스트 선전물을 퍼뜨리는 웹사이트와 소셜미디어 계정의 폐쇄에 1800만 달러를 배정할 계획이라고 조지 브랜디스 호주 법무장관이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또한 IT 업체들로부터 더 많은 정보를 입수하고 있다. 지난해 트위터에 194건의 정보 요청을 했다. 그 전해의 82건보다 112건 늘어난 수치다. 페이스북에는 2013년 하반기 1906건의 데이터를 요청한 반면 2014년 상반기 요청건수는 2110건이었다. 2월 하순 백악관에서 있은 급진주의 대책 대표자 회의에 테레사 메이 영국 내무장관이 참석했다. 그녀는 IT 및 소셜미디어 업체들에 그들의 플랫폼에서 불법 테러리스트 관련 자료가 유통되지 못하도록 힘써 달라고 요청했다.

“모든 기업이 급진주의자들의 자사 플랫폼 사용을 일절 허용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맞서야 한다”고 메이 내무장관이 대표자 회의에서 말했다. “그들의 플랫폼이 급진주의자를 위해서나 테러 목적으로 오용되지 않도록 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그들에게 있다고 믿는다.”

현혹되기 쉬운 영국인의 눈앞에서 극단주의 자료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영국 보안당국만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고양이가 쥐를 좇는’ 식의 이 같은 전략이 전혀 힘을 쓰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영국 당국은 이미 “능력의 한계에 다다랐다”고 말한다.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급진주의 콘텐트의 홍수 때문이다. 급진주의 대책 싱크탱크인 전략적대화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인 에린 솔트먼 박사의 진단이다. “분명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콘텐트가 엄청나다. 그 콘텐트를 제거해야 할 문제로만 본다면 고양이가 쥐를 좇는 식의 게임을 계속하게 된다”고 그녀가 경고했다. “하지만 그것을 반론하고 함께 토론할 수 있는 대상으로 본다면 아이디어 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

IS에 의해 유명해진 잔인한 참수 동영상 같은 자료들은 몇 번이든 때로는 수천 번이라도 삭제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찾아내 보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래도 여전히 접근 가능하다고 솔트먼 박사는 지적한다. 따라서 영국 내무부가 자랑하는 7만6000건의 삭제 건수도 여전히 대단치 않은 수준이다. 수천 건의 콘텐트 삭제가 불과 몇 건의 똑같은 자료에 한정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녀는 덧붙인다.

“온라인에 나도는 급진주의 자료의 양에 비하면 그 수치는 실제로 보잘것없다. 여전히 강물에 돌 하나 던져 넣는 것과 다름 없다. 문제의 근원 그리고 그런 자료에 현혹되기 쉬운 사람들을 살펴봐야 한다.”

그런 방대한 양의 급진주의 콘텐트를 영국 정부당국이 모두 저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온라인 해적판 거래를 막기 위한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부질없는 몸짓에 비교할 수 있을 듯하다. 영국의 정치 싱크탱크 데모스 산하 소셜미디어 분석연구소 제이미 바틀렛 소장의 관측이다.

“세계 영화업계의 자금력을 모두 동원해도 해적판 비디오의 유통을 막을 수 없다. 1800만 달러로 어떻게 극단주의 단체들을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호주 테러리스트 선전선동 퇴치’ 이니셔티브에 대한 바틀렛 소장의 평가다. “영화사들이 자신들의 콘텐트를 불법 복제하는 사람들을 적발하는 데 얼마나 많은 돈을 쓰려 한다고 생각하는가? 그들의 자금 규모는 애당초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복수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보유하고, 암호화 소프트웨어를 이용하고, 개인 IP 주소를 은폐하기가 갈수록 훨씬 더 쉬워진다. 사람들이 서로를 죽이지 못하도록 막는 데 우리의 자원과 에너지를 집중해야지 자료를 못 보도록 막는 일은 부차적인 문제다. 그런 자료가 사람들을 급진화할지 안 할지, 또는 제거할 수 있을지 없을지도 우리는 잘 모른다.”

극단주의 콘텐트의 제거는 ‘소극적인 조치(negative measure)’라고 급진화 전문가들은 말한다. 온라인 극단주의 문제를 다른 플랫폼으로 밀어내거나 극단주의자들의 집요함 때문에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의미다. 급진화 대책 싱크탱크 퀼리암 재단의 하라스 라피크 대표는 감시 대상인 한 특정 성전주의자의 예를 든다. 80번째 트위터 계정을 이용 중인 한 성전주의자는 계정을 새로 만든 뒤 3시간 이내에 팔로어 5000명을 끌어 모은다.

그렇다면 테러 콘텐트(참수 동영상, 끔찍한 이미지, 호소력 있는 모집 광고)의 쓰나미가 젊은 영혼들을 사로잡지 못하도록 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 극단주의 메시지의 영향을 상쇄하는 ‘반대 스토리’를 개발해야 한다고 라피크 대표는 말한다.

“소극적 조치 자체는 효과가 없다. 반대 스토리가 더 필요하다. 테러 단체 모집책들이 던지는 메시지에 맞서 그들의 일부 논리를 반박하는 개별적인 운동가가 더 필요하다. 온라인에서 프로파간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는 거기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있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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