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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휴대전화에 둥지 틀어라

중국 휴대전화에 둥지 틀어라

미국의 신생 앱 벤처 아이베리파이는 중국의 ZTE 단말기에 자신들의 아이프린트 ID 기술을 장착해 수백만 소비자에게 노출시키는 효과를 얻었다.
극도의 포화상태에 이른 모바일 앱 시장에서 개발자가 존재를 알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앱의 종류가 너무 많아 눈에 띄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글 플레이와 애플 앱 스토어 모두 각자 100만 종 이상의 앱이 있지만 어느 쪽도 새 앱을 찾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구글 플레이가 최근 앱 광고를 테스트하기 시작하고, 애플이 핀터레스트(이미지 공유 사이트)와 제휴해 앱을 ‘핀(게시)’할 수 있도록 한 이유다.

요즘엔 앱 메이커들이 중국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샤오미·ZTE·레노보·화웨이 같은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제휴에서 성장의 지름길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중국 단말기에 자신들의 앱을 사전 설치해 수백만 소비자에게 자신들의 기술을 즉시 노출시키는 방법이다.

“앱을 알리는 데는 현재 최고의 유통 채널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고 IBB 컨설팅의 선임 파트너인 제퍼슨 왕이 말했다.

예컨대 ZTE는 그들의 신형 그랜드 S3 스마트폰에 아이프린트 ID 기능이 설치된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서다. 아이프린트 ID는 미국 미주리주 신생 벤처인 아이베리파이가 개발한 기술이다. 이용자 눈의 혈관 패턴을 읽어 신원을 인증하고 단말기 잠금장치를 해제하는 방식이다. 그 제휴를 통해 ZTE는 애플의 지문스캔형 ‘터치 ID’와 경쟁할 수 있는 기술을 얻고, 아이베리파이는 수익·유통 그리고 더 많은 노출 효과를 얻는다.

단말기에 통합되면 “어떤 이용자에게나 손쉽게 정보를 제공하고 사용해 보게 한다는 점에서 아주 편리하다”고 아이베리파이의 CEO 토비 러시가 말했다.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 용 스마트폰 키보드 플렉시가 메이주 스마트폰에 통합된 모습.
최근엔 샌프란시스코 업체 플렉시가 중국 휴대전화 제조사 메이주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플렉시는 대다수 스마트폰의 기본 설정 옵션을 대체할 수 있는 키보드 앱 제조사다. 그것을 메이주의 신모델 ‘메이주 블루노트’ 단말기에 사전 설치하는 계약 조건이다. 이 제휴거래로 플렉시는 필시 단시일 내에 신규 이용자를 다수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휴대전화 키보드를 대체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사전 설치되면 훨씬 더 많은 이용자에게 보급돼 우리 제품을 사용해 보도록 하는 효과를 얻는다. 이용자가 뭔지는 모르지만 어떻게 되겠지 하는 불안감을 안고 설치할 필요가 없다.” 플렉시의 최고운영책임자 아이오애니스 버델리스의 설명이다.

제휴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ZTE-아이베리파이 연합 같은 몇몇 경우엔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돈을 주고 기술을 도입한다. 하지만 앱 메이커가 돈을 주고 자신의 기술을 단말기에 끼워 넣는 경우도 있다. 또 한편으론 양측이 수입을 나눠 갖는 계약 방식도 있다. 가령 내부에 자체 구매 기능이 있는 앱의 경우다. 양측이 상대에게 서로 충분한 가치를 제공한다고 판단해 돈을 주고받지 않는 파트너십도 있다.

이 같은 트렌드는 미국 앱 개발자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스웨덴의 트루콜러는 레노보·화웨이와 손잡고 중국 소비자의 스팸 전화 차단을 도우며 이 같은 파트너십을 확대하고자 한다. 중견 업체도 페이스북·에버노트 같은 기업과 손잡고 자신들의 앱을 중국 단말기에 사전 설치한다.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미국 소프트웨어를 사전 설치하고 통합하는 데 따르는 이점이 있다. 제품을 차별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 제조사들은 일반적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작동되는 단말기를 판매한다. 따라서 여기저기 다른 기능을 추가함으로써 자사 전화의 안드로이드 버전에 차별성을 부여하고 소비자에게 구입해야 할 이유를 더 많이 제공한다.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차별화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 따라서 저마다 더 흥미로운 기술을 찾고 있다”고 얼라이언스 디벨로프먼트그룹의 데이비드 설리번 대표가 말했다. 다수의 미국 신생 벤처가 이 같은 파트너십을 맺도록 주선한 업체다.

2007년께부터 스마트폰 골드러시가 시작된 이후 개발자와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제휴해 왔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당시엔 개발자가 노키아·블랙베리·HTC 같은 기존 업체와 짝을 이뤘다. 그러나 근년 들어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부상하는 한편 그런 업체들은 몰락했다. 인터내셔널 데이터에 따르면 삼성과 애플의 뒤를 이어 중국의 레노보·화웨이·샤오미가 2014년 4분기 세계 5대 스마트폰 판매업체 리스트에 올랐다.

중국의 대다수 휴대전화 제조업체는 10억을 웃도는 자국 소비자를 등에 업고 급성장했다. 하지만 그들의 파트너십을 더 매력적으로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 있다. 이들 업체 중 다수가 더 많은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기 시작한다는 점이다. 두 가지 예를 들자면 샤오미는 인도의 광대한 시장 진출에 주력해 온 반면 ZTE는 미국 시장 진출에 진척을 보여 왔다. 이들 휴대전화 제조업체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파트너십 트렌드가 오래 지속되리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다.

이 같은 추세를 둔화시킬 만한 과속 방지턱은 하나뿐이다. 첨단업종의 미-중 관계가 계속 악화될 경우라고 모바일 앱 서비스 업체 앱스터의 미국 사업 본부장이자 글로벌 최고마케팅 책임자인 마이크 웰스가 말했다. 근년 들어 미국과 중국은 서로 불신을 키워 왔다. 미국은 대형 해킹 사건이 있을 때마다 번번이 중국을 비난하고 중국도 에드워드 스노든 사건(미국 국가안보국의 국민 감시 프로그램을 내부자였던 스노든이 폭로) 이후론 미국을 신뢰할 이유가 거의 없다. 지금은 중국 휴대전화 제조업체와 미국 앱 개발자가 같이 일하려고 열성을 보이지만 장차 양국 정부가 제한조치를 내린다면 협력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양국간 관계가 더 악화될 경우 불거질 수 있는 문제가 분명 있다”고 웰스가 말했다. 보안 관련 앱이 가장 영향을 받기 쉬운 처지에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누구도 이 문제에 관해 깊이 생각하지 않지만 잠재적으로 그런 문제를 초래하는 상황의 발생 가능성을 분명 예상할 수 있다.”

- 번역 차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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