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정윤섭의 한의학 칼럼 끝 홍삼은 만병통치약? - 두근거림·불안증에 먹으면 해로워

정윤섭의 한의학 칼럼 끝 홍삼은 만병통치약? - 두근거림·불안증에 먹으면 해로워

매년 명절 때만 되면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이 있다. 바로 홍삼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판매 1위를 차지할 정도다. 홍삼은 인삼을 증기로 쪄서 말린 삼이다. 인삼에 비해 붉은색을 띄어서 홍삼이라 부른다. 고려시대부터 우리나라 인삼은 다른 나라 인삼에 비해 약효가 뛰어나고 품질이 우수해 수출품으로 각광받았다. 홍삼이 유통과정에서 변질이 덜하고 약효가 보존되며 위에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발견된 이후 홍삼 생산량도 늘었다.

그렇다면 홍삼은 과연 효과가 있는 걸까? 있다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일단 건조하지 않은 생삼을 증기에 찐 홍삼은 피로회복이나 면역력 증진, 혈소판 응집 억제 등의 기능이 이미 실험을 통해 검증됐다. 여러 실험을 통해 인삼이 피로에 의해 손상된 근육을 회복시킨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면역력이 약해 감기에 잘 걸리는 환자군에게 4개월간 홍삼을 투여해서 감기에 걸리는 횟수가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를 입증한 연구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상하게 양의사·약사와 달리, 한의사에게 홍삼은 그다지 인기가 없다. 주변 한의사들을 봐도 홍삼을 챙겨먹는 한의사는 많지 않다. 일반인들은 홍삼을 건강기능식품으로 보지만, 한의사는 인삼을 특정 질환 치료용 한약으로 보기 때문이다. 약은 특정 질환이 발생했을 때 질환을 치료할 목적으로 복용한다. 홍삼도 마찬가지다. 의학적 효능과 가치는 인정하지만, 아프지도 않은 사람이 무조건 먹으면 좋다는 식으로 남용하는 상황은 다소 안타깝다.

한약방에 방문한 환자 중 일부는 가끔 ‘열이 많아서 인삼이 안 받는 체질이다’라고 본인을 진단하는 경우가 있다. 홍삼도 마찬가지다. 몸에 열이 많은 사람의 경우, 홍삼을 복용하면 더 열이 많아질까 봐 기피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렸다. 한의학에서 인삼은 큰 병을 오래 앓아서 기력이 쇠약해진 사람의 원기를 회복시키는 효과가 다른 어떤 약보다 뛰어나다. ‘보약의 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원기는 ‘양기’, 즉 사람이 활동하고 생활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다. 부족한 에너지를 보충하면 소화도 잘되고 집중도 잘되고 힘도 나고 면역력도 좋아지는 원리다. 마음이 불안하고 정신이 어지러운 사람을 안정시키는 효과도 있다.

인삼 자체가 몸의 열을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인삼이 에너지를 공급해 주기 때문에 몸의 대사율이 높아져 열이 난다. 다시 말하면, 에너지가 충분한 사람에게 에너지를 더 부어줄 경우, 반응이 없거나 오히려 열이 난다는 이유로 부작용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한의학은 크게 보면 음양의 의학이라고 할 수 있다. 양과 음의 부족과 과함을 판단해서 음양의 균형을 맞추는 게 치료의 근본이다. 이런 의미에서 홍삼은 양의 기운이 부족할 때 양기를 보충해주는 약이다. 그러므로 음이 부족해서 생기는 얼굴홍조, 두근거림, 불안증 등에 홍삼을 먹으면 음기를 더 부족하게 만들어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음을 보하는 숙지황이나 당귀 등의 보약을 처방해 음양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그럼 누가 홍삼을 먹으면 좋을까? 피부가 하얗고 몸이 냉하면서 입이 짧고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홍삼이 좋다. 늘 감기를 달고 살면서 핏기가 없고 잘 안 먹는 아이에게도 홍삼을 먹이면 효과를 볼 수 있다. 피로를 잘 느끼고 밥을 먹어도 기운이 나지 않는 경우, 홍삼을 며칠 먹으면 기운이 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피부가 검고 에너지가 넘치며 활동적인 사람은 홍삼이 안 맞을 수 있다. 이런 사람은 과로를 하면 기가 부족하기보다, 정력이 고갈된 경우가 많다. 홍삼 대신, 잘 먹고 푹 자면 다시 체력이 좋아진다. 한편 홍삼 특유의 쓴맛은 위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꿀이나 흑설탕을 타서 먹으면 위 부담을 덜어준다.
정윤섭 - KAIST 화학공학과와 원광대 한의학과를 나왔다. 대한 한방약침학회 정회원이며 성인병·다이어트 전문 병원 미소진 한의원장이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2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3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4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5‘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6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

7LG유플러스, 실속형 스마트폰 ‘갤럭시 버디3’ 공식 출시

8하나금융 1분기 순익 1조340억원…1년 전보다 6.2% 감소

9농협금융 1분기 순익 6512억, 전년 동기 比 31.2%↓

실시간 뉴스

1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2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3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4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5‘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