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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도 대물림한다

비만도 대물림한다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암, 심혈관계 질환 등 많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의 과학자들이 주요 ‘비만 유전자(obesity gene)’ 영역의 작동 방식을 알아냈다. 그리고 비만 유전자를 비활성화시키는 방법도 찾은 듯하다. 이로써 5억 명에 이르는 세계 비만 인구를 치료할 수 있는 길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

하버드대학과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과학자들은 지난 8월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이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체지방과 비만 관련 단백질(일명 ‘FTO 유전자’ 또는 ‘비만 유전자’)의 암호화를 관장하는 유전자 영역에서 DNA 코드의 일부를 변경해 대사작용을 촉진함으로써 과도한 지방을 태워 축적을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2007년 FTO 유전자의 특정 변종이 비만과 관련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지만 그 메커니즘은 알지 못했다. 연구팀은 이 변종 유전자가 체중 증가에 정확히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만과 연관된 FTO 유전자 변종과 정상 FTO 유전자를 지닌 유럽인들의 지방 세포를 연구했다.

그 결과 비만인 경우 FTO 유전자의 DNA 코드가 다른 연관 유전자 2종(IRX3와 IRX5)을 활성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유전자들은 ‘열생성(thermogenesis)’이라는 과정을 통해 지방이 연소되는 것을 막는다. (비운동성 활동) 열생성은 지방 세포가 지방으로 축적되는 대신 열의 형태로 에너지를 태우는 과정으로 건강한 FTO 유전자 영역에서는 자연스럽게 일어난다.

연구팀은 다음 단계로 Crispr/Cas9 유전자편집 기술을 이용해 실험쥐 연구를 진행했다. 실험쥐의 몸에 Cas9 단백질을 주사해 결함 DNA 코드의 서열을 교정하는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이용해 결함 DNA 코드를 제거하고 올바른 코드를 정착시킴으로써 실험쥐에게 과도한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연구의 주 저자인 매놀리스 켈리스 MIT 컴퓨터공학과 교수는 보도자료에서 “이런 방식을 통해 세포와 유기체 차원에서 에너지 축적과 소실 프로그램간의 전환을 유도함으로써 비만 치료에 희망이 생겼다”고 밝혔다. “비만은 전통적으로 음식 섭취량과 운동량 사이의 불균형에 기인한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개인의 신진대사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을 무시한 견해다.”

이 방식은 아직까지는 실험실 연구 차원에서 실험쥐와 인체 세포의 비만 해소에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지만 과학 전문가들은 연구 결과에 환호를 보내고 있다. 메인 메디컬센터 연구소의 클리포드 로젠 박사는 AP 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대단한 성과다. 많은 사람이 비만은 과식의 결과라고만 생각한다. 하지만 이제 지방세포의 활동 방식을 바꿔줄 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켈리스 교수에 따르면 FTO 유전자 변종이 반드시 비만을 유발하지는 않지만(음식과 운동은 여전히 비만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다) 비만의 위험을 높인다. 양친 모두에게서 이 유전자 변종을 물려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체중이 평균 3㎏ 정도 더 나간다고 켈리스 교수는 말했다.

비만은 제2형 당뇨병, 암, 심혈관계 질환 등 많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 미국 성인 인구의 3분의 1 이상이 비만이며 3분의 1은 과체중이다. 또 영국에서는 성인 인구의 4분의 1(약 1200만 명)이 비만으로 분류된다.

- JACK MOORE NEWSWEEK 기자 / 번역 정경희
 [박스기사] 걷기 싫고 앉는 게 좋은 이유 있다
로봇 외골격을 사용한 걷기. 우리는 가장 힘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움직인다.


에너지 소모를 최적화하기 위해 신경계통이 걸음걸이 조절해인간은 걸을 때 최대한 게으름을 피우도록 유전자에 각인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걸을 때 우리 몸은 에너지 사용을 인지하고 최적화하며 에너지를 가능한 한 적게 소모하려고 걷는 스타일을 신속히 조정한다는 것이다.

캐나다 사이먼프레이저대학의 연구팀은 걷기에 따른 에너지 소모를 조사했다. 자원자들의 걷는 방식에 제한을 가해 그들의 몸이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걷는 방식을 얼마나 빨리 효과적으로 조절하는지 관찰했다.

연구팀은 자원자들에게 평소대로 걷지 못하게 하려고 로봇 외골격을 착용토록 했다. 일부에겐 그 장치가 무릎에 저항을 가해 걷기가 평소보다 불편하게 했고 나머지에겐 저항을 줄여 더 쉽게 걸을 수 있도록 했다.

이 연구를 주도한 제시카 셀린저 교수는 “누군가를 새로운 규칙이 적용되는 신세계에 떨어뜨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고 테스트 과정을 설명했다. “이 신세계에선 진화나 발육 단계를 통해 확립된 걷기 전략이 쓸모없다.”

온라인 생물학 학술 매체 셀프레스의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이 연구 결과는 사람의 몸이 걷기 시작한 지 단 몇 분 안에 에너지 사용을 최적화하기 위해 걸음 빈도를 조절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논문 작성에 참여한 맥스 도널런 연구원은 “걸을 때 우리가 에너지를 약간이라도 절약하기 위해 걷는 방식을 쉽게 바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생 수백만 보를 걸으면서 확립된 걸음걸이의 특징도 금세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은 가장 힘이 적게 드는 방식으로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우리 대다수의 생각과 일치하는 결과다. 걸을 때 지름길을 택하고 서기보다 앉기를 선호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 연구는 이런 인간의 본능적인 게으름에 관한 생리학적 기초를 제공했다. 걷기 같은 익숙한 움직임에서도 신경계통이 무의식적으로 에너지 사용을 감지해 최대한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면서 움직이는 방법을 끊임없이 찾아 계속 최적화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셀린저 교수는 “그처럼 신속하고 정확히 에너지 소모 패턴을 감지하고 최적화하는 것은 신경계통의 놀라운 능력”이라고 말했다. “그처럼 게으름을 잘 피우려면 신경이 아주 똑똑해야 한다.”

― HANNAH OSBOR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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