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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황제의 옷을 걸친 차왕 따홍파오

[서영수의 ‘돈이 되는 茶 이야기’] 황제의 옷을 걸친 차왕 따홍파오

기암괴석 사이에 조성된 소규모 따홍파오 차밭.
중국 차왕(茶王)으로 대접받는 따홍파오(大紅袍)는 푸젠성 북부를 대표하는 우이옌차다. 우이산을 상징하는 36개 산봉우리와 조화를 이룬 99개 바위 계곡 사이에서 자라는 각기 다른 165개 품종의 차나무로 만든 우이옌차는 상품화된 차만 200가지가 넘는다.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산에서 이렇게 다양한 차가 만들어지는 곳은 우이산이 유일하다. 우이산을 대표하는 4대 명차 중에서도 따홍파오의 암골화향은 다른 차를 압도한다. 중국 10대 명차인 따홍파오는 반 발효차인 청차(靑茶)에 속한다.

 마오쩌둥이 닉슨에게 선물
마오쩌둥은 따홍파오 모수(母樹)에서 채취한 찻잎으로 만든 따홍파오 200g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1972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선물했다. 받은 차의 가치를 모르는 닉슨의 표정이 심드렁해졌다. 이를 알아챈 저우언라이는 헨리 키신저에게 “따홍파오는 1년에 400g만 생산되는 귀한 차로서 중국의 절반을 드린 것이다”라고 귀띔해줬다. 이를 전해 듣고서야 닉슨의 표정이 풀렸다고 한다. 닉슨이 받은 따홍파오는 당시 시가로 3억원이 넘는 것이었다.시중에 유통되는 따홍파오의 조상인 350여년 된 모수로 만든 따홍파오는 1998년 우이산 차 문화축제에서 벌어진 경매에서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는 중국인 부동산 재벌 쉬롱마오에게 3000만원에 20g이 낙찰됐다. 2005년 시행한 마지막 경매에서 따홍파오 20g은 4000만원이라는 기록적인 고가에 팔렸다. 2006년부터 따홍파오 모수에서 찻잎을 채취하는 것을 중국 정부가 금지해 더 이상 따홍파오 모수차를 시중에서 구경할 수 없게 됐다. 2005년 5월 3일 마지막으로 채취한 따홍파오 모수 찻잎으로 만든 20g의 차가 2007년 10월 10일 10시 10분 중국국가박물관에 기증돼 전시되고 있다.

200억원짜리 보험에 든 따홍파오 모수.
따홍파오에 대한 설화와 전설은 스님과 원숭이부터 신선과 노파를 비롯해 황제와 왕자 버전까지 다양하게 전해진다. 하나를 소개하면 명 태조 주원장이 통치하던 홍무18년(1385년)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길을 나선 서생이 우이산을 지나다가 심한 복통에 시달려 쓰려졌다. 스님이 발견해서 사찰로 데려와서 평소에 보관해둔 차를 우려 마시게 했다. 복통이 멈추고 기운을 회복한 서생은 장원급제를 했다. 감사의 뜻으로 스님을 찾아온 서생은 차의 출처를 알고 부상으로 받은 붉은 외투, 따홍파오를 벗어 차나무에 걸쳐주고 3바퀴를 돌며 경의를 표했다.황궁으로 돌아가며 서생은 주석으로 만든 통에 차를 담아가지고 갔다. 공교롭게도 황후가 병에 걸렸는데 어의도 고칠 수가 없었다. 서생은 비상약으로 가져온 차를 바쳤다. 황후가 차를 마시면서 병세가 호전됐다. 황제는 따홍파오 1벌을 하사하며 서생에게 명했다. “직접 가서 나의 고마움을 따홍파오로 전달하고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차나무를 잘 보호하게 하라.” 서생과 황후를 살린 차나무는 그때부터 황실공차로서 따홍파오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런 설화는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따홍파오의 위상과 가치를 높여주는 데 일조한다.

계곡사이에서 자라는 차나무.
따홍파오 모수는 깎아지른 절벽 중턱에 돌로 쌓은 좁은 축대에서 현재 6그루가 보존돼 있다. 따홍파오 모수는 현재 중국인민보험공사에 200억원의 보증보험에 들어있다. 치단(奇丹), 치종(奇種), 베이더(北斗) 품종으로 분류되는 모수는 50여년을 우이옌차와 따홍파오를 연구해온 첸더화의 노력으로 무성생식에 성공해 1985년 처음 순종 따홍파오를 소포장으로 시판됐다. 이름만 알려지고 시장에는 구할 수 없었던 순종 따홍파오의 등장으로 따홍파오는 일반에게도 다가갔다. 무성생식으로 번식한 순종 따홍파오를 2세대, 3세대로 나누기도하지만 유성생식이 아닌 가지를 심어 증식한 나무에게 세대를 구분하는 것은 과학적인 판단은 아니다. 다만, 상술에 의한 구별은 있을 수 있다.
 따홍파오 모수, 200억원짜리 보험에 가입
장이모 감독이 연출한 산수실경공연 ‘인상따홍파오’.
따홍파오의 아버지로 존경받는 농업기술자 첸더화는 1963년 우이산차 연구소에 와서 우이옌차 분류와 증식에 힘쓰다가 문화대혁명 기간에 잠시 낙향하여 농촌사회 개조운동에 동원됐다. 1972년 연구소로 복귀한 그는 10년에 걸쳐 원나라 때부터 내려오던 황실 어차원을 복구했다. 165품종에 달하는 차나무에서 우이산 10대 명차를 재현해내기도 했다. 2006년 정부로부터 따홍파오 전통공예 기능인 1호로 지정되고 다음해에는 공로상까지 받았다. 차연구소를 퇴임한 후에도 차창을 세워 우이옌차 연구와 증식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우이옌차는 암벽과 산봉우리에서 재배하는 정옌차(正巖茶)의 품질과 가격이 제일 높다. 산허리와 골짜기에서 자라는 반옌차(半巖茶)를 그다음으로 쳐주고, 계곡 아래 평지에서 채취한 조우차(洲茶)의 생산량이 가장 많지만 조우차라고 포장된 차를 만나기는 쉽지 않다. 포장만 정옌차인 따홍파오를 제일 많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2010년부터 영화감독 장이모가 만든 대형 산수실경공연 인상따홍파오가 우이산에서 매일 저녁 2회씩 공연되고 있다. 따홍파오 전설과 대왕봉과 옥녀봉에 얽힌 사랑 이야기를 축으로 현대와 과거를 넘나들며 차 문화와 생활을 300여 명이 출연해 보여준다. 현대인의 고민을 차 한 잔의 여유로 풀어보기를 기원하는 무대를 만드는 데 제작비 200억원을 들였다. 1988명이 앉아서 볼 수 있는 차관 형태의 무대는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며 5분마다 움직이는 객석은 70분 공연 동안 계속 움직인다. 객석의 시야는 보통 2㎞가 넘고 객석이 움직이는 시야의 총길이는 무려 12㎞에 달한다. 공연의 성공과 함께 따홍파오는 2010년 국가공상 총무국으로부터 중국저명상표로 지정됐다.

2011년 장이모는 현지 회사와 합작으로 차를 만들어 ‘인상따홍파오’라는 브랜드로 론칭해 성공했다. 보는 따홍파오가 마시는 따홍파오를 이끌며 시너지 효과를 크게 내고 있다. 21세기의 차는 음료를 넘어 문화와 관광산업의 첨단에 서있다.

서영수 - 1956년생으로 1984년에 데뷔한 대한민국 최연소 감독 출신. 미국 시나리오 작가조합 정회원. 1980년 무렵 보이차에 입문해 중국 윈난성 보이차 산지를 탐방하는 등 차 문화에 조예가 깊다. 중국 CCTV의 특집 다큐멘터리 [하늘이 내린 선물 보이차]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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