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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가&혁신가 | 클레어스코리아 창업자 이현구 공동대표] 경영의 제1 원칙은 타이밍

[창조가&혁신가 | 클레어스코리아 창업자 이현구 공동대표] 경영의 제1 원칙은 타이밍

6월 1일 서울 남대문로 클레어스코리아 사옥에서 창업주 이현구 대표가 제품과 함께 섰다.
“허황된 꿈 같아 보이지만, 10년 후에는 ‘3대 한류 뷰티기업’이 되고 싶어요. 2년 만에 매출을 30배 이상 키웠는데, 못 할 것도 없어요.” 지난 6월 1일 만난 이현구(44) 클레어스코리아 대표는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그는 요즘 설화수(아모레퍼시픽)·후(LG생활건강) 등과 더불어 면세점에서 유커(遊客, 중국 관광객)들의 싹쓸이 구매 바람을 일으킨 ‘마유크림’(게리쏭 9컴플렉스 크림)을 개발한 사람이다. 소비자들이나 유통 업계 관계자 중에서도 클레어스라는 법인명을 말하면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지만, ‘마유크림’이라는 단어를 말하면 ‘아~’하는 반응이 나오기 일쑤다.

지난 2013년 출시된 게리쏭 9컴플렉스 크림은 올해 3월까지 약 2300만 개가 팔렸다. 이 크림은 독일산 마유(馬油)로 만든다. 독일에서 수명이 끝나 죽은 말이 있으면 거기서 지방을 채취, 이를 정제해서 크림으로 만든다. 이 대표는 “마유는 사람의 피하지방과 성분이 비슷해 흡수가 빠르고 보습·탄력 효과가 좋아 아이템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3000만원으로 창업…아버지 “인연 끊자” 반대
이 대표는 처음부터 화장품 업계에서 일했던 사람은 아니었다. 그는 본래 목회자를 꿈꾸던 사람이었다. 목사의 아들인 이 대표는 20대 초중반 많은 방황을 했다. 서울시립대 사회복지학과 93학번인 그는 대학도 삼수를 해서 들어갔고, 입학 이후에도 공부보다는 밴드에 심취한 학생이었다. 그에게는 아버지라는 큰 ‘언덕’이 있었다. 지금도 이 대표는 “아버지 덕분에 사업을 배웠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치약 제조회사를 운영했다. 창업 이유가 독특하다. 목회를 하던 아버지가 선교 자금이 없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사업을 해서 돈을 벌었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연 매출 100억원 규모의 회사를 만든 후 큰 아들(이 대표의 형)에게 경영을 맡기고 다시 목회 현장으로 돌아갔다. 이 대표 역시 치약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대형마트 상품기획자(MD)들과 친분을 쌓는 등 유통업의 기본기를 배웠다.

미국 유학을 가게 된 것도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1990년대 말 잠시 사법시험 준비를 하기도 했지만 실패한 이 대표에게 아버지는 목사가 되기를 권유했다. 이후 2004~08년 미국 풀러신학교(Fuller Theological Seminary)를 다녔다. 하지만 이 대표의 눈에는 성경보다는 다른 것이 들어왔다. 주말마다 캘리포니아 인근 대형마트를 돌면서 화장품을 살펴보는 한편, 애플 매장을 찾아 제품을 써보고 마케팅 기법을 어깨너머로 배웠다. 그가 공부를 마치던 2008년은 애플이 아이폰3G를 출시하면서 스마트폰 시장의 파이를 키워가기 시작한 시기였다. “애플이 시장을 키워가는 현장을 보면서 나도 사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화장품 사업을 하면 아시아 시장에서 먹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요.” 이 대표는 졸업 직후 한국으로 돌아와 창업을 준비했다.

이 대표의 아버지는 아들의 창업을 반대했다. 이유는 사업성이었다. 화장품 업체가 얼마나 많은데 성공하겠느냐는 논리였다. 아버지는 이 대표에게 “너는 망할 것이다” 등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것은 물론, 창업자금 지원을 거부했다. 창업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해외 유학비를 지원하는 등 아들에게 큰 힘이 되던 아버지였다.

창업은 살고 있던 아파트를 담보로 대출받은 3000만원으로 시작했다. 경기 일산 장항동에 보증금 1000만원, 월세 50만원짜리 오피스텔을 임차했다. 지역신문에 광고비 5만원을 주고 작게 채용공고를 내 경리직원 하나를 뽑아 둘이서 회사를 꾸렸다. 이 대표는 대학 재학 때부터 아버지 회사에서 치약 영업을 주로 맡았다. 이 때문에 창업 후 첫 아이템도 치약이었다. 이 대표는 “하던 것이 치약이라 자신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고 말했다. 2010년 출시된 미백 치약 ‘블랑시크릿’은 튜브가 아닌 펌프를 적용한 고급스러운 패키지 때문에 관심을 끌었다. 롯데마트에서만 한 해에 2억원어치 넘게 팔렸다. 하지만 함께 출시했던 향균비누 ‘천궁’이 실패하면서 성공의 효과는 반감됐다. “중국에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이 창궐한다고 해서 개발한 비누였어요. 그런데 사스 사태 끝물이라 타이밍이 좋지 않아 결국 망했죠.” 지금도 그는 타이밍을 경영의 제1 원칙으로 삼고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2010년 말 출시한 달팽이재생크림 ‘루마카’가 인기를 끌면서 사업 확장의 발판을 마련했다. 중국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면서 드럭스토어 왓슨스의 중국 전 지점에 입점하게 됐다. 사업을 대폭 키우게 된 것은 2012년 이 대표의 단짝 친구인 한백(45) 대표(당시 대홍기획 부장)가 합류하게 되면서다. 두 사람은 서울 광성고 동창 사이로, 이 대표가 빠른 72년생, 한 대표가 71년생이다. 영국 런던대에서 미학을 전공한 한 대표는 대홍기획 입사 후 롯데 계열사 등의 광고기획과 마케팅 전략 등을 담당했다. 클레어스코리아의 지분을 50:50으로 나누고 공동대표를 맡는 조건이다. 이른바 ‘나와바리’는 이 대표가 영업과 신규 사업 발굴을, 한 대표가 마케팅을 맡는 것으로 나눴다.

 아름다움의 외연 넓히려 연예기획사 설립
부임 이듬해인 2013년 한백 대표는 친정 격인 롯데에서 기회를 잡았다. 클레어스코리아는 2013년 3월 롯데홈쇼핑을 통해 기미개선 크림 ‘클라우드9’을 론칭했다. 같은 해 하반기에는 마유크림(게리쏭 9컴플렉스)을 내놨다. 마유크림은 중국의 대표 뷰티 프로그램인 ‘나는 미인이다(我是大美人)’, 한국의 ‘겟잇뷰티’에서 관심을 끌면서 대박을 쳤다. 공교롭게도 클레어스코리아의 사옥(남대문로 메트로빌딩)은 대홍기획이 입주해 있는 연세재단세브란스빌딩과 횡단보도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다. 전직 대홍기획 관계자는 “한 대표의 성공 신화는 대홍 내부에서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라고 전했다.

이 대표는 2016년을 제2 창업의 해로 선언했다. 영업이익(지난해 기준 450억)의 5%(올해 예산 20억)를 연구개발(R&D)에 쓰기로 원칙을 세우고 사내 연구소를 세운 한편, 7월에는 김포에 공장도 연다. 김포공장 운영은 자회사 ‘코스9’이 맡는다.

계열사는 하나 더 있다. 지난해 설립한 연예기획사 C9엔터테인먼트다. 슈퍼스타K로 데뷔한 가수 정준영, SES 출신 배우 유진, 가수 윤하 등이 소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C9엔터를 설립하게 된 것은 ‘미(美)’를 다루는 회사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다.

-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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