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nt

아이비 리그 대학들, 아시아계 차별하나

아이비 리그 대학들, 아시아계 차별하나

예일대학 등에서 학업능력 뛰어난 아시아계 지망생을 탈락시킨다고 주장하는 소송 진행 중
브라운대학과 예일대학에선 1995년 이후, 다트머스대학에선 2004년 이후 아시아계 지망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입학률은 제자리걸음이다.
지난 6월 23일 미국 대법원은 대학 입학사정에서 소수인종 우대가 합법이라고 결론지었다(4대3). 애비게일 피셔가 미국의 텍사스대학(오스틴)을 상대로 제기한 입학지망자 차별소송에 대한 판결이다. 하지만 이번 결정과 관계 없이 대학 입학사정 프로그램의 차별을 문제 삼는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아시안 아메리칸 교육 연맹’을 비롯한 130여 아시아계 미국인(이하 아시아계) 단체는 예일·브라운·다트머스 대학의 입학사정 정책을 조사해 달라고 미국 교육부와 사법부에 요청했다. 그들은 이들 대학의 입학사정 방침이 우수한 아시아계 지망생을 배척하는 ‘인종 기반 쿼타’에 해당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브라운대학과 예일대학에선 1995년 이후, 그리고 다트머스대학의 경우 2004년 이후 뛰어난 자질을 갖춘 아시아계 지망생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입학률이 정체됐음을 보여주는 미국 교육부 데이터를 가리킨다.

이들 단체는 소장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SAT)의 높은 점수, 상위 1%의 내신성적(GPA), 그리고 과외활동을 활발하게 한 아시아계 지망생이 일류 대학에 불합격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고 강조한다. 반면 비슷한 자격조건을 갖춘 다른 인종 지망생은 합격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소장에 따르면 아시아계 지망생은 SAT에서 평균적으로 ‘백인 학생보다 140점 이상, 히스패닉보다 270점 이상, 그리고 흑인보다 450점 이상 얻어야 대략 합격 확률이 비슷해진다’는 것을 데이터는 보여준다.

이들 단체는 예일·브라운·다트머스 대학을 비롯한 기타 아이비 리그 대학들이 “이른바 이상적인 인종간 균형을 유지한다며 인종 쿼타와 상한을 적용한다”고 의심한다. 이는 중국인이민배척법(1882년 제정된 중국 이민 규제법)과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계 미국인의 강제수용 시절을 연상케 한다는 주장이다.

다른 많은 대학들과 마찬가지로 예일·브라운·다트머스는 입학 지망생 평가에 ‘전인적(holistic)’ 방식을 적용하기 때문에 입학사정 평가에서 인종과 민족이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아시아계 단체들은 소장에서 이들 대학이 고정관념과 편견에 근거해 아시아계 지망생의 입학을 거부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면 아시아계는 창의적이거나 다재다능하지 않고, 비판적 사고 능력과 리더십 경험이 부족하며, 과외활동보다는 학업에 초점을 맞춘다는 등의 선입견이다.

입학사정 위원들의 평가에선 이 같은 고정관념이 일관되게 흐른다. ‘과묵하고, 물론 의사가 되기를 원한다’거나 ‘점수와 원서는 앞서 읽은 다른 아시아계 학생 것과 판박이다. 수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으며 영어에는 정반대’라는 식이다.

이들 대학의 입학사정 정책은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에 아시아계 지망생을 맘껏 차별한다. 실제로 예일대학 로스쿨은 최근 입학사정 기록을 폐기하기 시작했다. 필시 입학사정의 판단척도로 삼는 인종과 기타 기준들의 공개를 피하려는 의도다.

이들 단체는 이런 차별적인 정책이 유발하는 해악을 설명한다. 예를 들면 미국 고등교육 시스템에 대한 냉소적이고 부정적인 시각, 능력주의로 알려진 미국 시스템에 대한 신뢰 상실 등이다.

지망생들도 한정된 ‘아시아계 입학 티켓’을 차지하려면 능력 이상의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낀다. 이는 더 큰 스트레스, 자살 증가, 인종적 정체성 은폐 시도, 자존감 저하, 인종 관련 갈등과 적대감 등을 낳는다.

인종우대(race preferential) 입학사정 구상은 의심할 바 없이 좋은 의도에서 나왔겠지만 이런 정책이 유익하기보다는 더 해롭다는 사실이 갈수록 명확히 드러난다.

실제로 인종이나 민족에 근거해 지망생들에게 상당한 가점을 주는 방식이 종종 그들을 실패로 몰아넣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 그렇게 합격한 학생들이 학교 수준을 맞추지 못해 학우들을 따라가는 데 애를 먹기 때문이다.

연방예산 지원을 받는 대학들이 인종 쿼타와 상한을 적용하면서도 어떻게 미국 헌법에 보장된 평등 보호 위반에 걸리지 않을까? 1978년 ‘캘리포니아대학 당국 vs 배키’ 재판에서 미국 대법원은 ‘재학생의 인종적 다양성에서 파생되는 교육적 혜택’을 촉진하려는 의도가 있다면 학교 당국이 인종우대 조치를 적용해도 된다고 판결했다.

미국 대법원은 2003년에 가서야 대학 입학사정에서 인종우대 문제를 다시 검토했다. 대법원은 ‘그러터 vs 볼린저 판결에서 캠퍼스 내 다양성 향상을 위한 ‘필요조건’을 달성하기 위한 학교 측의 목표는 용인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츠 vs 볼린저’ 재판에선 학교 측이 ‘상상 가능한 모든 인종 중립적 대안’을 소진할 필요는 없지만 다양성을 이루기 위해 ‘인종 중립적인 대안’을 추구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실상 인종우대 조치 대신 인종 중립적 프로그램을 채택한 학교는 거의 없다. 그리고 애비게일 피셔 재판은 인종 중립적 요건을 학교 측이 어떻게 우회해 인종우대 조치를 적용하는지 보여준다.

아시아계 단체들은 교육부와 사법부에 개입을 요청했지만 어떤 실질적인 변화를 얻어내려면 결국 예일·브라운·다트머스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와 하버드 대학을 상대로 인종 차별적인 입학사정 프로그램에 관한 소송이 진행 중이다(하버드대학의 경우 입학을 거부당한 아시아계 지망생들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터 재판에서 클래런스 토마스 대법관은 이렇게 설명했다. “헌법은 인종에 근거한 분류를 혐오한다. 그런 분류가 우대받은 인종에 해를 끼칠 수 있거나 그 동기가 정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가 인종을 토대로 부담이나 혜택을 분배할 때마다 우리 모두의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는 이 같은 견해가 대법원을 지배해 대법관들이 대학 입학사정에서 인종 우대를 금지하고 그것을 원칙으로 삼게 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자.



[ 필자는 헤리티지 재단 법률·사법연구소 연구원이다. 이 기사는 ‘데일리 시그널’에 먼저 실렸다.]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민희진 ‘노예 계약’ 주장에 하이브 반박 “논의 촉발, 보상 규모다”

2‘빅5’ 병원 ‘주 1회 셧다운’ 예고…환자들 “사직의사 명단 공개하라”

3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4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5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

6시프트업, ‘니케’ 역주행 이어 ‘스텔라 블레이드' 출시

7데브시스터즈 ‘쿠키런: 모험의 탑’, 6월 26일 출시 확정

8‘보안칩 팹리스’ ICTK, 코스닥 상장 도전…“전 세계 통신기기 안전 이끌 것”

9신한금융 1분기 순익 1조3215억원, 전년 동기 比 4.8%↓

실시간 뉴스

1민희진 ‘노예 계약’ 주장에 하이브 반박 “논의 촉발, 보상 규모다”

2‘빅5’ 병원 ‘주 1회 셧다운’ 예고…환자들 “사직의사 명단 공개하라”

3尹대통령-이재명 29일 첫 회담…“국정 현안 푸는 계기되길”

4이부진 표 K-미소…인천공항 온 외국 관광객에게 ‘활짝’

5목동14단지, 60층 초고층으로...5007가구 공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