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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 터빈으로 갈라파고스 구하라

풍력 터빈으로 갈라파고스 구하라

관광 붐과 인구 증가로 에너지 수요 급증하자 혁신적인 신재생 에너지 프로젝트로 환경 보호하면서 전력 공급 늘려
풍력 터빈이 너무 크고 높아 에콰도르 본토에서 등반가를 데려와 날개를 청소해야 한다.
에콰도르 본토에서 서쪽으로 약 1000㎞ 떨어진 태평양 적도 주변에서 각 대륙과 고립된 채 19개의 화산섬으로 무리를 이룬 갈라파고스 제도. 영국의 생물학자 찰스 다윈은 19세기에 이곳을 찾은 뒤 ‘하나의 종이 생존하려면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처음 깨달았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다윈핀치(되새의 일종)와 앵무새, 코끼리거북 등이 각각 섬의 특성에 독특한 방식으로 적응했다는 사실에 놀란 그는 나중에 이런 적응 능력이 한 종의 장기적 생존 여부를 결정한다는 이론을 발전시켰다.

오늘날 갈라파고스 제도의 산크리스토발 섬엔 세계 최대의 풍력-디젤 복합발전 시설 중 하나가 세워져 있다. 이 지역의 주민이 대담한 적응 전략, 즉 기후변화 이후의 세계에서 생존에 필수적인 전략을 추진할 능력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시설이다.

요즘 산크리스토발 섬과 갈라파고스 제도의 다른 유인도 3곳에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다. 인구 증가(현재 3만 명)와 관광 붐으로 에너지 수요가 크게 늘었다.

2001년 1월 대형 유조선이 산크리스토발 섬 부근의 암초에 부딪쳐 디젤 15만 갤런 이상이 유출되면서 이곳에서 진화한 고유한 식물과 새, 해양 동물을 위협했다. 그러면서 디젤 발전소를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려던 계획이 급물살을 탔다. 에콰도르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갈라파고스 제도에서 또 다른 석유 유출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유엔의 중개로 ‘글로벌 지속가능 전력 파트너십’의 도움을 받았다. 세계 최대의 전력회사 11개로 구성된 단체다. 그에 따라 설치된 높이 50m인 거대한 풍력 터빈 3기가 2007∼2015년 산크리스토발 섬 주민이 소비하는 전력의 평균 30%를 공급했다. 그 결과 230만 갤런의 디젤 연료를 대체하면서 이산화탄소 2만1000t의 배출을 줄일 수 있었다.

산크리스토발 섬의 전력 공급은 현지 업체 엘렉갈라파고스 S A가 전담한다. 이 회사는 풍력 발전 프로젝트를 확대해 갈라파고스 제도 전체를 ‘화석연료 제로’ 지역으로 만드는 임무를 떠맡았다. 그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신재생 에너지 사용을 70% 수준으로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의 현지 책임을 맡고 있는 에콰도르인 루이스 빈티밀라 소장은 “갈라파고스 제도에 있는 우리 직원 중 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풍력 터빈을 구경이라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한 가지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풍력 터빈의 날개는 자주 닦아 청소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빈티밀라 소장은 그처럼 높은 곳에 올라가 작업할 현지인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에콰도르 본토에서 등반가를 데려왔다. 그 외에도 멸종 위기에 처한 갈라파고스 슴새(날개가 길고 큰 바닷새)가 터빈에 부딪혀 죽거나 다치지 않도록 지키는 것도 그에겐 전혀 새로운 일이었다.

풍력 발전 시설이 들어선 다른 곳에서도 새들이 죽어간다는 비판이 많다. 하지만 이곳에선 철저한 감시 프로그램 덕분에 터빈에 부닥쳐 다쳤거나 죽은 갈라파고스 슴새는 한 마리도 없었다. 풍력 터빈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환경을 보존해줄 뿐 아니라 멸종 위기에 처한 이곳의 고유한 동물이 계속 진화할 수 있는 기회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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