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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는 내 피부와 같다”

“향수는 내 피부와 같다”

‘CK 원’ ‘토미’ ‘데이지’ 등을 만든 조향사 알베르토 모릴라스, 전통 향에 현대적 분위기 가미한 독자적인 라인 ‘미장시르’ 출시해
알베르토 모릴라스는 지금까지 200종이 넘는 향수를 제작했다.
알베르토 모릴라스라는 이름을 처음 듣는 사람도 그가 만든 향수 냄새는 맡아봤을 가능성이 크다. 세계 최고의 인기 향수 여러 종을 만들어낸 그는 1990년대 이후 향수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그리고 요즘도 훌륭한 향수를 만들어낸다.

캘빈 클라인의 ‘CK 원’ 토미 힐피거의 ‘토미’ 마크 제이콥스의 ‘데이지’ 등 대표작과 더불어 구치, 아르마니, 불가리, 이브생로랑, 에르메스의 많은 향수를 제조했다. 향수의 거장 모릴라스는 1990년대의 향을 정의했으며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릴라스는 여성지 보그에서 향수업자 장-폴 게를랭에 관한 기사를 읽은 뒤 향수 산업에 뛰어들기로 마음먹었다. 그 후 거의 독학으로 향수 제조 기술을 터득한 그는 1970년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향수 회사 ‘피르메니히’에 들어가 수석 조향사가 됐다. 모릴라스는 2003년 프랑수아-코티상과 국제 향수재단이 주는 평생공로상을 받았다. 향수에 관해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다면 모릴라스가 적임자다.

얼마 전 IB타임스가 영국 런던 클래리지스 호텔에서 모릴라스를 만나 그의 차세대 향수 ‘미장시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미장시르는 모릴라스가 가장 좋아하는 천연 재료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식으로 만든 17가지 향수 컬렉션이다. 1997년 그가 부인과 함께 제작한 동명의 향초 시리즈를 잇는 제품이다. 이 향초 시리즈는 그가 재료를 구하러 다니던 시절의 여행 기억이 가득한 향 80가지로 구성됐다.

우리가 만난 방은 향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지중해에서 보낸 여름의 기억이 떠올랐다. 모릴라스가 향수 산업에 관한 철학을 허심탄회하게 털어 놓을 때 그가 지닌 수많은 향기가 방안에 떠도는 듯했다.

모릴라스는 매력적이고 위트가 넘치며 겸손한 사람이다. 연회색 맞춤 정장을 입은 모습에서 전형적인 유럽 신사의 분위기가 풍겼다. 그의 가족 모두가 아름답고 우아하다. 그는 부인과 함께 여행하고 딸·사위와 함께 일하는 매우 가정적인 사람이다.
새로 출시된 미장시르 향수 컬렉션.
스페인 세비야에서 태어나 열 살 때 스위스로 이민한 모릴라스는 가족과 이야기할 때 프랑스어를 쓴다. 그의 딸이 구어체 표현을 번역해줄 때 우린 몇 번 웃음을 터뜨렸다. “미장시르 컬렉션은 가족 사업”이라고 모릴라스가 설명했다. “모두가 동의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결정할 수 없다. 난 독특한 향수가 아니라 탁월한 향수를 만들고 싶다.” 이 탁월함은 최상의 천연재료와 피르메니히 특유의 최고급 현대식 향기 분자를 혼합해 완성된다.

제네바에 있는 그의 정원에서 영감을 얻은 미장시르 컬렉션은 고전적인 향에 현대적인 아이디어가 가미됐다. 모릴라스는 “내가 만든 모든 향수에 사향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사향은 창조와 현대성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가 많이 쓰는 또 한 가지 재료는 침향나무다. 강하고 풍부한 향을 낼 때 주로 쓰이며 갈수록 인기를 끈다.

수년 간의 연구 끝에 완벽하게 균형 잡힌 침향나무 향을 개발한 모릴라스는 “질 좋은 침향나무를 쓰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침향나무에 버가모트(수레박하)와 코리안더, 장미 향을 혼합해 현대적인 분위기를 낸다고 그는 덧붙였다. 이번엔 처음으로 알래스카산 삼나무 향을 첨가했다면서 “삼나무는 가죽 향이 있어서 특별하다”고 그는 알려줬다. “이 컬렉션은 화이트 머스크와 헤디온, 파라디손, 그리고 감귤 향에 대한 내 사랑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또한 장미유, 아이리스 등 천연재료와 생명공학의 기막힌 조화를 보여준다.”

이 컬렉션 중 ‘스위트 프랄린’은 딸기와 바닐라 버가모트 향이 첨가된 세련된 캔디 향으로 신선하고 여성스런 느낌을 준다. 또 인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은 ‘오 드 젱장브르’는 생강으로 따뜻한 분위기를 냈다. 이 컬렉션의 주인공 격인 ‘리틀 비앙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상기시켜주는 향”이라고 모릴라스는 설명했다. 손녀를 위해 만든 이 향수에는 예쁜 편지가 곁들여졌다. 모릴라스는 지금도 그 편지를 보면 눈물이 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향수는 매일 바뀌지만 요즘은 개발 중인 장미향을 뿌린다.

“난 남자나 여자를 위한 향수를 만드는 게 아니라 경험과 기억에서 우러난 향수를 만든다”고 그는 말했다. 모릴라스는 끊임없이 새로운 재료로 실험을 한다. 호주와 스리랑카의 백단향은 인도의 침향나무를 대체할 만한 훌륭한 재료다. 새 컬렉션의 모든 향수가 이 특별한 재료의 분자를 한 개 이상 갖고 있다.

모릴라스는 “세비야 고향 집의 기억이 담긴 무화과 향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독자적인 실험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도 즐긴다. “구치나 불가리 등 유명 브랜드와 일할 때는 그 브랜드의 이미지와 그들 나름의 향수에 대한 해석을 존중해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가장 애정이 가는 쪽은 자신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라인인 듯하다. “미장시르 컬렉션 작업을 할 때는 내 해석만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미장시르를 생각할 때는 자유롭다. 난 향수 없인 살 수 없다. 향수는 내 피부와 같다. 자나깨나 늘 나와 함께한다.” 지금까지 200종이 넘는 향수를 개발한 그는 앞으로도 많은 제품을 만들어낼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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