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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최근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가 우리나라를 공식 방문했다. 그날 공식 만찬에서 라스무센 총리 등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마침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긴급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한 날이어서 마음이 그리 편치 않았다.

이날을 기점으로 온갖 뉴스와 의혹, 소문과 비판이 넘쳐나고 있다.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은 더더욱 없다. 미국의 새 대통령 선출, 북한의 좌충우돌,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난제가 수두룩한데 국가 리더십까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30년 가까이 인연을 맺은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고 투명한 선진국이 됐다. 조건은 열악했다. 기후가 나쁘고 토양도 척박하다. 전쟁에서 패해 국토의 일부도 빼앗긴 참담한 경험도 했다. 우리와 결정적인 차이는 리더에 있다. 덴마크가 국가적 위기에 처해 실의에 빠져 있을 때 국민에게 용기를 불어넣으면서 황무지 개간에 앞장 섰던 달가스가 있었다. 그의 열성에 감동한 덴마크 국민들은 그와 함께 거친 바람을 막는 방풍림을 비롯한 나무를 열심히 심고 가꿔 황량한 국토를 푸르고 아름답게 만들었다. 덴마크를 정신적으로 살찌운 그룬트빅 목사도 빼놓을 수 없다. 민족의식을 고취해 역사·문화 분야에서 족적을 남긴 그는 덴마크 역사상 국가 발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리더 중 하나였다.

최순실 사태로 대통령의 하야나 탄핵 얘기까지 나오는 엄중한 위기상황이다. 그러나 위기는 곧 기회이기도 하다. 외환위기를 계기로 기업의 체질을 바꾸고 각종 제도를 다듬어 지금의 발전을 이루지 않았나. 달가스나 그룬트빅처럼 헌신하는 자세로 작금의 위기에 맞선다면 전기를 마련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두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40대나 50대 초반의 정치 리더십으로 세대교체를 이뤄야 한다. 경륜 있는 선배들은 사적인 욕심을 버리고 뒤에서 새로운 세대를 지원하고 응원해야 한다. 덴마크의 총리는 40대에 초대 임기를 마친 후 다시 선출됐지만 50대 초반에 불과하다. 덴마크 농협회장은 30대에 법무 장관을 지냈다. 신세대를 어리다고 과소 평가하지 말고 기성 세대의 구태를 벗겨내고 새로운 미래를 창출하도록 길을 열어 주자. 다음으로 지속적인 글로벌화를 추진해야 한다. 정치적 리더십, 글로벌 경영능력, 선진적이고 성숙한 국민의식 등을 포괄하는 글로벌화를 목표로 정진해야 한다. 자국 시장의 크기가 제한적이고 강대국에 둘러싸인 베네룩스 삼국, 스위스,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이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세계 시장으로 진출했기 때문이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세계를 보지 못하고 자중지란에 빠지면 후퇴하고 처절한 시련을 겪는다는 역사적 교훈을 너무나 뼈저리게 경험하지 않았나. 글로벌 정치·경제 상황이 어떤지 세밀하게 분석·판단할 수 있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세계 무대를 뛰는 인재와 조직을 키워야 한다.

어려울 때일수록 장기적인 혜안으로 미래를 대비한 예는 우리나라에도 얼마든지 있다. 예컨대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10월 경남 진해에서 육사를 정규 4년제로 재편해 1955년 10월 임관 때부터 학사 학위를 수여했다. 어려울수록 냉철하게 해결책을 제시하고 실행해야 한다. 비판만으론 위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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