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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요동치는 전·월세 시장] 월세 삼키는 전세 …‘월세시대’ 가속화 제동

[금리 인상에 요동치는 전·월세 시장] 월세 삼키는 전세 …‘월세시대’ 가속화 제동

시중 금리 오르며 임대시장 판도 바뀌어 … 월세 수익률 하락도 전세 전환 부추겨
최근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물량이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밀집지역 전경.
서울 성동구 옥수동에 있는 전용면적 59㎡ 아파트에 반전세로 사는 이모(43)씨는 내년 2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전세 물건을 찾고 있다. 현재 보증금 3억8000만원, 월세 20만원에 살고 있는데 1억원 정도만 추가로 부담하면 전세로 갈아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아파트 전셋값은 올 여름만 해도 5억 5000만~6억원에 달했지만 3~4개월 새 1억원 가까이 빠졌다. 이씨는 “반전세로 계속 눌러 살지, 전세 대출을 받아 전세로 옮길지 한 달 넘게 고민했다”며 “내년에 금리까지 인상되면 전세 매물이 더 늘고 가격도 주춤할 것 같아 전세를 선택하기로 결심했다”고 말했다.
 주택 임대 시장에서 월세 비중 하향세
저금리 시대의 종언은 주택 임대차시장에도 격변을 몰고 올 전망이다. 지난 2~3년 동안은 전세 물건이 빠르게 줄고 월세가 증가세를 보였다. 저금리 기조가 고착하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에 가속도가 붙어서다. 이 때문에 부동산업계 안팎에서는 조만간 월세 시대가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 팽배했다. 하지만 최근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고 있다. 전세 물량이 조금씩 늘면서 월세 비중은 후퇴하고 있다. ‘아파트 월세시대’ 가속화에 제동이 걸린 셈이다. 시중 금리 인상이 현실화되면 임대시장의 판도가 다시 전세로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토교통부의 전·월세 거래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주택 전·월세 거래량 중 43.6%가 월세였다.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다. 월세는 ‘준전세’와 ‘준월세’를 모두 포함한다. 준전세는 전세에 가까운 임차 형태로 보증금이 많고 월세 비중이 적은 것을 말한다. 준월세는 반대로 보증금이 적고 월세가 많은 계약이다. 기준은 보증금이 월세의 240배를 넘느냐로 구분한다. 2012년 말 32% 수준이던 월세 거래 비중은 계속 높아져 올해 3월 47.1%로 최고점을 찍었다. 월세 비중이 떨어진 것은 올 하반기부터다. 지난 6월 이후 조금씩 떨어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전세 거래 비중이 늘고 있는 셈이다. 실제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음뉴타운 단지의 전체 전·월세 물건 중 전세는 60~70% 수준이다. 1년 전만 해도 전세 물건은 20% 미만에 그쳤다. 길음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예전에는 전세 물건이 나오기 무섭게 빠졌으나 최근엔 물건이 소화되는데 길게는 한 달 넘게 걸린다”며 “그러다 보니 전세가 조금씩 쌓이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가 줄면서 전셋값 상승세도 꺾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11월까지 서울 주택 전셋값은 1.83% 올랐다. 지난해(7.25%)의 4분의 1 수준이다. 전셋값이 하락세(-7.80%)를 보인 2004년과 2012년(11월까지 0.24%)에 이어 두 번째로 상승률이 낮다. 일부 지역의 단지는 최근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84㎡형은 지난 9월보다 5000만원 내린 6억원으로 떨어졌다. 돈암동 한신·한진아파트 전용 59㎡형도 올 여름보다 1000만~2000만원 빠진 2억5000만원선이다. 저층은 2억2000만원에도 나온다.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59㎡형 역시 3~4개월 새 3000만원 이상 내렸다. 아현동 D공인 관계자는 “시세보다 1000만~2000만원 낮춘 전세도 빨리 소진이 안 되다 보니 가격도 약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뭄에 콩 나듯’ 나왔던 전셋집이 최근 늘어난 이유는 일단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는 데에서 찾을 수 있다. 부동산 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29만여 가구로 최근 3년간(2013~2015년) 연평균 24만여 가구보다 20%가량 증가했다. 새 아파트의 경우 집주인이 아파트 잔금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 물건을 한꺼번에 내놓는 경우가 많아 전셋값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편이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줄었던 입주가 2014년부터 늘기 시작해 3년째 이어지면서 전세물량이 비교적 풍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물량이 많아 월세 수익률이 떨어지자 집주인들이 다시 전세로 임대를 놓는 사례가 늘어난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되는 전환율은 10월 말 기준으로 연 5.7%다. 2011년(8.6%)에 비해 3%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또 집값 상승을 노리고 비교적 적은 돈으로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Gap)투자’가 증가한 것도 전세 물건이 늘어난 이유다. 갭 투자는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셋값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차액만 투자해 집을 사는 투자 방식이다. 강남구 개포동의 B공인중개업체 관계자는 “일부 전세를 끼고 집을 산 투자자들이 전세로 내놓는 매물이 적지 않아 예년에 비해 전세 수급에 여유가 생겼다”고 귀띔했다.

앞으로 전세 물건은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부터 입주물량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114는 내년 전국에 36만여 가구, 2018년 41만여 가구의 아파트가 입주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보다 각각 25%, 43% 늘어난 규모다.
 금리 오르기 전 원금 미리 갚는 게 유리
여기에 미국발 금리 상승까지 맞물리면서 전세 물건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최근 시중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올린 상황에서 이자 부담이 커지게 되고, 목돈이 필요해진 임대인(집주인)은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쪽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이번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시중 금리가 올라가면 집주인이 월세를 고집할 수 없게 돼 월세에서 전세로 전환하는 집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월세 거래 비중은 40%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세입자는 이런 흐름에 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셋값 상승과 물량 부족 속에서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월세를 택한 수요자의 경우에는 집주인이 전세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바뀔 수 있어 여건은 오히려 좋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전세자금 대출액이 많은 세입자나 목돈이 적은 대출 예정자다. 금리가 올라가면 전세자금 대출 금리도 인상돼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 때문에 이미 대출을 받은 세입자는 금리 인상 전에 원금을 일부라도 나눠 갚는 게 좋다. 저축을 해서 전세대출 상환 자금을 마련하는 것보다 원금을 미리 내는 게 이자 면에서 낫기 때문이다. 집주인은 계산기를 두드려 봐야 한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은 “자기 자본으로 집을 사들여 월세를 받는 집주인 입장에선 그대로 생활해도 괜찮지만, 대출을 받은 경우엔 대출자금이나 금리 조건 등에 따져 전세로 돌리는 게 나을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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