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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스는 필사적이다”

“하마스는 필사적이다”

이스라엘 언론인의 입장에서 본 미국 대사관 예루살렘 이전과 팔레스타인인의 저항, 그리고 이-팔 사람들의 미래
예루살렘 미국 대사관 개관식은 상당 부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기념행사였다. / 사진:SEBASTIAN SCHEINER-AP-NEWSIS
이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라빈 광장(텔아비브 중앙광장)에서 막 돌아온 참이었다. 광장에선 지난 5월 14일 수만 명이 몰려나와 12일 밤 이스라엘 팝스타 네타 바르질라이(25)의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우승을 기념했다. 축하행사 중 바르질라이는 대회 참가곡 토이를 신나게 불러 젖혔다. 과거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에 참가했던 이스라엘 가수 10여 명도 나와 따라 불렀다. 이틀 새 두 번째 이스라엘의 유로비전 송 우승을 축하하는 행사였다. 12일 밤 바르질라이의 우승 소식이 전해진 직후 새벽 2시에 1만여 명이 환호하며 중앙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기뻐했다. 그렇게 환희에 찬 군중은 거의 본 적이 없었다.

표면상 이스라엘인에게는 상당히 자기만족감을 주는 열흘이었다. 5월 4일 그랜드 투어 레이스(지로디탈리아)가 그 출발점이었다. 3일간 전국을 횡단하는 도로 사이클 경주다. 8일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정 탈퇴를 발표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그 협정을 거듭 공격하는 모습을 지켜본 대다수 이스라엘인은 그 선택이 정말로 이스라엘에 좋은 일인지 따져보지도 않고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에 박수갈채를 보냈다. 이스라엘은 이어 시리아의 이란병력과 짧은 미니 전쟁을 치러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이 어떤 피해도 입지 않고 시리아 내 이란군 대부분을 격파했다.

호드 하샤론 출신의 바르질라이는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의 네 번째 이스라엘 출신 우승자다. 바르질라이의 우승은 개인적으로 엄청난 업적일 뿐 아니라 분명 국가적인 승리였다. 이스라엘에 항의하는 ‘불매·투자철회·제재(BDS)’ 운동의 많은 사람이 이스라엘 가수에 투표하지 말라고 로비를 펼쳤기 때문이다.

그러나 드라마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5월 14일은 이스라엘 건국 70주년이 되는 날(미국이 신생 이스라엘 국가 지위를 인정하는 첫 나라가 된 날)이었다. 이 날 미국은 예루살렘으로 새로 이전한 대사관 개관식을 개최했다. 공식 개관을 기념하는 그 행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존 제이 설리번 국무부 부장관(그 밖에도 공화당 상하원 의원 대표단 다수) 등이 참석했다.

대사관 개관식은 모든 이스라엘 TV 채널을 통해 생중계됐지만 이는 분명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 기반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한 행사에서 강연한 성직자 3명 중 2명이 복음주의 기독교 지도자였다는 사실이 그 증거다. 댈라스 제일침례교회 로버트 제프레스 목사의 기도가 대표적이다. 한때 유대인은 “구원”받을 수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 바로 그 제프레스 목사가 “예수 그리스도의 정신으로, 우리 주님, 아멘”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쳤다.

대사관 개관식의 마지막 축원은 존 해지 목사가 맡았다(10년 전 유대인과 개인적인 말썽이 있었던 인물이다). 그는 “메시아가 내려와 결코 소멸되지 않을 왕국을 건설할 것”이라는 말로 강연을 마무리지었다. 강연자 중 유대인 종교인은 차바드 랍비인 잘만 월로윅뿐이었다(차바드 운동은 아주 공개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해왔다).
지난 5월 14일 가자지구-이스라엘 국경에서의 시위로 60명이 목숨을 잃었다. / 사진:EYAL WARSHAVSKY-AP-NEWSIS
예루살렘 미국 대사관 개관식은 상당 부분 트럼프 대통령을 찬양하는 기념행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5분짜리 연설 동영상을 제작해 보냈을 뿐 아니라 미국인이든 이스라엘인이든 모든 연사가 미국 대사관을 마침내 이스라엘 수도로 이전하기로 한 그의 결정에 찬사를 보냈다. 레우벤 ‘루비’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가 대표적이었다.

네타냐후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며 “역사를 인정함으로써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있다”고 찬양했다. 한마디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았지만 대사관 개관식은 그의 훌륭한 선거운동 집회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보통 사람들은 문제 삼지 않았다. 미국이 마침내 이스라엘 수도를 공식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예루살렘은 1949년부터 이스라엘 수도였지만 이제서야 미국으로부터 정당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인기는 의심할 바 없이 미국 국내를 훨씬 능가한다. 물론 이스라엘로선 불가피해 보이는 또 다른 현실도 있다. 방송 매체들이 대사관 개관식을 둘러싼 각종 이벤트와 기념식 소식을 보도했지만 계속 중간에 끊고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접경을 따라 전개되는 폭동 관련 최신 속보를 전해야 했다. 지난 6주 동안 이스라엘 국경을 침범하려는 목표로 매주 가두행진이 벌어졌다.

14일은 전체 가자 시위 중 최대 규모로 알려졌다. 가자 지구를 통치하는 하마스는 미국 대사관 개관식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람들을 국경으로 불러 모으려 총력을 다

했다(하마스는 대 이스라엘 테러를 주도하는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로 파타와 팔레스타인 양대 정파를 이룬다). 이집트와 이스라엘이 행진을 취소하도록 하마스를 설득하려 했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따라서 미국 대사관 개관을 기념하는 그 시점에 이스라엘 국경에서 3만 명이 행진을 벌이고 있었다.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행진 중 시위대가 이스라엘 병사들을 겨냥한 총격 사건 4건, 국경을 따라 급조폭발물(IED) 매립 시도 10건이 있었다.

펜스 양측 관측통들의 전언에 따르면 14일의 행진 참가자들은 특히 펜스로 다가가 넘어가려 작정한 듯했다. 매번 이스라엘군은 펜스에 접근하지 말라고 시위대에 경고했다. 이스라엘은 최루탄 같은 비살상 수단으로 시위대의 펜스 접근을 저지하려 했다. 그러나 비살상 수단이 실패한 뒤 군은 살상무기를 동원해 가자 주민의 펜스 침범을 저지하려 했다. 어떤 원인에서든 누구 책임이든 상관없이 안타깝게도 이날 60명이 목숨을 잃었다. 누적 사망자 숫자 증가 외에는 아무 성과도 없는 불필요한 죽음이었다.

이스라엘인은 가자 지구를 손에 잡히는 해결책 없는 딜레마로 여긴다. 이스라엘은 10여 년 전 가자 지구에서 철수했다. 가자 지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인 간 미래 공존의 모델이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오늘날 이스라엘 타도를 목표로 내건 정부가 통치하는 작은 지역에 170만 명이 거주한다. 그 사람들은 이렇다 할 자립적 생계 수단이 없고 상당수가 여전히 1948년 그들의 증조부 세대가 남긴(또는 추방된) 집으로 돌아가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꿈을 갖고 있다.

하마스가 가자 지구에서 거듭 쏘아 올린 미사일은 이스라엘의 미사일 방어 시스템에 차단됐다. 그들이 판 지하 땅굴은 이스라엘이 신기술로 족집게처럼 찾아냈다. 이제 하마스는 집단폭동을 사주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폭동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희생되고 이스라엘의 대외 이미지가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하마스는 절망적이다. 그런 사람들은 때때로 필사적이고 아주 어리석고 자멸적인 행동을 불사한다는 사실을 대다수 이스라엘인은 잘 알고 있다. 정말로 섬뜩한 가능성이다.

이스라엘인에게 이 빛나는 열흘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많은 사람이 미래를 상당히 낙관(일부는 열광)한다. 그러나 역사를 더 잘 아는 사람들은 곧 난관에 봉착하리라 예감한다. 지난 열흘의 희소식 중 어느 것도 진정으로 이스라엘인에게 안전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 개관식은 근사한 상징성을 지닌 이벤트지만 현실적으로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못한다. 앞으로의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 결정이 장기적으로 더 큰 안정을 가져올 잠재력이 있지만 이란의 핵무기 보유가 예상보다 더 앞당겨질 가능성도 그만큼 커졌다. 최근 이스라엘이 시리아의 이란군에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분명 이란이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반가운 소식이 잇따르지만 최근의 낭보 중 어느 것도 이스라엘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개관식에서 재러드 쿠슈너의 대중 연설은 드물게 설득력 있었다. 그는 예루살렘의 미국 대사관 개관식이 평화 정착을 위한 교두보가 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분명 대다수 이스라엘인도 그런 희망을 안고 있지만 멀지 않은 장래에 그것이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 마크 슐만



※ [필자는 이스라엘의 멀티미디어 역사가다. 이 글은 필자 개인의 견해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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