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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는 곧 IT 허브? No!

실리콘밸리는 곧 IT 허브? No!

중국·이스라엘·싱가포르뿐 아니라 케냐, 콜롬비아, 유럽 등 세계 곳곳에서 IT 산업 부상한다
오늘날 IT산업의 심장은 실리콘밸리에 있지만 정신은 세계로 뻗어나갔다. 사진은 캘리포니아주의 애플 신사옥. / 사진:MARCIO JOSE SANCHEZ-AP-NEWSIS
정치·경제·사회 어떤 변화를 논하든 IT만큼 글로벌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친 발전은 없었다. IT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 선거운동을 하고 승자가 탄생했다. 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으로 이제 우리는 로봇과 함께 일하게 됐다. 손바닥 안의 혁신적인 솔루션 덕분에 교통은 과거 어느 때보다 쉽고 막힘이 없어졌다.

이런 초기 발전 중 상당수가 실리콘밸리에서 등장했다. 캘리포니아주 북부 새너제이에서 팰로앨토에 길게 뻗어 있는 작은 지대다. 오늘날 IT 산업의 심장은 샌프란시스코에 남아 있지만 정신은 지구 전체로 뻗어나갔다. 세계 각지에서 IT 허브가 부상했다. 이들 신생 허브는 실리콘밸리와 경쟁하기보다는 글로벌한 규모로 혁신을 창조한다. 세계 톱5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신생 벤처) 중 3개는 디디추싱·샤오미·메이투안디엔핑 등 서방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이다.

극동지역은 역사적으로 제조업과 전자산업 허브였다. 그러나 지금은 전례 없는 속도로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대대적인 혁신이 진행된다. 중국의 핀테크 도입률이 무려 69%로 추산돼 미국의 2배를 웃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IT 기업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중국에 안착해 다른 업종의 성장을 견인한다. 그런 성공이 얼마나 지속될지 회의적인 시각도 있지만 중국은 세계의 IT 강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은 명백한 IT 중심지이며 싱가포르·이스라엘·스톡홀름 같은 지역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앞으로 10년 뒤를 내다볼 때 이들 생태계 중 어떤 지역이 강력한 IT 허브로 부상할까? 아시아에선 그 밖에도 태국의 핀테크와 전자상거래가 가장 강력한 자산으로 부상하며 급속도로 투자자를 끌어들인다. 올해 초 알리바바는 태국의 한 디지털 허브에 3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태국의 장기적인 IT 역량에 대한 신임투표다. 아프리카로 눈을 돌리면 케냐에 상당한 투자자금이 몰렸다. 2008년 이후 수도 나이로비에 다수의 인큐베이터(창업지원)·액셀러레이터(성장지원)·펀더(자금지원)가 생겨났다. 지난해 나이로비의 IT 스타트업이 끌어들인 창업 자본은 3280만 달러였다. 대륙 전체에서 3위 규모다.남미의 콜롬비아는 혁신이 물결치는 나라, 다수의 사모자본·벤처자본·종자펀드의 집결지로 급부상한다. 수도 보고타에서 증강현실(AR)과 소프트웨어 개발이 IT 업계의 주축을 이루며 투자기회를 모색하는 외국인의 관문이 되고 있다. 유럽에선 지난 10년 사이 영국이 세계 IT 리더로 부상했다. 지난 6월 중순에는 그것을 자랑하듯 런던 IT 주간(London Tech Week)이 열려 세계 90여 개국에서 5만5000명의 참가자가 런던으로 몰려들었다. 학계와 기업계의 긴밀한 산학협동이 영국 디지털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했다. 세계 톱10 고등교육 기관 중 4개가 영국에 있다. 그리고 최고수준의 연구를 상업화하는 독립기업 창업은 지난해 2000여 건에 달했다.

세계 톱5 유니콘 중 3개는 디디추싱(사진)· 샤오미·메이투안디엔핑 등 서방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기업이다. / 사진:NG HAN GUAN-AP-NEWSIS
영국의 최대 강점은 전통산업을 혁신과 연계함으로써 참신한 사고와 새로운 접근방식을 제공해 기존 시스템에 도전하는 역량에 있다. 런던의 핀테크든, 북서부의 게이밍과 더 광범위한 창조산업이든 에든버러의 첨단기술 제조업이든 IT와 제조업의 결합은 영국을 글로벌 혁신 허브로 발돋움시켰다.

입지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영국은 업무시간 중 유럽·아시아·북미와 대화할 수 있는 시간대에 있어 글로벌 협력이 가능하다. 영국이 다른 나라들과 구축한 비즈니스 관계는 수세기를 거슬러 올라간다. 지역과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비즈니스 문화가 익숙하다는 의미다. 언어 특히 영어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제로 중국의 영어 사용인구가 미국보다 많다. 언어가 변함없이 소프트파워를 발휘한다는 증거다.

이런 독특한 특성이 결합해 영국은 이제 실리콘밸리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탄탄한 구성을 갖춘 스타트업 생태계로 부상할 수 있었다. 통계에서 분명하게 드러난다. 데이터 분석업체 피치북의 최근 데이터를 보면 2016년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이후 영국 IT 기업들이 받은 창업투자 펀딩은 50억 파운드(7조4000억원)를 웃돌았다. 프랑스·독일·스웨덴을 합친 것보다 많은 규모다.

지금은 기술혁신이 더 이상 실리콘밸리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기술이 더 멀리 널리 확산되면서 비즈니스 기회와 참신한 아이디어도 그 뒤를 따른다. 그것은 실리콘밸리뿐 아니라 전세계에 유익한 일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실리콘밸리 아니면 망한다는 게 업계의 불문율이었다. 지금은 세계 각지에서 스타트업이 부상하는 훨씬 더 흥미진진한 시대가 도래한다. 그리고 IT의 진정한 힘은 바로 그처럼 세계적으로 풍부한 기회에 있다.

- 프라이야 구하



※ [필자는 창업지원센터 로켓스페이스의 영국 생태계 본부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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