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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이 주인의 말 진짜 이해할까

반려견이 주인의 말 진짜 이해할까

익숙한 단어와 생소한 단어에 따라 뇌 활동에서 차이 보이지만 의미까지 알아듣을지는 의문
‘산책’이라고 말하면 개가 자신이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 사진:GETTY IMAGES BANK
견주라면 잘 알듯이 반려견이 ‘산책’이라는 말을 들으면 종종 흥분한다. 하지만 과연 개가 그 의미를 이해하고 그런 반응을 보일까? 개가 자신이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단어가 뭔가 일어날 것이라는 단서만 알려줄 뿐일까?

개가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는지, 또 개가 언어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미국 에모리대학 연구팀은 뇌영상 기법을 사용한 실험을 실시했다.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뉴로사이언스에 발표된 그 연구 결과는 개가 최소한 단어 의미를 초보적인 수준으로 파악하는 듯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전에 들어 익숙한 단어와 처음 듣는 단어를 구분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논문의 주 저자인 에모리대학 심리학과의 애슐리 프리처드 박사는 “대다수 견주는 자신의 반려견이 일부 단어의 뜻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점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우리는 견주의 주장만이 아니라 개에게서 직접 데이터를 얻어 보기로 했다.”

이 논문의 선임 저자인 신경과학자 그레고리 번스 박사는 “우린 개가 인간 언어의 최소한 일부 측면을 처리할 능력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말했다. “학습과 훈련을 통해 지시를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전의 연구는 개가 주인의 구두 지시를 따르기 위해 여러 가지 다른 단서에 의존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주인의 눈길이나 제스처, 심지어 감정을 나타내는 표정 등이 그 단서다.”

번스 박사는 개 심리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하는 ‘도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진정제를 투여하거나 몸을 구속하지 않고 개가 자발적으로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스캐너에 들어가 뇌가 촬영되는 동안 움직이지 않도록 처음 훈련시켰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기법이다.

가장 기본적인 수준에서 한 단어를 이해하려면 단어와 비(非)단어를 구별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에모리대학 과학자들은 이 연구에서 단어를 구별하기 위해 개가 사용하는 뇌 메커니즘을 탐구하고 개에겐 어떤 것이 의미를 가진 단어가 될 수 있는지 파악하고자 했다. 먼저 그들은 서로 다른 품종의 개 12마리를 견주를 통해 훈련시켰다. 그 내용은 부드러운 재질의 원숭이 인형과 고무 재질의 돼지 인형을 주고 각각의 이름인 ‘멍키(monkey)’와 ‘피기(piggy)’로 불러 개가 이를 구별하게 하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그중 하나의 이름을 말하면 해당 물건을 찾아오는 훈련이었다. 이에 대한 보상은 견주의 칭찬과 간식이었다. 매번 견주가 요청한 것을 둘 중에서 정확히 가려내 찾아오면 훈련 과정이 끝난 것으로 판단했다.

그 훈련 후 연구팀은 개가 fMRI 스캐너 안에 누워 있는 동안 견주가 곁에 서서 정해진 시간 간격에 따라 두 물체의 이름을 말하도록 했다. 그 다음 개에게 그에 해당하는 인형을 보여줬다. 그와 대조적인 실험에서 견주는 지어낸 엉터리 단어를 말한 뒤 지금까지 개가 본 적이 없는 물건을 보여줬다. 연구팀은 개가 훈련 받은 익숙한 단어에 비해 엉터리 단어를 들었을 때 청각신호 처리를 관장하는 뇌 영역이 더 많이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개가 최소한 이전에 들어보지 않았던 생소한 단어와 자주 들었던 단어를 구별하는 정도로 인간 언어를 처리하다는 점을 입증한다. 그러나 그 단어가 개에게 어떤 의미를 전하는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프리처드 박사는 “연구를 시작하기 전부터 우린 개가 잘 아는 단어와 처음 들어 모르는 단어를 신경세포 차원에서 구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뜻밖인 것은 그 결과가 사람의 경우와 반대라는 사실이다. 사람은 처음 듣는 단어보다 잘 아는 단어를 들을 때 뇌의 신경세포가 더 많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개의 뇌 신경세포가 생소한 단어에 더 많이 활성화되는 것은 주인이 자신에게 말을 알아듣기를 원한다고 느끼고 거기에 맞추려고 애쓰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다시 말해 개가 주인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서 그렇거나 혹은 그 단어를 이해하려고 안간힘을 쓰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는 뜻이다. 번스 박사는 “개는 기본적으로 주인을 기쁘게 해주고 싶어 할 뿐 아니라 칭찬과 간식도 받고 싶어 한다”고 설명했다.

희한하게도 연구 결과는 개들 사이에서 차이가 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실험에 참가한 개의 절반은 뇌의 측두엽피질 부위에서 활성화가 증가하는 것을 보여줬다. 사람의 경우 어휘 차이를 처리하는 영역인 모이랑회에 해당한다. 한편 나머지 절반은 생소한 단어를 들었을 때 뇌의 다른 부위(편도체, 미상핵, 시상 등)에서 활동이 증가했다. 이런 차이는 이 연구에 참가한 개의 종이 다양하고 인지 능력이 서로 다른 수준이라는 사실로 설명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번스 박사는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를 배우고 이해하려는 의욕과 능력에서 개마다 차이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복 학습을 통해 익힌 단어의 뜻에는 낮은 수준의 조건반사를 뛰어넘는 신경학적인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이런 결과에도 연구팀은 개와 소통하는 데 언어가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아닐지 모른다고 생각한다. 프리처드와 번스 박사가 이전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개의 신경보상 시스템은 청각보다 시각적·후각적 단서에 더 잘 반응했다. 프리처드 박사는 “사람들이 반려견에게 뭔가를 가르치려 할 때는 주로 언어 지시를 사용하는데 그건 우리 인간이 선호하는 방식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개의 관점에선 시각적인 지시가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제스처를 사용하면 개가 더 빨리 배울 수 있다는 뜻이다.”

※ [뉴스위크 한국판 2019년 1월 21일자에 실린 기사를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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