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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백화점 발품? 명품쇼핑업계의 아마존 꿈꾼다

[박경훈 트렌비 대표]
최저가 검색, 빠른 배송 내세워 150만개 명품 판매
월 이용자 455만명, 연 매출액 1000억원 달성

 
종전까지 샤넬 가방을 구입하기 위해선 백화점 매장 앞에서 긴 줄을 서는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집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구입하고, 상품을 바로 당일에 배송받는 ‘온라인 명품 쇼핑’ 시대가 됐다. 대리석이 깔린 고급 백화점 매장에서 잘 팔리던 ‘명품’이 쇼핑 애플리케이션 화면 안으로 들어왔다. 명품 쇼핑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최근 4년간 폭발적으로 함께 성장한 기업이 있다. 바로 명품 쇼핑앱 ‘트렌비’다.  
 
트렌비는 창업 첫해인 2017년, 91억원이었던 매출액이 이듬해 254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2019년엔 매출 451억원을 달성하더니 지난해에는 두 배 이상 증가한 1080억원을 기록했다. 투자도 대폭 지원받고 있다. 2019년 뮤렉스파트너스,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20억원을 투자받은 후, 지난해에는 아주IB·LB인베스트먼트·뮤렉스파트너스로부터 11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올해엔 IMM인베스트먼트, 뮤렉스파트너스,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 인베스트먼트로부터 220억원을 추가로 투자받았다.  
트렌비 주요 서비스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박경훈 트렌비 대표. 김현동 기자
 

공학 석사가 개발한 명품 쇼핑앱

박경훈(38) 트렌비 대표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소프트웨어 공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유학 시절, 근교의 한 아웃렛을 찾았다가 명품 온라인 플랫폼 사업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박 대표는 “명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사기 위해서 관광지와 떨어진 교외의 한적한 마을까지 찾는 관광객들을 보고 의문이 들었다”며 “대부분의 물건을 온라인으로 쉽고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인데 왜 명품은 그게 안될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명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에 대해 생각했다. 언어 장벽과 더불어 가격 정보의 제약을 해결할 수 있는  명품 쇼핑앱을 구현하고자 했다. 트렌비의 핵심 서비스는 두 가지다. 세계 최저가 가격을 찾아주는 검색 엔진과 국내와 해외 5곳에 위치한 물류센터를 활용한 빠른 배송이다. 
 
트렌비는 자체적으로 개발한 검색엔진 ‘트렌봇’을 활용해 하루 평균 4500만개의 세계 명품 판매 페이지와 300여개의 웹사이트를 스캔하고, 그중 가장 저렴한 가격을 알려준다. 박 대표는 같은 브랜드 상품이어도 나라마다 가격이 다르게 책정된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 할인 행사나 세일 시즌도 모두 다른 점을 파악해 이 같은 검색엔진을 개발했다. 
 
박 대표는 “구글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관련 정보를 모두 볼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전 세계 명품 판매 웹사이트를 찾고 이를 스캔하는 일종의 ‘명품 검색 엔진’을 만든 것”이라며 “이때 검색 범위에 포함하는 웹페이지는 정품만을 유통하는 전 세계 아웃렛과 백화점, 명품 공식 홈페이지 등 신뢰할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명품 쇼핑 플랫폼 '트렌비' 화면. [사진 화면 캡처]
 
두 번째 핵심 서비스인 배송 문제는 한국·영국·미국·이탈리아 등에 물류센터를 확보해 해결했다. 트렌비는 판매 데이터를 활용해 인기 제품을 미리 구입해 물류센터에 보관한다. 이후 판매가 이뤄지면 보유한 제품을 바로 배송하기 때문에 빠른 배송이 가능하다. 트렌비는 기존에 익일 배송을 운영했던 것을 올해부터는 당일 배송으로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박 대표는 “명품 유통의 주요 지역에 물류센터들을 만들고, 해당 센터에 있는 제품을 바로 배송하는 모델”이라며 “아마존이 미국이라는 넓은 땅에서도 하루 만에 배송을 완료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라고 설명했다. 현재 트렌비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 중 미리 물류센터에 구비된 제품들 하단에는 5일 배송, 익일 배송, 당일 배송 등 배송 형태가 기재돼 있다.
 

5000여개 브랜드, 150만여개 제품 판매  

제품의 다양성도 트렌비의 강점으로 꼽힌다. 일명 3대 명품으로 통하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제품도 판매한다. 이외에도 구찌·디올·몽클레어·막스마라·버버리·산드로·고야드 등 5000여개의 명품 브랜드의 150만여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넓은 상품군과 빠른 서비스를 토대로 트렌비의 월간 순 이용자는 455만명(2020년 11월 기준)에 달한다. 2017년 32만명에서 14배 이상 늘었다. 박 대표는 “처음 트렌비를 설립했을 때만 해도 상상하지도 못한 수치”라며 “전 세계적으로 명품에 대한 수요가 가파르게 상승한데다 지난해 코로나 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온라인 명품 시장이 급성장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용자의 연령층이 20~30대에서 50대로 점차 확대되는 부분에 대해 주목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2030세대를 타깃으로 운영했는데, 막상 서비스를 오픈하니 10대 이용자도 많고 요즘엔 50대 사용자가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요즘엔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려고 하면 번호표를 뽑고 줄을 서야 하는데 이런 불편함이 중장년 소비자를 앱으로 끌어들인 것 같아요. 예전처럼 명품 가방을 살 때 매장에서 여유롭게 대우받으면서 살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니까요. 이럴 바엔 자녀의 도움을 받아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명품을 소비하려는 부모세대가 늘어나고 있는 거지요.”
 

올해 안으로 일본 진출 계획 

트렌비를 검색하면 늘 함께 뜨는 검색어가 있다. ‘정품 맞나요?’라는 내용이다.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온라인으로 판매하기 때문에 제품에 대한 ‘정품’ 의혹을 받기도 한다. 이에 박 대표는 “개인과 개인이 거래하는 C2C 형태의 오픈마켓과는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박 대표는 “자체적으로 정품 감정팀을 운영하며 정품 인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백화점과 브랜드 공식 사이트, 아웃렛, 유명 글로벌 편집숍 등 공식 판매처를 통해서 상품을 직접 바잉하고, 해외지사 5곳을 통해 300여개의 리테일을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가품에 대한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트렌비는 연내 일본 진출을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안으로 글로벌 앱을 출시하는 동시에 일본어 서비스를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렌비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박 대표는 “백화점에 가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마존이나 쿠팡이 마트에 가서 물건을 사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했듯 트렌비를 이용하면 굳이 백화점을 가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고 싶어요. 만약 트렌비가 없어진다면, 이용자들이 다시 백화점을 일일이 돌며 재고를 확인하고, 긴 줄을 서야하는 불편함을 걱정할 정도로요.”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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