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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새 궁전 '조선팰리스', 정용진의 호텔 사랑은 계속된다

레스케이프·그랜드조선·그래비티 이은 네 번째 독자 브랜드

오는 25일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여는 조선팰리스.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신세계의 새로운 궁전, ‘조선팰리스’가 오는 25일 서울 역삼동에 문을 연다. 조선팰리스는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선보이는 5성급 특급호텔로, 이전 르네상스 호텔에 자리한다. 규모는 총 254개의 객실과 최대 300여명이 한번에 이용할 수 있는 연회장 3곳, 다이닝 식당 5곳, 수영장과 피트니스 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신세계의 조선호텔은 지난 2018년부터 자사만의 호텔 브랜드를 내놓고 있다. 2018년 7월 서울 회현동에 선보인 ‘레스케이프’가 그 첫 번째 호텔이다. 그 후로 지난해에 ‘그랜드조선 부산’을 선보이며 ‘그랜드조선’ 브랜드를 내놨고, 이어서 경기도 성남시 판교에 ‘그래비티’ 호텔을 오픈했다. 올해에는 ‘그랜드조선 제주’를 추가로 오픈했다. 이번에 문을 여는 ‘조선팰리스’는 레스케이프·그랜드조선·그래비티에 이어 신세계가 선보이는 네 번째 독자 브랜드이다. 
 
벌써 다섯 번째 문을 여는 독자 브랜드 호텔이지만 업계 반응은 차갑다. 앞서 내놓은 조선호텔앤리조트의 성적표가 좋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19년 매출액 2089억원에서 2020년 1489억원으로 고꾸라졌다. 영업하는 호텔은 늘었으나, 매출은 감소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이 컸지만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 실적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2018년 영업이익이 75억원 적자를 기록했고, 레스케이프는 오픈 이듬해인 2019년 124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지난해엔 706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유통업계와 시너지 낼 수 있는 신사업, 호텔  

계속된 ‘적자 행진’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가 독자 브랜드 호텔을 계속해 내놓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전통적인 유통업체가 본연의 사업과 연계해 수익을 낼 수 있는 신사업으로 호텔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경영학과)는 “호텔사업은 단순 숙박업이 아니다”라며 “수익의 절반은 객실료에서 나오지만 나머지는 연회장 운영에서 나온다”며 “신세계 역시 호텔사업을 할 경우 모기업인 이마트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텔을 찾는 사람이 많을수록 이마트가 유통하는 식자재까지 함께 팔릴 수 있는 연결 사업이라는 것이다. 현재 조선호텔앤리조트 지분의 99.95%는 이마트가 소유하고 있다. 호텔사업은 놀거리와 즐길거리가 있는 레저산업에 투자하는 신세계그룹의 최근 흐름과도 이어진다. 
 
가장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신세계가 2016년부터 세우고 있는 대규모 복합 쇼핑몰인 ‘스타필드’다. 스타필드는 판매 상품만을 진열하던 기존 백화점이 아닌, 실내 운동시설과 어린이 놀이시설 등이 대거 들어선 새로운 형태의 체험형 쇼핑몰이다. 이외에도 신세계는 SK와이번스 야구단을 인수하며 ‘SSG랜더스’ 야구단을 설립한데 이어 2031년 화성테마파크의 개장을 앞두고 있는 등 레저산업에 과감하게 뛰어들고 있다. 호텔도 레저산업의 일부로, 신세계가 추구하는 미래 사업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성희 한국트렌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신세계는 온라인과 경쟁하기 위해서 상품의 가격을 낮추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체험할 수 있는 경험적 요소를 강화하고 있다”며 “시중보다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야구를 보며 먹은 햄버거나 호텔 라운지에서 마신 생맥주 등을 기억하고 다시 찾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처럼 유통 상품을 오프라인 공간에서 팔리는 레저산업과 연결하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조선팰리스 객실 내부. [사진 조선호텔앤리조트]
 
호텔 사업이 부동산 자산 확보를 위해서 활용됐다는 분석도 있다. 김대종 교수는 “합법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는 사업이 호텔사업”이라며 “호텔 건물 주인이 아니더라도 건물의 지분이 있다면, 호텔 건물의 부동산적 수익을 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신세계는 올해 오픈한 그랜드조선 제주와 곧 오픈 할 조선팰리스 건물에 대해 일부 지분을 취득하고 있다. 
 
먼저 조선호텔앤리조트는 500억원을 투자해, 그랜드조선 제주 건물을 자산으로 가진 리츠 지분 26.25%를 취득했다. 또 이마트의 자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해 2614억원으로, 조선팰리스 건물 지분 17.5%를 확보한 데 이어 올해 987억원을 추가로 투자해 지분 25%까지 끌어올렸다. 조선팰리스를 통해 총 3600억원을 강남 부동산에 투자한 셈이다.  
 

‘신세계’ 떼고 ‘조선’ 브랜드에 힘싣는 호텔사업  

신세계는 독자 브랜드 호텔을 잇따라 선보이면서 ‘조선’만의 호텔 브랜드를 견고히 다지겠다는 계획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는 외국 호텔에 경영까지 모두 맡기는 매니지먼트 형태가 아닌, 경영과 운영은 조선호텔에서 직접 하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만 외국 호텔 시스템을 사용하는 프랜차이즈 형태로 자사 호텔을 내놓고 있다. 
 
이번에 오픈하는 조선팰리스 역시 프랜차이즈 형태다. 조선팰리스는 해외 호텔 브랜드인 메리어트와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계약을 통해 글로벌 예약망만 활용하고, 내부 경영과 운영 모두 조선호텔앤리조트가 직접 한다. 신세계가 호텔을 내놓을 때마다 호텔 운영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독자 브랜드 호텔’임을 강조하는 까닭이다.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16일 개관을 앞둔 조선팰리스를 방문한 사진을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렸다. [사진 화면 캡처]
 
올해 사명을 ‘신세계조선호텔’에서 ‘조선호텔앤리조트’로 법인명을 바꾼 것 역시 ‘신세계’를 떼고 ‘조선’ 브랜드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신세계는 2013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의 개관 100주년을 기념하며 법인명을 ‘신세계조선호텔’로 교체했다. 이후 8년 만에 법인명을 ‘조선호텔앤리조트’로 변경한 것이다. 조선호텔앤리조트 관계자는 “조선호텔의 전통성을 살리면서도, 보다 조선 브랜드를 강조하기 위해 사명이 변경됐다”고 설명했다.  
 
조선호텔앤리조트 측은 “코로나19로 호텔 사업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호텔을 새로 오픈하는 이유는 호텔 사업을 장기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이고, 또 조선호텔만의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기 위함”이라며 “예컨대 레스케이프는 디자인 호텔, 그랜드조선은 가족 중심의 호텔, 그래비티는 판교 라이프스타일의 거점 호텔, 조선팰리스는 최상급 럭셔리 호텔 등 각자 다른 콘셉트로 조선호텔만의 특징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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