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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가 맞은 뒤통수, 세입자도 맞을까

정부 다주택 임대업자에 줬던 혜택 축소
임대사업자 물건 얼마나 나올 지가 관건
“집값 안정 기대” VS “전·월세 급등 자극”

지난달 27일 더불어민주당 부동산 특별위원회는 임대등록사업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주택시장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등록임대사업에서 건설임대만 유지하고, 매입임대는 신규 등록을 받지 않고 혜택도 없앤다는 게 핵심이다.[연합뉴스]
매입임대사업자 제도의 사실상 종료를 앞두고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부와 여당이 정책 실패를 인정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3년 전 임대사업자를 늘리면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던 당시 전망이 이제 빗나가자 제도 자체를 무(無)로 돌리려는 것이다. 하지만 제도를 없애더라도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것이라 장담할 수 없고, 혼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등록임대사업자와 일반임대인 등으로 구성된 대한주택임대인협회는 1일 정부와 여당의 등록임대사업자 제도 폐지 방침에 대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결정을 촉구하는 집단 탄원서를 제출했다. 협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신뢰 보호 원칙 위반으로 청구인들이 헌법상 보장받고 있는 직업의 자유, 재산권, 평등권 등을 침해 받고 있다”고 탄원서 제출 배경을 설명했다.
 

文정부 강행했던 등록임대사업 3년 만에 폐지 수순

 
더불어민주당 부동산특별위원회는 5월 27일 등록임대사업 제도 개선 방안을 담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공급·금융·세제 개선안’을 발표했다. 등록임대사업에서 건설임대만 유지하고, 매입임대는 신규 등록을 받지 않고 혜택도 없앤다는 게 핵심이다. 매입임대는 임대사업자가 주택을 사들인 뒤 이를 임대로 내놓는 것으로, 집을 새로 지어 임대하는 건설임대와는 성격이 다르다. 즉,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사실상 폐지하는 방안이다.  
 
정부는 2017년 12월, 세제 혜택을 주면서 다주택자들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도록 유도하는 ‘임대주택등록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세입자에게 전·월세 이사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제공하는 집주인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혜택을 부여하겠다”고 했었다.  
 
같은 해 8월에는 다주택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 중과를 피할 수 있도록 양도세 감면 혜택을 제공했다. 12월에는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시 세금 혜택을 유지‧확대했다. 건강보험료 증가분의 최대 80%를 감면했다. 임대의무 기간을 모두 충족한 자동말소 사업자에겐 양도세 중과를 무기한 면제하는 정책도 유지했다.
 
그런데 전국의 집값 급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불안해지자 이후 정부는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를 문제의 주범으로 보고 혜택을 축소했다. 지난해에는 단기임대(4년)와 아파트 장기매입임대(8년) 사업을 폐지했다. 그래도 임대의무 기간을 절반 이상 채운 자진 말소 사업자에겐 1년 안에 주택을 팔면 양도세 중과를 피할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여당이 아예 등록임대사업자 제도를 없애는 방안을 담은 개선안을 발표한 것이다. 자동말소 사업자에게 주던 양도세 중과 무기한 면제 혜택도 ‘말소 후 6개월’까지만 인정하기로 했다.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 등 부동산 특위 위원들과 대한주택임대인협회가 14일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등록주택 임대사업자 탄압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연합뉴스]
 

부동산시장 “집값 폭등 못 잡고 세입자만 잡을 수도”

 
정부와 여당을 믿고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던 이들은 뒤통수를 맞게 됐다고 토로한다. 국토부와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1분기 기준 전국 등록임대사업자는 약 51만1000명이었다. 2016년 기준 약 20만3000명이 임대사업자로 등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4년 동안 30만명 가까이 사업자가 늘어난 셈이다. 지난해에는 1분기에만 3만명이 넘는 임대사업자가 등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을 임대사업자라고 밝힌 김 모 씨는 “아파트 한 채를 임대하고 있는데 임대료를 5% 이상 올릴 수 없다고 해서 10년 가까이 저렴한 가격으로 세를 놨다”며 “시키는 대로 했더니 혜택은커녕 피해만 돌아온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정책 변화에도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대사업자가 보유한 아파트가 많지 않다며 아파트를 중심으로 형성된 집값 급등 현상을 잠재우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올해 4월까지 등록임대 자동말소 대상 주택은 총 50만708가구. 이 가운데 아파트는 11만6048가구다. 이 가운데 여당이 기대하는 규모에 버금갈 정도로 매물의 20% 가량이 풀린다고 해도 아파트는 2만~3만 가구에 불과하다.
 
오히려 빌라 등 비(非)아파트 매물이 풀리고 실거주자들이 입주하면 세입자들이 밖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10만 가구 이상이 한꺼번에 이사할 집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전·월세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주택 공급과 수요를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정책을 내놓으면 안 된다”며 “강력한 대책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충격은 결국 세입자가 감당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현 정부는 임대인과 임차인의 갈등을 부추겨 문제의 본질을 회피하려 한다”며 “위헌적 입법을 강행한다면 52만여명에 달했던 등록주택임대사업자들과 주택임대인들은 추가 헌법소원을 통해 25번에 달했던 거짓 늑대(부동산 정책)를 걷어내는데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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