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추억의 신혼여행지’…서울 관광호텔도 사상 첫 감소세
경영난에 허덕인 ‘온양관광호텔’ 연말 폐업 검토 중
매물 나온 서울 관광호텔…오피스텔 등 전환 움직임
온천관광산업의 상징이었던 충남 아산 온양관광호텔이 연말 폐업을 검토 중이라고 24일 밝혔다. 온양관광호텔 측은 최근 아산시에 폐업할 뜻을 전했다. 호텔 부지 내 존재하는 지방문화재로 인해 추가적인 시설투자가 어려운데다 코로나19로 인해 투숙객이 크게 줄면서 경영난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온양관광호텔은 175개 객실과 한번에 700여 명을 동시수용할 수 있는 대온천장을 갖춘 3성급 호텔이다. 1966년 9월 개관 후 1970~80년대 ‘신혼여행 1번지’로 꼽히며 연간 이용객이 40만명에 달했다. 그러나 시설 노후화 등의 문제로 관광객이 점차 줄어 평일 투숙률이 10%를 밑도는데다 주말 투숙률 역시 평균 15%를 넘기 어려울 지경에 이르렀다. 매년 20억원의 적자를 내 최근 3년 간 누적 적자만 70억원에 달한다.
법정관리 상태에 들어간 온양관광호텔을 지난해 7월 한 건설사가 인수하며 부활의 조짐이 보이기도 했다. 인수자가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비롯해 한옥호텔 신축 등에 약 1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마저도 호텔 부지 내 3기의 지방문화재로 인해 규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실상 신규 투자가 무산됐다. 업계 관계자는 “매월 1억5000여 만원의 적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최근 들어선 직원 월급조차 제때 주기 어려울 만큼 고사 위기”라고 말했다.
지방 호텔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내 호텔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6일 발표한 '전국 관광숙박업 등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 기준 서울 관광호텔은 331개로 1년 전보다 2개 줄었다. 서울 관광호텔 수가 줄어든 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8년 이후 처음이다.
서울 관광호텔(연말 기준)은 2008년 125개에서 2012년 151개, 2014년 211개, 2017년 308개, 2018년 330개, 2019년 333개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5성급 관광호텔 1곳을 비롯해 4성급 6개, 3성급 14개, 2성급 7개 감소했다. 반면 1성급은 변화가 없었고, 등급이 없는 관광호텔은 26개 증가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서울 시내 호텔은 대부분 비즈니스 방문객을 비롯한 외국인 수요가 80% 이상”이라며 “일부 특급호텔이 내국인을 상대로 각종 호캉스 상품을 내놓고 객실 판매를 이어가는 것과 달리 중소형 관광호텔은 투숙률이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한국호텔업협회가 조사한 ‘전국 5대 권역 호텔업 현황’에 따르면 올해 1~4월 국내 호텔 객실 판매율은 45.1%에 그쳤다. 객실 100개 중 55개 객실이 비었다는 뜻이다. 코로나19 이전 정상영업 시기인 2019년 연간 객실 판매율은 평균 71%였다.
코로나19 여파로 지난해 서울 동대문구 경남관광호텔이 문을 닫았고, 서울 종로구 센터마크호텔은 휴업에 들어갔다. 올 들어서는 쉐라톤 서울 팔래스 호텔과 르메르디앙 호텔 등 서울 강남권 5성급 특급호텔이 잇따라 문을 닫거나 매물로 나왔다. 주인이 바뀐 호텔의 경우 호텔이 아닌 오피스텔 등 상업용 빌딩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매각이 쉽지 않은 중소형 호텔의 경우엔 장기 투숙객 수요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현재 리모델링 공사 중인 한 3성급 호텔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마냥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릴 순 없는 노릇”이라며 “객실 내부에 취사가 가능하도록 개조하는 공사가 한창”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5월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된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경우 폐업을 전제로 한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힐튼 호텔의 경우 남산을 끼고 있고, 인근에 대기업이 많아 오피스용 부동산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며 “인수자 입장에선 인건비 등 고정 비용이 많이 드는 호텔에 비해 오피스텔이나 고급 주거단지 등으로 전환하는 것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밀레니엄 힐튼 서울의 소유주인 CDL 호텔 관계자는 “밀레니엄 힐튼 서울과의 장기 경영위탁 계약에 따라 호텔 영업을 지속할 방침”이라며 “호텔 매각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허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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