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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맘’ 필수앱… 마켓컬리, ‘미국 상장’ 포기한 배경은?

기업가치 2조5000억원…'3조원대 기대'에 못 미쳐
김슬아 대표 지분율 6.67%…상장 후에도 과제 산적

 
 
김슬아 마켓컬리 대표가 서울 논현동 마켓컬리 사옥에서 사진촬영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식료품을 다루는 온라인 프리미엄 마켓 마켓컬리는 3000여 가지의 품목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중앙포토]
 
#. ‘강남 주부들의 필수앱’으로 유명세를 탄 마켓컬리는 2015년 설립 이후 가파르게 성장해왔다. 설립 첫해 29억원이었던 매출은 지난해 9530억원으로 5년 새 300배 이상 커졌다. 특히 마켓컬리 성장을 견인한 ‘샛별배송’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밤 11시 전에 주문하면 신선 제품을 다음날 오전 7시 전에 배송했다. 마켓컬리 누적 가입자 수는 800만명을 돌파한 지 오래. 마켓컬리는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을 현재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하반기 남부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 “팔면 팔수록 손해”. 잘나가는 마켓컬리 뒤에는 ‘적자’ 꼬리표가 따라 붙는다. 회사 설립 후 매출은 뛰었지만 단 한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다. 설립 이후 지난해까지 누적적자만 2700억원에 달한다. 매출에서 변동비를 뺀 공헌이익은 흑자로 전환한 지 3년이 넘었다는 게 컬리측 입장이지만 수익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여전하다. 투자 재원도 절실하다. 마켓컬리가 미국에서 한국으로 노선을 바꿔가며 상장에 목매는 이유이기도 하다.  
 
마켓컬리 김포 물류센터. 총 8만2600㎡(약 2만5000평)로 신선식품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사진 마켓컬리]
 
미국이냐 한국이냐. 미국 증시 상장을 타진해 오던 마켓컬리가 노선을 바꿔 국내 증시에 상장하기로 했다. 마켓컬리 운영사인 컬리는 지난 9일 2254억원 규모의 ‘시리즈F’(6번째)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실리를 택한 전략”이란 일부 평가와 달리 업계에선 컬리가 해외 상장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왜일까.  
 

‘한국판 아마존’ 쿠팡이 이미 상장했는데…

관련업계에 따르면 컬리가 미국 상장을 사실상 포기한 이유는 두 가지. 미국 상장을 기대하기엔 기업가치 규모가 작고, 앞으로의 성장성을 담보하기도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컬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와 CJ대한통운이 신규 투자자로 참여한 이번 시리즈F 투자에서 2조5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지난해 시리즈E 투자 당시 9000억원 수준에서 1년여 만에 2.6배 커진 수치. 하지만 컬리가 당초 기대한 3조원 이상에는 못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3조원은 국내 기업이 미국 상장을 시도하기 위한 최소 가치로 평가받는다. IB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이 미국 상장을 강행하기 위해선 최소한 가치가 3조5000억원은 돼야 한다는 게 시장 분위기”라며 “이 정도 기업가치 수준에선 미국 상장을 강행한다 해도 흥행에 성공할 지 미지수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고 내다봤다.  
 
쿠팡이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증시에 컬리를 대체할 종목으로 ‘한국판 아마존’이라 불리는 쿠팡이 이미 상장에 성공했기 때문. 쿠팡도 컬리와 마찬가지로 적자 기업이지만 지난해 매출이 13조3000억원으로 컬리에 비해 13배 이상 규모가 크다.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는 “컬리는 내수 중심의 사업 확대를 노리고 있어 해외 투자자들의 마음을 얻기에 걸림돌”이라며 “이미 상장된 쿠팡에 투자하는 게 외국 기관들 입장에서도 낫다고 생각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경영권 공격 우려에 후발주자 경쟁 ‘치열’  

문제는 국내 증시에 상장한다 해도 컬리 입장에선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들이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김슬아 대표의 경영권 방어 이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김 대표가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컬리의 지분율은 6.67%. 이번 투자 유치로 김 대표의 지분율은 더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마켓컬리 CI [사진 마켓컬리]
 
주요 주주인 DST글로벌과 세콰이어캐피탈, 힐하우스캐피탈 등 외국계 벤처캐피털(VC)의 지분이 50%가 넘는 걸 고려하면 상장 후 경영권이 쉽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후발주자들이 컬리의 강점을 공격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쿠팡이 신선식품 전용 물류센터를 운영하면서 ‘로켓프레시’ 경쟁력을 높이고 있고, 네이버도 다음달 신선식품 전용 보관에 특화된 콜드체인 풀필먼트 센터를 경기도 용인에 연다.  
 
업계 관계자는 “공격 투자로 몸값 높이기에 올인했지만 올해 들어 성장 한계가 보이기 시작한 데다 기존 플랫폼들까지 컬리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컬리의 차별적 요소가 줄고 있다”며 “국내 상장 조건이 완화되면서 상장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몸집을 키우고 수익을 내는 회사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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