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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변호사 시대를 맞이하는 법조계의 고민[김기동의 이슈&로]

국내외서 AI 변호사 도입 구체화
1~2년차 변호사 수준인 AI...부작용 없을까

법정 내부.[사진 연합뉴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인공지능(AI)이 법조계에도 혁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2022년 11월 챗GPT(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AI는 이제 상상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2017년 알파고가 등장한 이후 기존 데이터와의 비교 학습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생성형 AI’가 등장한 것이다. 
 
AI는 제조·서비스·의료·여행·엔터테인먼트 등 전 산업 분야로 스며들면서 일상생활, 경제와 산업 전반에 상상을 초월한 파급력을 미치고 있다. 특히 AI 기술 적용은 기업들 입장에서 필수 항목이 됐다. 머지않아 일반인도 AI 환경에 익숙해지지 않으면 스마트폰 시대에 2G 폰을 사용하는 것과 같은 불편함을 경험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로펌들도 ‘AI 변호사 시대’ 준비 박차

사법과 법률 분야에서도 AI를 활용한 업무처리가 시도되고 있다. 변호사가 맡던 기존 업무 중 상당 부분을 AI가 대체할 것이란 섣부른 관측도 나온다. 국내 대형 로펌들도 앞다퉈 관련 조직을 꾸리고 서비스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한 로펌은 축적된 법률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만 개의 질문과 모범 답안을 학습해 답변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AI로 소송과 자문의 기초자료를 검색하고 서류 작성까지 가능한 시스템을 하반기 도입하겠다고 밝힌 또 다른 로펌도 있다. 현재 개발 중인 AI 성능은 1·2년 차 변호사들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국내 사법부도 AI를 공식 언급했다. 지난 1월 사법행정 책임자인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취임사에서 “재판 지연 해소에 AI를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검찰도 AI에 주목한다. 검찰은 보유한 데이터로 자체 LLM(대규모 언어모델)을 구축한 뒤 이를 생성형 AI에 학습시켜 사건처리 단계별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법조 영역에서의 AI 도입은 미국이 한국보다 더 적극적이다.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은 2023년 12월 31일 ‘2023년 연방 사법 연례 연말 보고서’에서 “AI가 판사를 대체할 순 없겠지만 재판의 효율성 등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은 대법원장의 공식 언급 전부터 제2연방항소법원과 제3연방항소법원 등 중요 지역 법원을 중심으로 AI 활용 방안을 활발하게 연구해 왔다. 

변호사들의 관심과 대응은 보다 실질적이고 구체적이다. 특히 회원 5만여 명을 보유한 세계 최대 변호사 단체 미국 뉴욕주변호사회의 연구가 두드러진다. 이들은 이미 몇 년 전부터 크고 작은 실무 세미나를 통해 AI 확산에 따라 제기되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구해 왔다. 최근 뉴욕변호사회는 AI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결성하고 의뢰인과 변호사들을 위해 실무 사례를 중심으로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개인정보 보호 문제’ 등 부작용 고민

AI의 발전은 노동시간을 줄여주고 생산성을 대폭 높여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 또한 작지 않다. AI가 소셜미디어를 학습하면 잘못된 정보가 난무할 뿐 아니라 개인 정보를 무기로 삼을 수 있다는 경고도 있었다. 

뉴욕의 변호사들은 AI의 혜택을 부유하고 힘 있는 의뢰인들이 독식할 것을 우려한다. 정부나 법집행기관이 자신들의 권위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막대한 세금을 투입해서 그 세금을 부담하는 국민들의 상대편에 서게 되는 상황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있다. 실무에선 개별 사건이나 의뢰인의 정보를 AI에게 학습시키는 것이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도 검토하고 있다.

AI 발전에 따라 나타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법적 이슈는 프라이버시와 개인정보 보호 문제다. 20대 여대생을 캐릭터화한 국내 챗봇 서비스에서 약 100억 건의 카카오톡 메신저 대화 내용을 그대로 사용해 개인정보를 노출한 사례가 2021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조사로 밝혀진 바 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올해 LLM 기반 AI 서비스 제공사업자의 실태를 점검한 결과, 인위적으로 답변을 조작할 가능성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다수의 검토 인력을 투입해 이용자 질문과 이에 대한 AI 모델의 답변 내용을 열람·검토해 수정하는 방법으로 데이터셋을 만들고 있으며, 이를 AI 모델 학습 및 프롬프트(명령어) 등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에서도 2023년 6월 미국 뉴욕의 변호사들이 생성형 AI를 사용해 찾은 엉터리 자료를 법원에 제출한 데 대해 벌금 5000달러(약 650만원)를 선고받은 일도 발생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법률적 이슈가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사법과 법률 분야에서 AI의 도입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AI 활용 시 저렴하면서도 빠른 법률서비스를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점이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AI의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해소하고 관리할 해법을 찾는데 방점을 두는 것이 현실적이다. 곧 닥칠 ‘AI 변호사 시대’을 준비하면서 법조계 종사사들을 상대로 AI의 윤리 기준 및 활용 방법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해 보인다. “AI는 법조계에 복합적인 축복을 가져다 줄 것이지만, AI 사용엔 ‘신중함’과 ‘겸손’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존 로버츠 미 연방대법원장의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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