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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거래 정지 ‘신라젠’…임시 주주총회 계기로 경영 정상화 성공할까

새 주인 엠투엔…경영 정상화 위해 1000억원 실탄 마련
13일 임시 주주총회 통해 경영진 전면 교체 예고
신약 후보물질 도입 및 검증 등 자문 맡는 SAB 그룹 3명으로 확대

신라젠이 1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경영진 전면 교체에 나선다. [연합뉴스]
존폐기로에 섰던 신라젠이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최근 신라젠은 과학자문위원회를 출범하고 전문가를 꾸준히 영입하는 등 거래 재개를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는 모습이다.
 
신라젠이 더욱 분주해진 이유는 13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어서다. 신규 이사진 선출을 통해 경영진의 전면 교체가 예고됐다. 신규 이사진 및 감사 선임, 임원 보수 규정 개정, 주식매수선택권 부여가 의결될 예정이다. 회사 측은 이를 바탕으로 경영 정상화와 거래재개에 전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기타 비상무이사 선임 건도 의결한다. 후보에는 신라젠 최대 주주 엠투엔이 인수한 미국 바이오기업 그린파이어바이오(GFB)의 아짓 길(Ajit Gill) 대표(CEO)와 산지브 문시(Sanjeev Munshi) 최고사업책임자(CBO)가 추천됐다. 미국 법인 신라젠 바이오테라퓨틱스(SillaJen Biotherapeutics) 대표로 내정된 산지브 문시 CBO는 다국적 제약사 머크의 사업개발 임원 출신으로, 글로벌 기술수출 계약 전문가다.
 
신라젠은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항암 분야 전문가도 대거 영입했다. 신라젠은 최근 출범한 대표이사 직속 과학자문위원회(SAB·Scientific Advisory Board) 그룹에 항암 바이러스 권위자인 리차드 바일(Richard G. Vile) 메이요 클리닉(Mayo Clinic) 면역학 박사를 영입했다. 바일 박사는 항암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와 키메라 항원 수용체(CAR) T세포, 입양 세포치료법(ACTs) 등에서 여러 성과를 올렸다. 특히 흑색종 분야에서 연구를 지속해왔다. 신라젠 SAB는 총 3명으로 확대됐다. 
 
앞서 신라젠은 지난 7월 신약 연구개발 역량과 임상능력 강화를 위해 SAB 그룹을 출범했다. 이때 신라젠은 미국 세인트주드병원에서 25년간 종양학을 연구한 항암 분야 대가인 스티브 모리스(Steve Morris) 박사와 항암 바이러스 및 흑색종 분야 최고 권위자인 하워드 카프만(Howard Kaufman) 하버드 의과대학 박사를 영입했다.
 
SAB 그룹은 신라젠 펙사벡의 임상을 비롯해 신규 도입이 예정된 후보물질 도입과 검증, 임상 등 모든 과정에서 자문을 맡을 예정이다. 신라젠 관계자는 “글로벌 항암 전문가를 영입한 목적은 향후 글로벌 임상에 중점을 둬야 하고, 새로운 물질이 도입되면 그만큼 인력이 더욱 필요하다”며 “기존의 물질에 더해 새로운 파이프라인이 도입될 거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신라젠은 파이프라인의 추가 도입과 글로벌 임상 확대를 진행 중이다. 현재 미국 리제네론사의 면역항암제 '리브타요'와 병용요법으로 펙사벡의 신장암 치료 임상 2상 시험을 하고 있다. 중국 파트너사 리스팜과는 공동으로 흑색종 임상에 돌입했으며, 올해 3분기 안으로 환자 등록이 시작될 예정이다. 항암치료제 신약 후보물질 'SJ-600'도 주목받고 있다. SJ-600은 특허 출원 중인 플랫폼 기술로, 향후 각기 기전이 다른 약물로 전환이 가능하다.
 
신라젠의 파이프라인 확대는 위험 분산을 위한 전략이다. 그간 신라젠은 기존에 단일 파이프라인이었던 펙사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실패 시 위험 부담이 컸다. 실제 신라젠은 지난 2019년 8월 펙사벡의 간암 임상 3상 실패 발표와 더불어 급격한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후 문은상 전 신라젠 대표 등 경영진들이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받으면서 2020년 5월 4일 주식거래가 정지됐다.  
 
거래가 중지된 신라젠은 ‘엠투엔’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경영 정상화에 더욱 힘을 쏟고 있다. 지난 5월 엠투엔은 신라젠과 총 6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엠투엔은 신라젠 지분 20.75%를 확보해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최대 주주변경은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해 한국거래소가 신라젠의 주식 거래 재개를 위해 제시한 조건이다. 이와 함께 신라젠은 7월에 주상은 대표이사가 사임, 기존 주상은·신현필 공동 대표이사 체제에서 신현필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됐다. 경영권 이양작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추가 실탄도 마련했다. 신라젠은 7월 14일 이사회에서 엠투엔과 함께 추가 운영자금 4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추가 유상증자를 통해 1000억원의 실탄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한국거래소가 요구한 투자금 500억원(지분율 15%)을 넘어 올해 말 거래재개에 청신호가 켜졌다. 추가로 투입되는 자금은 오는 8월 31일 납입 예정이다. 펙사벡 외 추가 파이프라인 확보 및 임상 시험에 필요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단 신호를 시장에 준 셈이기도 하다. 또 향후 기업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자금으로도 활용될 수 있는 만큼 재무건전성 강화도 예상된다.
 
이제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경영진 전면 교체가 단행되면 표면적으로 거래 재개 요건을 대부분 충족하게 된다.
 
신라젠은 한국거래소로부터 오는 11월 30일까지 개선 기간을 부여받았다. 거래소는 거래재개 요건으로 ▶대규모 자본금 확보 ▶지배구조 개편 ▶경영진 전면교체 등을 제시했다. 신라젠 관계자는 “자본금 확충, 최대주주 경영 투명성 제고 외에 회사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파이프라인을 늘리고 연구진을 확충하는 게 유리하다”며 “경영진이 바뀌면 이런 보완 상황들을 가지고 거래 재개를 위한 협의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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