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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IPO 전성시대] 레졸루트 이후 ‘나스닥 2호 기업’ 언제 나올까

미국 IPO 노린 에이프로젠·이뮨온시아 국내로 턴…밸류에이션 높은 국내 상장 선호 현상
아티바테라퓨틱스 코이뮨 등 나스닥에 도전…'최대 시장' 미국 증시 상장 필요성은 여전

아티바 미국 본사 전경 [사진 GC녹십자그룹]
지난 3월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도 ‘미국 증시 상장’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글로벌 최대 의약품 시장이자 최대 자본시장인 미국에서 한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주요 플레이어로 나설 것이란 시각이다. 기대를 모았던 국내 바이오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은 올해 상반기엔 이뤄지지 않았다. 시장에서 나스닥 상장을 점쳤던 국내 바이오 기업들 상당수도 국내 증시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레졸루트 다음 타자는 녹십자그룹 ‘아티바’ 유력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올 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상당수 바이오 기업들이 국내 증시 상장으로 선회한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노무라증권과 IPO 관련 자문 계약을 체결하며 나스닥 입성 가능성이 제기됐던 국내 1호 유니콘 기업인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 기업 에이프로젠은 국내증시 상장으로 무게추가 기울었다. 코스피 상장을 위한 주관사 선정을 마쳤고, 금융감독원에 감사인 지정도 요청한 상태다. 쿠팡의 NYSE 상장 이후 한국거래소는 기업가치가 높은 기업의 경우 영업적자가 있더라도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했고, 에이프로젠도 코스피 상장이 가능해졌다. 
 
2016년 유한양행과 미국 소렌토테라퓨틱스가 공동설립한 면역항암제 개발회사 ‘이뮨온시아’도 나스닥 상장 추진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코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뮨온시아는 판교에 본사를 둔 국내 기업이지만 나스닥 상장사인 소렌토와의 공동 투자로 설립된 회사다. 향후 미국 시장을 노리고 있는 만큼 나스닥 시장 상장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미국 기업과 함께 설립해 나스닥 상장 전망이 나왔던 것 같다”면서도 “현재로선 해외 상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물론 미국 시장 상장을 추진 중인 기업들도 있다. 국내 기업이 미국에 관계사를 설립해 상장하는 모델이다. 가장 빠르게 나스닥 시장에 입성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회사는 GC녹십자그룹 관계사인 ‘아티바테라퓨틱스(이하 아티바)’다. 이미 지난 4월 미국 증권거래소(SEC)에 증권신고서(S-1)를 제출한 상태다.  
 
아티바는 GC(녹십자홀딩스)와 GC녹십자랩셀이 지난 2019년 3월 미국 샌디에이고에 설립한 회사로 자연살해(NK) 세포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GC녹십자그룹은 세포치료제 사업을 글로벌로 확장하기 위해 이 회사를 만들었고, 설립 초기부터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해왔다. 미국 유력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도 유치했다. 시리즈A에서 7800만 달러(약 920억원), 시리즈B에서 1억2000만 달러(약 1400억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올해 1월에는 글로벌 다국적 제약사 MSD(미국명 머크)에 총 18억6600만 달러(약 2조1900억원) 규모 ‘CAR-NK 플랫폼’을 기술수출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 기술 수출은 네이처지가 집계한 올해 상반기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기술 수출 중 세 번째로 큰 금액으로 기록됐다.
 
S-1 서류 신고 이후 업데이트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상장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통상 S-1 서류 제출 후 상장까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이 걸린다. 업계에선 지난 12일 아티바가 세포치료제 제조시설 설립 계획을 밝힌 것도 IPO와 관련된 움직임으로 본다. 아티바는 증권신고서에서 ‘제조 부문에 대한 의존도’를 리스크 요인으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이라고 업계는 평가한다. 
 
아티바 외에도 나스닥 시장 상장을 공언하는 회사는 또 있다. SCM생명과학과 제넥신이 인수한 바이오텍 코이뮨이다. SCM생명과학과 제넥신은 2019년 2월 아르고스 테라퓨틱스라는 이름의 미국 바이오벤처를 125억원에 인수해 코이뮨으로 이름을 바꿨다.
 
코이뮨은 면역세포치료제 전문 기업이다. 백혈병 치료제 및 수지상 세포 항암 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제조시설도 갖추고 있다. 지난 3월 다수의 바이오 기업을 상장시킨 경험이 있는 에드가르도 바라카니 박사를 이사회 멤버로 영입해 나스닥 입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SCM생명과학과 제넥신은 코이뮨의 상장 시점을 2023년으로 예측하고 있다. 상장에 앞서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유치할 필요성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지난해 11월 4500만 달러(약 510억원)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한 코이뮨은 최근 시리즈B 투자 유치에 나섰다. 
 
제넥신은 앞서 최대주주인 한독과 함께 투자한 회사를 나스닥에 상장시킨 경험이 있다. 한독과 제넥신이 최대주주인 바이오텍 레졸루트는 지난해 11월 나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한독과 제넥신은 2019년 이 회사에 투자했다.
 

미국 증시 상장, 자본조달 외에도 글로벌 역량 강화에 유효

업계에선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예상보다 미국 증시 상장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실익’이 적기 때문이라고 평가한다. 바이오 업종에 모이는 자금 자체는 나스닥 시장이 훨씬 크지만 그만큼 경쟁자도 많다. 국내 증시에선 스타가 될 수 있는 기업들도 나스닥 시장에선 주목받기가 어렵다는 얘기다. 기업 가치 평가에서도 국내 주식시장에서의 밸류에이션이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고 평가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국내 바이오 기업이 미국에 설립한 법인의 미국 증시 상장은 여전히 유효한 전략이라고 분석한다.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상장할 경우 현지 네트워크를 쌓을 수 있고, 이는 글로벌 임상역량과 마케팅 역량 증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미국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19년 기준 5103억 달러(약 600조원)로 글로벌 시장의 약 40%를 차지한다.
 
실제 SK그룹은 신약연구회사인 SK바이오팜을 코스피 시장에 상장시켰지만, 미국에 본사를 둔 바이오 위탁개발생산(CDMO)기업 SK팜테코는 미국 증시에 상장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IPO에 있어 가장 중요한 건 밸류에이션이지만, 글로벌 판로 개척을 용이하게 하기 위한 ‘전략적’ 미국 증시 상장은 지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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