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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갈림길 선 지방은행들, 빅테크 기업과 디지털 '생존 협업'

빅테크와 잇단 전략적 제휴…시중은행과 온도차
전북銀, 네이버와 협업…DGB, 핀테크 기업 인수

 
 
왼쪽부터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사옥. [사진 각 사]
디지털 생존 전략을 둘러싸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온도차가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시중은행들은 금융권 잠식을 노골화하는 핀테크·빅테크 기업에 대해 '반기'를 드는 양상인 데 반해, 지방은행들은 빅테크·핀테크와의 협업을 선택한 모양새다. 
 
대형 시중은행에 비해 고객 및 자산규모에서 열세인 만큼, 또 다른 경쟁보다는 생존을 위한 '전략적 협업'을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더해 지방은행들은 빅테크와의 협업이 '지역 기반'이라는 영업적 한계를 벗어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다.  
 

지방은행 넘어선 핀테크·빅테크…합종연횡 잰걸음

시중은행들이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을 꺼리는 이유는 빅테크 플랫폼으로의 종속 우려 때문이다. 금융상품의 제조사(금융사)-유통사(플랫폼) 구조가 굳어질 경우 기존 금융사들이 빅테크 기업의 하청업체 형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금융위원회의 '대환대출 플랫폼 서비스'에 반대하며 네이버‧카카오가 제공하는 플랫폼 대신 자체 플랫폼을 만들겠다고 선언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물론 지방은행들도 빅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달갑지만은 않다. 각 지역을 영업기반으로 하는 지방은행의 경우, 과거에는 시중은행과의 경쟁만 신경쓰면 됐지만 지금은 인터넷전문은행까지 가세하면서 생존에 더 큰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빅테크 플랫폼인 카카오뱅크의 경우 이미 지방은행을 넘어서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전날 카카오뱅크는 올 상반기에 115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출범 이후 불과 4년여 만에 일부 지방은행의 순이익을 넘어선 것이다. 같은 기간 광주은행과 전북은행의 당기순이익은 각각 1037억원, 775억원이었다. 
 
지방은행들로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생존 위협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일단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디지털 금융’에 집중하고 있다. 이미 상당수 지방은행들은 유명 핀테크 플랫폼을 통해 금융상품을 고객들에게 판매하고 있으며, 빅테크 플랫폼과의 제휴에도 적극적이다.
 
앞서 전북은행은 네이버파이낸셜과 디지털금융 서비스 개발 및 비대면 마케팅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전북은행의 중금리 대출 등 서비스와 네이버페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협업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전북은행 권오진 부행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고객들을 위한 다양한 디지털 금융 상품 개발과 비대면 고객 서비스 개선을 위해 네이버파이낸셜과 협업 관계를 구축할 것” 이라고 밝혔다.    
 
DG금융그룹의 경우 아예 핀테크 기업을 자회사로 품었다. DGB금융그룹은 최근 핀테크 기업 뉴지스탁의 지분 74.03%를 인수하며 그룹 내 10번째 자회사로 편입했다. 그동안 DGB금융그룹은 플랫폼 경쟁력 강화와 함께 빅테크·핀테크 등과의 외부 제휴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왔다. 
 
이와 관련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은 "뉴지스탁 인수를 통해 그룹의 디지털 자산관리 경쟁력을 업그레이드하고 핀테크 산업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비대면 이어 '마이데이터'까지…협업 분야 확장  

현재까지 지방은행들이 가장 활발하게 협업 전략을 추진하는 분야는 비대면 서비스다. 대표적인 것이 앱을 통한 대출 비교 서비스다. 경남은행은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핀크, 페이코, 뱅크샐러드 등과 제휴를 맺고 대출 한도와 금리 등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은행은 토스, 카카오페이, 핀크 등과 제휴를 맺었고 부산은행 역시 토스, 카카오페이, 핀다 등의 플랫폼에서 대출 상품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주목받는 마이데이터 서비스에서도 다양한 협업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마이데이터 서비스는 금융회사 등 여러 곳에 흩어진 개인 신용정보를 한곳에 모아 알기 쉽게 보여 주는 서비스로, 이를 통해 자산관리서비스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가 가능하다. 지방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을 통해 지역 중심 수익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을 세웠는데, 이를 위해서는 빅테크·핀테크 기업과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광주은행은 지방은행 중 최초로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았다. 광주은행은 올해 안에 스마트뱅킹 앱에서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를 통해 보유 자산의 특성에 따라 현금·계좌 ▲투자 ▲대출 ▲소비 ▲보험 ▲연금 6개 항목으로 분류하여 다른 금융회사의 자산까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으며, 거래내역과 계좌 조회까지 가능하다. 
 
같은 JB금융그룹에 속한 전북은행도 지난 7월 21일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획득했다. 전북은행은 마이데이터 사업으로 고객 금융 현황과 함께 진단 분석을 제공하는 초개인화 자산관리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지역 화폐와 마이데이터를 결합해 지역친화적인 신규 서비스도 선보일 계획이다.  
 
DGB대구은행도 현재 마이데이터 예비 허가를 받은 상태로 본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대구은행 역시 고객 자산 관리 중심의 서비스 및 상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대구은행은 올해 연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대면 서비스 등 핀테크와 협업한 영업은 물리적 기반 없이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수도권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지방은행의 입장에서는 필수 전략이 됐다"며 "지역을 벗어나 수도권과 젊은층 고객을 유입시키기 위한 지방은행의 노력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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