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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 만에 리마스터로 돌아온 ‘디아블로2’...옛 명성 되찾을까

액션 RPG 고전 명작 디아블로2…‘디아블로2 레저렉션’으로 거듭나
PC 뿐만 아니라 엑스박스·플레이스테이션·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지원
출시 첫날, 유저 몰려들면서 서버 다운 사태 발생

 
 
디아블로2 레저렉션 로고 [사진 블리자드]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가 21년 만에 리마스터 버전으로 돌아왔다. 출시 직후 유저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수많은 유저가 게임에 몰려들면서, 지난 새벽 2시와 5시에 연이은 서버 점검이 이어지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디아블로2 리마스터 버전의 장기 흥행에 대해서 말을 아끼고 있다. 21년 전과 비교해 경쟁 상대가 너무 많아진 탓이다. 새롭게 돌아온 디아블로2가 초반 반짝 돌풍에 그칠지, 아니면 과거 영광을 재현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1년 만에 고화질 그래픽으로 돌아온 디아블로2

블리자드는 디아블로2와 확장팩 ‘파괴의 군주’를 포함한 리마스터 버전 ‘디아블로2 레저렉션’을 24일 전 세계에 정식 출시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최신 게이밍 하드웨어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게 개발됐다. 최대 4K의 해상도를 지원하고, 7.1 돌비 서라운드 오디오를 통해 피의 울부짖음 하나까지 온전히 유저에게 전달한다. 아울러 총 27분 분량의 시네마틱 영상 역시 새롭게 만들어져 고해상도 비주얼을 선보인다.
 
블리자드는 이번 게임 개발과 관련해 원작의 경험 보존에도 많은 공을 들였다. 실제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지난 2000년 당시와 동일한 계산과 게임 로직을 수행하는 오리지널 게임 엔진으로 구동된다.
 
젠 오닐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 공동 대표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은 블리자드 역사상 가장 큰 사랑을 받은 게임 중 하나를 새로운 유저들에게 선보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게임은 블리자드 ‘배틀넷’을 통해 플레이가 가능한 PC를 비롯해 ‘엑스박스’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 스위치’ 등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다. 유저들은 진척도 공유 기능을 통해 플랫폼과 관계없이 게임 라이선스만 있으면 어디에서든 배틀넷 계정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2 레저렉션 출시와 관련해 추가적인 편의성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모든 플랫폼에서 컨트롤러 지원 ▶폰트 크기 조절, 색각 보정 모드, 가독성 옵션 ▶빠른 의사소통을 위한 감정표현 ▶다중 오디오 채널 음량 조절 ▶금화 자동 획득 ▶보관함 크기 확대 및 공유 ▶확장된 키 설정 등을 이번 게임에서 제공한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에서 플레이 가능한 직업은 총 7개다. 디아블로2 캐릭터인 ‘아마존(Amazon)’, ‘야만용사(Barbarian)’, ‘강령술사(Necromancer)’, ‘성기사(Paladin)’, ‘원소술사(Sorceress)’와 함께 확장팩 캐릭터인 ‘드루이드(Druid)’와 ‘암살자(Assassin)’ 등을 플레이할 수 있다.
 
3D로 새로 만들어진 해당 캐릭터들은 최신화된 방어구, 의복, 피부 질감, 애니메이션 등을 선보인다. 블리자드 관계자는 “게임 전체적으로 그래픽이 엄청나게 향상돼 성역으로 귀환하는 디아블로2 베테랑 유저들은 마치 처음 안경을 쓴 것처럼, 기존에 보이지 않던 성역의 자세한 모습을 재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워진 모습 속에서도 이번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 몬스터 및 환경은 디아블로 팬들이 기억하는 어두운 분위기를 변함없이 간직하고 있다. 또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도 매우 간편해 키보드 ‘G버튼’ 하나만 누르면 최신 3D 그래픽과 오리지널 2D 경험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 인게임 모습 [사진 블리자드]

2000년 출시된 원작…전국적으로 디아블로 열풍 불러

지난 2000년 출시된 원작 디아블로2는 국내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블리자드는 1996년 ‘디아블로1’ 출시를 시작으로, 디아블로 시리즈를 새롭게 유저들에게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디아블로2가 큰 인기를 끌면서, 본격적인 디아블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블리자드는 1998년 출시한 ‘스타크래프트’를 통해 국내 시장에 PC방 열풍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이후 출시한 디아블로2마저 흥행에 성공하면서, 국내 시장에 대한 블리자드의 영향력은 한층 더 높아졌다. 디아블로 시리즈는 선과 악의 대결 구도를 담은 PC RPG다. 유저들은 게임 속에서 용사가 돼 악마들을 무찌르게 된다. 게임 제목인 디아블로 역시 게임에 등장하는 악마 중 하나다.  
 
디아블로는 전형적인 ‘핵앤슬래시(Hack and Slash)’ 게임이다. 핵앤슬래시란 스토리나 전략, 역할극의 비중이 낮은 대신 오직 다수의 적들과 싸우는 전투에 집중하는 장르를 의미한다. 특히 디아블로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핵앤슬래시가 보편적인 게임 장르로 자리 잡게 됐다.
 
디아블로2는 확장팩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750만장 판매고를 올렸다. 이 가운데 300만장 이상이 국내에서 팔릴 정도로 한국에서의 인기는 어마어마했다. 특히 중·고등학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2000년대 초반 당시 많은 학생이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PC방에서 디아블로2를 즐기곤 했다.  
 
디아블로2가 유독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파밍(Farming)’ 시스템에 있다. 파밍이란 게임에서 캐릭터의 능력을 올려 성장시키기 위해 돈이나 아이템(Item) 등을 모으는 행위를 농사에 빗대서 부르는 용어다. 디아블로2의 경우, 이러한 파밍을 통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가 쏠쏠했다. 디아블로2가 큰 인기를 끌자, 일각에서는 버그를 악용한 ‘아이템 복사’ 사태가 일어났다. 일부 유저들은 희귀 아이템을 복사해 현금과 맞바꿔 돈을 벌기도 했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 장기 흥행 가능성은?

블리자드는 이후 2012년 ‘디아블로3’를 출시했다. 디아블로3는 디아블로2의 후광에 힘입어 출시 직후 국내 PC방 점유율 30%대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글로벌 흥행에도 성공했다. 디아블로3의 글로벌 판매량은 3000만장을 넘어서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게임’ 순위권에 올랐다.

 
디아블로2 레저렉션 인게임 모습 [사진 블리자드]
하지만 많은 유저는 디아블로3에 만족하지 못했다. ‘수면제’라고 불릴 정도로 지루한 사냥 등으로 인해 오래된 게임임에도 불구, 디아블로2로 돌아가는 유저가 제법 많았다. 매년 블리자드가 진행하는 블리즈컨 행사에서 많은 유저가 간절히 기다려왔던 발표 중 하나가 디아블로2의 리마스터 버전일 정도로, 한국 유저들의 디아블로2에 대한 그리움은 강했다.
 
실제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출시된 이 날 자정부터 수많은 유저가 서버에 몰려 새벽 2시와 새벽 5시에 긴급 서버 점검이 진행되기도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디아블로2 리마스터 버전의 장기 흥행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21년 전과 비교해 경쟁 상대가 너무 많아진 탓이다. 아울러 현재 게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Z세대들(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은 원작 디아블로2에 대한 추억이 거의 없다.
 
일각에서는 과거 원작을 즐겼던 30~40대 유저들을 중심으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이 반짝 흥행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출시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의 경우 출시 직전까지 유저들의 높은 관심을 이끌어냈음에도 불구, 결국 흥행에 실패한 바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디아블로2 리마스터 버전을 기다려왔던 유저들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장기 흥행으로 이어지기에는 그동안 흥행 공식을 비롯해 많은 부분에 변화가 있었다”며 “현재 수많은 인기 경쟁작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디아블로2 레저렉션의 장기 흥행을 장담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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