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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험사들 요양산업 진출 여부 초미의 관심…일본 보험사들 이미 ‘큰손’

보험 패키지·돌봄 데이터 등 이용 새로운 비즈니스 가능
복지부는 ‘자부담 늘렸다가 공공보험 균열’ 우려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위치한 KB골든라이프케어의 '서초빌리지'. [사진 KB손해보험]
일본 보험사에 요양서비스 사업은 쏠쏠한 먹거리로 꼽힌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적어도 8개 대형 보험사가 현재 요양사업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기업이 일본 3대 손해보험사 중 하나인 솜포(SOMPO)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요양서비스업체 두 곳을 인수하며 이 시장에 뛰어들었고, 2019년 1238억엔(1조2896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업계 2위에 올랐다. 
 
금융상품인 보험과 요양사업의 접점이 뚜렷하지 않은데도 이들이 시장에 뛰어든 데는 이유가 있다. 고객을 대상으로 종신·간병보험을 설계할 때, 자사 서비스와 상품을 포함해 본사 매출을 끌어올리겠단 전략이다. 돌봄 데이터를 통해 노인을 대상으로 한 헬스케어 서비스를 론칭하는 것도 가능하다. 새 성장 동력이 절실한 보험사 입장에선 고려해 볼 만한 사업인 셈이다.
 
반면 국내 보험업계는 직접 요양시장에 진출하는 경우가 드물다. 대부분 신생 기업에 투자하는 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이 지난 2016년 자회사를 만들어 뛰어들었지만, 규모는 크지 않다. 수익성보단 평판이 목적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적자를 감수하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사회 공헌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제도상 보험사의 진출 자체가 어렵진 않다. ‘자회사를 만들어 노인복지시설 설치·운영과 이와 관련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시행령에서 허용하고 있다. 금융 당국도 적극적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7월 보험사들과 함께 연 간담회에서 “보험사가 요양서비스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회 전체로도 보험사의 진출을 장려하는 쪽이 이득일 수 있다. 영세한 기관이 난립하는 게 국내 요양시장의 가장 큰 문제로 꼽히기 때문이다. 일정한 서비스 질을 유지하기도 어렵고, 급여 부정 수급 문제도 잦다. 의도적인 곳도 있지만, 행정 절차를 몰라 본인도 모르는 새 저지르는 곳도 적잖다. 큰 기업에서 관리하면 벌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또 요금제별로 다양한 서비스를 만들 수도 있다.
 
이렇게 하자면 주무 부처인 복지부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서비스 간 칸막이를 없애는 일이다. 현재 제도에선 시설 입소와 요양보호사·사회복지사 방문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일본에선 노인복지시설에 들어가더라도 어르신 필요에 따라 방문요양·방문목욕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여러 서비스를 갖춘 기업에서 맞춤형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선호에 따라 질 높은 서비스를 쓸 수 있어야 한단 점에선 복지부도 공감하는 듯하다. 복지부의 노인장기요양보험(이하 요양보험) 관련 위원회에 오랜 기간 참가해온 전문가 A 씨의 말이다. A 씨는 곧 다가올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를 현실적인 이유로 꼽았다. A 씨는 “그간 보장 범위를 넓히기 위해 불가피하게 수가를 억눌러왔다”며 “이들이 현재 하향 평준화한 서비스에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보험사 진출보단 ‘자격미달’ 기관 퇴출에 집중

문제는 아직도 요양보험의 보장 범위가 넓지 못하단 점이다. 보험 적용을 받는 수급자가 전체 노인 인구의 10.1%에 그친다. 필요한 시간만큼 돌봄을 받지도 못한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방문요양 서비스는 하루 3~4시간, 일주일에 최대 3회만 받을 수 있다. 또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대부분은 서비스 만족도가 높지 못한 영세 기관들이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바닥이 탄탄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싼 서비스들이 먼저 들어오면 요양보험이 무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양보험은 가난한 사람만 받는다’든지 ‘도움도 안 되는 보험료를 왜 내는지 모르겠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단 이야기다. 석 교수는 ”‘요양보험으로도 충분한데, 기호에 따라 돈을 더 낸다’는 식으로 민간 서비스가 자리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 가입자는 자동으로 요양보험에 가입된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에 요양보험까지 5대 사회보험이라고 부르고 있다.
 
앞서 A 씨는 “이런 사정 때문에 복지부에선 보험사의 요양사업 진출을 고려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신 부실한 영세 기관을 퇴출해 서비스의 질을 끌어올리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2019년 12월 복지부는 6년에 한 번 요양기관 자격을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자격 미달인 기관은 폐쇄해야 한다. 그전엔 한번 자격을 얻으면 스스로 문 닫지 않는 한 폐쇄할 수 없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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