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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점유율 1%, 인재난·자금난까지 겪는 팹리스 성장하려면…."시스템반도체 생태계 강화해야"

중기부·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상생포럼 개최…한국형 팹리스 성장 모델 논의
기술 기업과 벤처투자사의 협력 절실, 대학의 역할 강화 목소리 나와
최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시스템반도체 잘하려면 인공지능 반도체 잘해야”

 
 
중기부와 서울대가 주관한 '시스템반도체 상생포럼'에 참여한 관계자들이 사진을 찍고 있다.[전민규 기자]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 아니다. 메모리반도체는 세계 1위지만,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비메모리반도체(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존재감은 미미하다. 삼성전자가 막대한 시설투자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지만, 반도체 설계와 개발을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시장은 걸음마 수준이다. 
 
반도체가 ‘경제안보’로 떠오를 만큼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격화하고 있지만, 글로벌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1%에 불과하다. 인력 부족과 자금 부족으로 팹리스 기업 수는 2009년의 약 200개 사에서 70개 사로 대폭 줄었다. 한국이 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시스템반도체 생태계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한국 시스템반도체 성장을 위한 상생포럼 '테크 비즈 콘서트2021'이 지난 29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렸다.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대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팹리스 기업들과 투자자,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한국형 팹리스 성공모형에 대한 대담을 나눴다. 중소형 기업이 대다수인 한국 팹리스 기업들에 가장 절실한 건 ‘인재’와 ‘자금’이었다.  
 

한국 팹리스 점유율 1%, 인재 부족 심각 

첫 번째 연설자로 나선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팹리스 산업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주요 팹리스 기업 15개 중 5년 간 영업이익 적자를 경험하지 않은 곳은 단 3개뿐이다. 그는 전문인력 부족과 해외 경쟁기업 대비 열세한 규모, 자금력 부족을 한국 팹리스의 약점으로 꼽았다.
 
김 연구위원은 “글로벌 팹리스 상위 10위 기업은 모두 미국과 대만 기업”이라며 “글로벌 매출 상위 팹리스들은 수요산업의 성장과 함께 지속적인 M&A로 사업 범위를 확장하며 승자독식의 과점 시장을 이루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금력 부족도 창업 팹리스가 줄어들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창업 팹리스가 제품 개발을 위해 제품 설계에 필요한 설계 자산(IP), 반도체 설계자동화(EDA) 도구 라이선스 비용 등 몇백 억에 달하는 초기 비용이 필요하지만 규모가 영세하고 자금력이 부족해 제품 개발을 위한 초기 비용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발굴되지 않은 한국 팹리스 기업들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잠재력을 가지고 있고 정부의 지원도 늘고 있어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최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다수 등장하고 있다”며 “AI, 자율주행 등 다양한 수요산업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기능의 반도체 수요가 확대되면 소규모 팹리스의 시장 진입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 연사로 나선 이은세 541벤처스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반도체 성공방정식을 토대로 한국 팹리스 생태계를 위한 인사이트를 나눴다. 특히 기술 기업과 벤처투자회사의 협력모델, 대학의 역할 강화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실리콘밸리의 초석이라 할 수 있는 페어차일드 출신들이 세운 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와 반도체 수요기업들이 지역 내에 집적화됐고 그 지역에 있는 스탠퍼드대를 통해 우수한 인재 유입 및 네트워크가 형성됐다”며 “여기에 기술기업에 특화된 자금원인 벤처캐피털이 모여있어 실리콘밸리의 성공모형이 만들어졌다”고 발표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대학을 거점으로 하는 고성장기업의 이합집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도 강남이나 판교 등 IT 클러스터를 만들려는 시도는 많았지만 새로운 인재의 이동을 통한 기업의 탄생이나 인재의 집적이 힘들다”며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인재를 배출해내는 대학을 거점으로 클러스터를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재와 기업이 한 지역에 집적해야 벤처캐피털의 자금을 유인하기 좋다는 이유다.  
 
최기영 전 장관이 29일 시스템반도체 상생포럼에서 인공지능반도체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전민규 기자]

최기영 "시스템 잘하려면 AI 잘해야"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 운영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기영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인공지능 반도체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최 전 장관은 “시스템반도체를 잘하려면 인공지능 반도체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의 통계를 빌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 인공지능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30년 30%가 넘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전 장관은 “PC 시대에 인텔이, 모바일 시대에 ARM이 있었다면 아직 인공지능 시대의 절대강자는 없다”며 “인공지능 반도체에는 5000만개의 파라미터를 처리할 새로운 프로세싱 인 메모리(PIM)가 필요한 만큼 우리가 우위에 있는 메모리 기반 신개념 반도체 개발을 통해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 팹리스에 전문성과 속도,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전 장관은 “팹리스가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와 응용까지 아우르는 솔루션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수요기업의 새로운 요구를 신속하게 분석하고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 키노트에서는 최기창 서울대 시스템반도체 산업진흥센터 교수가 팹리스 생태계 허브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대의 성과를 공유했다. 서울대는 시스템반도체 산업 발전을 선도하기 위해 지난 10월 시스템반도체산업진흥센터를 신설했다. 이 센터에서는 팹리스 역량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인재양성, 정책연구, 멘토링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 교수는 "우리 팹리스 기업들은 인력 수급 이슈, 금융 이슈, 수요시장 연결 이슈, 파운드리 생산차질 등 크게 4가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며 "서울대는 팹리스 기업들이 초기 제품 설계를 위해 고가의 IP를 구매하는 비용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ARM IP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있고 시놉시스사와 케이던스사의 EDA(반도체 설계자동화)툴을 18개사에 무상 지원했다. 향후 파운드리 생태계 강화를 위해 묶음발주 사업과 공용 IP 개발과 확산을 주도할 IP 뱅크 사업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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