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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반도체 미래 리더] 김두호 대표 “2년에 128배 느는 AI 학습량, ‘무어의 법칙’만으론 감당 못해”

[인터뷰] 김두호 퀄리타스반도체 대표
칩과 칩 연결하는 ‘인터커넥트’ 기술에서 국내 선두
“초당 112기가비트 전송속도, 세계 7번째로 개발”

 
 
김두호 퀄리타스반도체 대표는 ″AI 반도체가 등장하면서 인터커넥트 IP(지적재산권)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인섭 기자
‘반도체 칩 성능은 2년에 두 배씩 개선된다.’ 1965년 인텔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주장한 법칙이다. 반도체 기술이 그만큼 빠르게 발전할 거란 기대가 담겼다. 이 법칙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 깨지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제 ‘2년에 두 배 향상’은 더 이상 기술 진보의 상징이 아니다. 인공지능(AI) 때문이다. AI 엔진을 학습시키는 데 들어가는 데이터양이 2년에 128배씩 늘고 있다. 이미지나 음성처럼 용량이 큰 데이터를 대량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실시간으로 주변 환경을 파악해야 하는 자율주행차가 좋은 예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율주행차는 하루에 약 4테라바이트(TB)를 수집·처리할 것으로 업계에선 본다.  
 
기술자들이 내놓은 답은 간단하다. 칩 여러 개를 묶어 동시에 데이터를 처리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관건은 칩과 칩의 연결지점이다. 명절 고속도로처럼 데이터 정체가 일어나면 함께 연산하는 의미가 없다. 이렇게 정체가 안 일어나도록 회로를 설계하는 기술 분야를 업계에선 ‘인터커넥트’라고 부른다.
 

국내 최초 1초당 112기가비트 데이터 전송 가능 설계 IP 확보

김두호 대표가 2017년 설립한 퀄리타스반도체는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업체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최근 1초당 112기가비트(Gb)의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설계 IP(지적재산권)을 국내 최초로 확보했다. 최신 USB 표준인 USB 3.0 전송속도(1초당 5Gb)보다 20배 이상 빠르다. 김 대표는 “미국 브로드컴·시놉시스 등 전 세계 6개 업체만 갖고 있는 기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말하는 인터커넥트 기술의 핵심은 광대역과 저(低)지연, 저(低)전력 세 가지다. 이중 전송속도를 결정하는 건 광대역과 저지연이다. 김 대표는 고속도로를 예로 들어 두 개념을 설명했다.  
 
“광대역은 고속도로의 차선 수를 늘리는 것과 같다. 동시에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차선 수가 많아도 목적지까지 거리가 멀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겠나. 저지연은 목적지까지 가는 거리 자체를 줄여주는 것이다. 데이터 전송에 필요한 단계, 절차를 줄여서 속도를 높인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이런 인터커넥트 IP(지적재산권)을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업체에 제공해 매출을 내고 있다. 퀄리타스반도체는 창업 2년 만인 2019년부터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협업하면서 매해 매출을 2배 이상씩 늘려왔다. 김 대표는 올해 매출 60억원을 내다보고 있다. 2019년엔 12억5000만원이었다.  
 
단기간에 이런 성과를 낸 데에는 인재 경영이 한몫을 했다. 임직원 80여 명 중 41%가 석·박사 학위를 지니고 있다. 김 대표부터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 박사과정을 마치고 삼성전자에서 인터커넥트 분야 칩 설계를 담당했었다. 김 대표는 “2023년까지 임직원을 150명으로 늘리는 게 목표”라며 “국내 반도체 IP 업체로선 2~3번째 규모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업체 매출은 더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인터커넥트 IP 시장이 커지고 있어서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이 시장 규모가 지난해 10억6800만 달러(1조2549억원)에서 2025년엔 27억200만 달러(3조1802억원)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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