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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관념 갇히면 돈 안 돼” 체이슨M, 대학가 원룸건물을 호텔로

호텔업 IP화 노리는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 맞춤형 부동산 컨설팅 전략 공개

 
 
지난달 30일 오후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이사를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체이슨엠 호텔에서 이코노미스트가 인터뷰 했다. [최영재기자]
 
1호선과 경의중앙선이 정차하는 회기역 주변은 대학가로 유명하다. 경희대와 외국어대, 서울시립대 등 당장 생각나는 인근 유명대학만 3곳이다. 호텔이 도무지 어울리지 않을 것만 같은 대학가 전철역 앞에 체이슨그룹의 컨설팅을 통해 탄생한 첫 번째 ‘체이슨엠(Chason M)’ 호텔이 자리하고 있었다.
 
“체이슨엠은 애초에 원룸으로 지어졌던 건물을 아예 호텔로 리노베이션(renovation)해 완성했다. 대학가에서 건물주가 원룸 월세를 많이 받기도 어렵지만 공실 없이 유지하기도 어려워 숙박업으로 등록해 일별 요금을 받아 수익을 높일 계획이었다.”
 
3월의 막바지에 달하던 어느 오후 [이코노미스트]와 체이슨엠 건물 2층 라운지에서 만난 정세호 체이슨그룹 대표가 말했다. 정 대표는 2017년부터 제주도 서귀포에서 자사 호텔체인인 ‘체이슨호텔 더스마일’과 ‘체이슨호텔 더리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며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 뒤를 이어 라이센스 납품 형태로 완성시킨 체이슨엠의 성공에 힘입어 체이슨그룹은 해당 브랜드를 자사의 지적재산(IP)으로 성장시킬 야심을 품고 있다.    
 

대학가 맞춤형 호텔…역발상이 통했다  

서귀포에서 4년간 호텔사업을 해오던 어느 날, 정세호 대표는 원룸으로 지어진 건물을 매수해 호텔로 업종 변경을 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건물주는 호텔스닷컴·부킹닷컴 등 OTA(온라인 숙박예약 플랫폼)에서 10점 만점에 9점대 평점을 기록한 체이슨호텔의 평판을 조회한 상태였고 체이슨그룹 측에 경영 매니지먼트를 부탁해왔다.  
 
정 대표는 “호텔 위치가 생경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회기역이 대학들이 모인 중심역이다보니 입시철에 수시 면접을 보러오는 학생들 숙박수요가 제법 많고 한국외대에 외국인 비율이 높아 장기숙박으로 호텔에 묵으며 통학을 하려는 학생이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체이슨그룹은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호텔’ 디자인에 나섰다. 제주도에선 현지 음식을 체험하고 싶은 관광수요에 맞춰 지역 유명 빵집의 베이커리로 조식을 특화했다면, 회기역 체이슨엠에선 조식 서비스 대신 고객이 스스로 간단한 식사를 준비할 수 있는 라운지를 마련했다. 라운지엔 전자레인지와 개수대를 갖춘 싱크대 등이 비치돼 있었다. 정 대표는 “외국학생들은 ‘원룸이되 관리 되는 원룸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장기투숙을 하다 보니 조식을 먹기보다 필요하면 간편식품을 조리해 먹거나 나가서 사먹는 걸 선호한다”면서 “그래서 조식 대신 공용키친을 제공하도록 건물주께 제안했다”고 밝혔다. 체이슨엠은 이밖에도 외국인 학생을 겨냥해 장기숙박 고객에 한해 공항에 벤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호텔 호실 안을 들여다보면 심플한 붙박이장을 설치해 깔끔한 분위기를 내는 한편 공간 활용도를 높이고 책상 및 테이블로 쓸 수 있는 다용도 가구가 비치됐다. 건물 자체 디자인은 전담 디자이너와 협업해 기존 원룸의 특성을 줄이고 레지던스 느낌이 부각되는 데 중점을 뒀다. 체이슨엠 심볼을 비롯한 주요 색상은 경의중앙선과 같은 짙은 하늘색이 쓰였고 외국인 취향에 맞게 서울 랜드마크를 담은 그림도 호텔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비수기 없이 365일 호황, 수익률 껑충

서울 동대문구 회기로 체이슨엠 호텔. [최영재 기자]
이 같은 맞춤형 디자인 덕에 현재 이 건물은 비수기 없이 365일 낮은 공실률을 자랑한다. 정 대표는 “실제 운영되는 걸 보니 3개 집단의 주요 고객이 투숙하면서 각 호실이 쉼 없이 굴러가고 있다”면서 “학기 중에는 외국인 학생들이 장기투숙을 하고 이들이 방학 때 본국으로 돌아가면 수시시즌이 와서 입시생들이 방을 채워주며 봄이나 가을철엔 경의중앙선을 이용하는 산행수요가 폭발해 등산인들이 숙박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시를 보는 시기도 대학마다 달라 20여개 객실이 빈방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결과 건물주는 만족할만한 수익을 얻고 있다. 원룸을 공실 없이 운영해도 매달 기대 수익은 1000만원이었으나 업종 변경 후 현재 월평균 1600만원, 최대 1750만원까지 매출이 나온다. 같은 규모의 주변 건물보다 수익률이 높다. 원룸 월세보다 숙박으로 일일요금을 받는 것이 객당가가 높은 데다 공실이 적어 가능한 일이다. 건물주가 예약을 직접 관리하고 객실 청소이외에 인력을 쓰지 않아 비용 또한 적다. 정 대표는 “우리 회사에서 인력을 파견할 수도 있지만 객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건물주가 직접 예약사이트에 접속하고 프로그램만 다룰 줄 알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고객께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이미 온양관광호텔과 평창 아이원 리조트에 브랜딩 및 MRO(유지·보수·운영) 컨설팅을 진행했던 체이슨그룹은 이번 체이슨엠 사업을 통해 ‘직영 브랜드 호텔’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체이슨엠 브랜드 자체를 하나의 지적재산으로 구축하고 직영점에 브랜드와 디자인, 운영에 대한 자사의 전반적인 철학을 전수하는 방식이다. 체이슨그룹의 영문 CI(기업이미지)와 BI(브랜드이미지), 폰트 등은 상표권 등록이 된 상태다. 이밖에도 체이슨그룹은 고객에게 각 호텔만의 특화된 디자인 사용에 대한 가이드북을 제공하고 있다. 고객과 소통을 통해 붙박이장이나 기타시설 유지보수를 할 수 있도록 사후 서비스도 지속할 계획이다.  
 
정세호 대표는 “컨설팅 비용은 건물 연면적과 용역 예상기간을 감안해 합리적인 선상에서 맞춤형으로 책정하며 상표권 등록이 된 심볼 사용에 대해서도 용역비만 받을 뿐 따로 사용기간은 두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노력의 결과 체이슨그룹은 지난 3월 국회 기획재정위로부터 ‘2022 대한민국 최고의 경영대상’ 산업발전부문을 수상했다.  
 
정 대표는 “체이슨그룹은 국회 기획재정위로부터 수상한 기업답게 고객 예산의 효율적 운용과 부동산 가치 상승의 가도를 누구보다 특별하게 기획해내는 기업이라고 자부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금 대학가뿐 아니라 신도시에도 원룸촌이 많아 임대인들은 건물 노후화와 공실, 보유세 같은 문제로 시달리고 있다고 들었는데 이런 고충을 가진 건물을 재탄생시키는 프로젝트를 계속 진행해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민보름 기자 min.boreu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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