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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백억 NFT, 거품이었나?…인기도, 거래량도 ‘반의반토막’

[냉온탕 오가는 NFT] ① ‘NFT’ 키워드 구글 검색량, 올해 초 대비 5분의 1
크립토펑크·BAYC 등 주요 컬렉션 가격 급락
“거품 터졌다” vs “다양한 산업 활용될 것”

 
 
[사진 AFP=연합뉴스]
지난해 자산시장과 IT 업계를 휩쓴 ‘뜨거운 감자’ 중의 하나가 대체불가능토큰(NFT)이다. 하지만 달아올랐던 NFT의 거래량과 가격, 관심도가 최근 주춤해지자 8일 일각에서는 튤립 투기나 닷컴 버블과 비교하면서 ‘NFT 거품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나이키·소니 등 글로벌 기업과 국내의 주요 게임·인터넷·통신사 등이 NFT에 앞다퉈 진출하는 등 기업들의 NFT 진출은 오히려 더 가팔라지면서 NFT 시장을 바라보는 시선은 엇갈리고 있다.
 
NFT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하는 토큰이다. 사진이나 영상 등 디지털 파일의 주소를 토큰 안에 담음으로써 그 고유성과 소유권을 나타낸다. 쉽게 말해 가상자산에 대한 ‘진품 증명서’라 할 수 있다.
 
NFT의 투자 열기는 지난해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3월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 NFT가 290만 달러(약 36억4000만원)에 낙찰됐다. 비슷한 시기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본명 마이크 윈켈만)의 작품 ‘매일: 첫 5000일’의 NFT는 6930만 달러(약 87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 블록체인 거래 데이터 통계기관인 댑레이더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약 25억 달러(약 3조1390억원) 규모였던 NFT 시장은 하반기 250억 달러(약 31조3900억원)로 10배 가량 급성장했다.
 
그런데 최근 NFT 관련 지표들을 보면 밝지만은 않다. 검색 데이터를 통해 키워드의 인기도를 보여주는 ‘구글 트렌드’의 점수를 보면 확실히 드러난다. 지난 1월 16~22일 100을 기록했던 NFT 검색 빈도는 6월 5~8일 기준 18까지 떨어졌다. 불과 5개월 만에 NFT에 대한 관심도가 82%나 급감한 셈이다.
 
같은 기간 NFT 거래량도 급감했다. 글로벌 NFT 마켓플레이스의 5월 말 기준 월간 거래량은 40억 달러(약 5조220억원)로 지난 1월보다 75% 줄었다. 가장 큰 마켓플레이스인 오픈씨의 거래량은 1월 50억 달러(약 6조2780억원)에서 2월 25억 달러로 한 달 만에 반 토막 났다. 최근 1개월 거래량은 11억5000만 달러(약 1조4430억원)로 구글 트렌드 추이처럼 1월 대비 5분의 1 수준이 됐다.
 
NFT 프로젝트 '보어드 에이프 요트클럽(Bored Ape Yacht Club·지루한 원숭이들의 요트클럽)'의 원숭이 캐릭터. [사진 BAYC 트위터]
NFT의 인기를 이끌어온 주요 컬렉션들의 가격도 하락세다. 8일 코인마켓캡 기준 1위 컬렉션인 ‘크립토펑크’의 바닥가(floor price)는 8만4200달러(약 1억원)로 한 달 전보다 40.77% 떨어졌다. 바닥가란 NFT 컬렉션 가운데 최저가로 거래된 NFT의 가격을 뜻한다. 2위인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의 바닥가는 같은 기간 36.43% 하락한 16만6370달러(약 2억원)를 기록했다.
 
바닥가뿐 아니라 평균가도 큰 폭으로 내렸다. 크립토펑크와 BAYC의 평균가는 각각 전월 대비 47.58%, 46.61% 급락했다. 같은 기간 다른 인기 컬렉션인 ‘아트블록’과 ‘쿨캣’도 평균가가 각각 47.94%, 10.45% 내렸다.
 

“NFT의 죽음”…거래소 신뢰도까지 하락한 사연

이처럼 거래량과 가격이 하락세인 만큼, NFT 시장의 거품이 빠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NFT 판매가 죽어가는(flatlining) 상태”라고 보도했다. 야후는 “6개월 전 100만 달러에 구매한 크립토펑크가 14만 달러로 떨어진 것은 소위 ‘NFT의 죽음’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했던 ‘블랙 스완’의 저자 나심 탈레브는 트위터를 통해 “NFT 거품이 터지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내부자 거래 사건도 터져 나왔다. 1일(현지시간) 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오픈씨의 전 제품 관리자 네이트 채스테인은 특정 NFT가 게재되기 전에 해당 NFT를 사들였다가 되팔아 2∼5배의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로 기소를 당했다. 검찰 측은 그가 이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 6~9월 11차례에 걸쳐 45개의 NFT를 거래해 부당 수익을 올린 것으로 파악했다.
 
이에 오픈씨 측은 “채스테인의 위법 행위를 인지한 즉시 조사에 착수했으며 회사를 떠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오픈씨는 뒤늦게 기밀정보를 이용한 NFT 매매를 금지하는 내부 규정을 마련하며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투자자들의 신뢰도는 크게 하락한 상태다. 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9월 이후 90% 이상 거래가 급감할 정도로 위축된 NFT 시장에서 해킹이나 사기 등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거품론 ‘글쎄’?…NFT보다 콘텐트 주목해야

NFT의 부정적인 지표들에도 불구하고 거품론은 아니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NFT가 신생 시장인 만큼 어느 분야에서나 초기에 겪는 진통일 뿐이라는 얘기다.
 
세계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의 창업자 자오창펑은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인터넷도 초기에는 거품이 있었고 결국 그것은 터졌다”면서도 “그것이 인터넷을 말살시키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록체인과 NFT의) 기술 자체는 충분히 강력하다”며 “우리의 생각 이상으로 길게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회사인 체이널리스트의 이코노미스트인 에단 맥마흔은 “NFT 시장이 덜 성숙하고 사용자의 감정 변화에 ​​민감하기 때문에 변동성이 두드러지는 건 사실이지만, 이는 지나친 확증 편향 요소가 있다”고 분석했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여파에 주식부터 암호화폐까지 모든 자산시장이 조정을 받고 있다”면서 “NFT만 특별히 거품이 빠지고 있다고 지적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NFT 자체를 자산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 지적했다. 홍 교수는 “NFT는 디지털 자산의 소유권을 증명하는 일종의 등기일 뿐”이라며 “아파트 시장에 거품이 있다고 하는 것이 아닌 아파트 등기에 거품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NFT가 적용되는 디지털 아트 등 콘텐트 자체의 가치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도 콘텐트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가상자산 데이터 리서치 플랫폼 쟁글의 한 관계자는 “NFT 시장은 현재 PFP(프로필 사진) 중심이지만, 예술·게임·패션·음악·SNS·스포츠 등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다”며 “오히려 메타(페이스북)·나이키·소니 등 NFT 시장에 진입하는 대기업들이 점차 늘어 자본 유입이 가속화되고 있는 중”이라고 전했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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