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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국적 항공사 통합 운명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 현주소와 전망] ①
EU‧중국, 기업 결합 승인 문턱 넘어야
전사적 역량 집중한다지만…일부선 “무산 가능성” 여전

 
 
영종도 인천국제공항에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 [연합뉴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인수합병을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가운데, 일부에선 “유럽연합(EU), 중국 등 일부 국가에서 기업 결합 승인 문턱을 넘지 못하고 양사 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항공 전문가들은 “EU의 기업 결합 심사 전례를 감안하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과 관련해 강도 높은 조건을 내걸 것”이라고 진단한다. “중국과의 외교 마찰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 승인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항공업계 등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각국 경쟁 당국으로부터 조속한 기업 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5개 팀, 100여 명으로 구성된 국가별 전담 전문가 그룹을 운영하고 맞춤형 전략을 펴고 있다. 
 
또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진행 현황을 총괄하는 글로벌 로펌 3개사를 비롯해 각국 개별 국가 심사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한 로컬 로펌 8개사, 객관성 및 전문성 확보를 위한 경제 분석 업체 3개사, 협상 전략 수립 및 정무적 접근을 위한 국가별 전문 자문사 2개사 등과 계약해 각국 경쟁 당국 요구에 대응 중이다. 
 
올해 3월까지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한 자문사 선임 비용만 약 3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현재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 결합 승인과 관련해 필수 신고 국가인 터키(2021년 2월), 태국(2021년 5월), 대만(2021년 5월), 베트남(2021년 11월), 대한민국(2022년 2월) 경쟁 당국으로부터 승인을 받은 상황이다. 임의 신고 국가 중에는 필리핀(2021년 5월), 말레이시아(2021년 9월), 싱가포르(2022년 2월)의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었다. 
 
필수 신고 국가 가운데 미국, EU, 일본, 중국 등 4개 국가 경쟁 당국에서 기업 결합 심사가 진행 중이며, 임의 신고 국가 중에는 영국, 호주 등 2개 국가 심사만 남겨 두고 있다.  
 
대한항공에 따르면 미국의 기업 결합 심사 진행 상황은 세컨드 리퀘스트 자료 제출과 신규 항공사 제시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미국의 심사 절차는 최초 신고서 제출 한 달 후에 세컨드 리퀘스트 규정에 따라 방대한 내용의 자료 제출이 필요하다. 
 
피(被)심사인은 ▶자료 제출을 통한 승인 ▶시정 조치 계획 제출을 통한 승인 등 두 가지 절차 중 하나로 대응이 가능한데, 대한항공은 미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심사 강화 기조 등을 감안해 세컨드 리퀘스트 자료 제출과 신규 항공사 제시를 동시에 진행하는 전략을 펴고 있다.  
 
그간 항공사들의 인수합병을 비롯해 깐깐한 기업 결합 심사 기조를 유지해온 EU 경쟁 당국의 심사의 경우 경쟁 당국이 요청하는 자료 제출 및 시정 조치안에 대한 사전 협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1년 1월 EU 경쟁 당국과 기업 결합의 배경‧취지 등 사전 협의 절차를 개시했다.  
 
대한항공은 중국의 기업 결합 심사와 관련해선 2021년 1월 신고서를 제출한 이후 10여 차례에 걸쳐 보충 자료를 제출하는 등 적극적으로 심사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경우 2021년 1월 설명 자료, 2021년 8월 신고서 초안을 제출했으며, 현재 사전 협의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일본 경쟁 당국이 요구한 자료는 모두 제출했으며, 경쟁 당국의 자체 경제 분석 및 시장조사에 따라 이에 대한 대응 자료들을 제출했다는 게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임의 신고 국가인 영국에선 2021년 3월 사전 협의 절차 진행 후 4차례에 걸쳐 현지 경쟁 당국 요청 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사전 협의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임의 신고 국가인 호주의 심사와 관련해선 2021년 4월 신고서 제출 후 3차례에 걸쳐 현지 경쟁 당국 요청 자료에 대한 답변서를 제출한 상태다.  
 

중국 돌발 행동 가능성에 ‘덜덜’

항공업계 등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은 EU와 중국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 여부에 따라 결정될 것이란 진단이 많다. EU 경쟁 당국의 깐깐한 기업 결합 심사 문턱을 넘지 못하고 기업 결합을 포기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캐나다 1위 항공사인 에어캐나다와 3위인 에어트랜샛, 스페인 1위 항공그룹인 IAG와 3위 항공사 에어유로파는 EU의 기업 결합 조건부 승인을 받아들지 못하고 합병을 무산시켰다.  또 올해 EU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독과점 등을 근거로 국내 조선업체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을 불허하기도 했다.  
 
EU 경쟁 당국의 기업 결합 승인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 전망이 뒤섞인다. EU가 대한항공이 받아들이기 힘들 정도로 강도 높은 조건을 내세울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가 제시한 조건부 승인 수준으로 기업 결합을 승인할 것이란 주장도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월 10년간 국제선 26개 노선, 국내선 14개 노선 등의 슬롯과 운수권을 반납하는 조건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한 바 있다. 슬롯은 공항이 항공사에 배정하는 항공기 출발‧도착 시간을 말하며, 운수권은 특정 국가에 취항하기 위해 필요한 권리를 말한다.  
 
한국과 미국의 이른바 ‘경제 동맹’ 강화로 중국과의 외교 마찰 우려가 커지면서, 중국 경쟁 당국이 경제 보복 차원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을 승인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용식 세종대 교수(경영학)는 “과거 중국이 한반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를 이유로 우리 기업들에 대해 과도한 경제 보복 조치를 감행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이 최근 한국이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 참여한 것에 대한 보복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결합에 훼방을 놓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은 다른 국가와 비교하면 돌발 행동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국적 항공사들의 합병이 외교 문제에 휘말릴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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