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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로봇 청소기 기업 인수에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 [한세희 테크&라이프]

로봇 청소기 대명사 아이로봇 17억 달러에 인수
로봇 청소기 스마트 매핑, 사용자 집 내부 상황 데이터 획득
아마존 IoT 기기로 수집한 데이터, 사용자 동의없이 기관에 전달

 
 
로봇 청소기 기업 미국의 아이로봇이 내놓은 룸바는 4000만대 이상이 팔렸다. 아마존은 17억 달러에 아이로봇을 인수했다. 사진은 이커머스 플랫폼 아마존에서 룸바와 아마존의 스마트 스피커 에코 닷을 패키지로 묶어서 팔고 있다. [사진 아마존닷컴 캡쳐]
로봇 청소기는 집안 일의 부담을 낮춰준 혁신적 제품이다. 혼자 집 구석 구석을 다니며 먼지를 빨아들이는 로봇 청소기 덕분에 우리는 허리를 구부려 진공 청소기를 소파 밑바닥에 밀어 넣는 번거로운 일에서 해방됐다.
 
로봇 청소기를 대중화한 기업은 미국의 아이로봇이다. 1990년 MIT 인공지능랩 출신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이 회사의 로봇 청소기 ‘룸바’는 4000만대 이상 보급됐다.
 
로봇 청소기의 대명사 아이로봇이 아마존에 인수된다. 아마존은 최근 17억 달러(약 2조2000억원)를 현금으로 지급해 아이로봇을 인수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아마존이 인수한 기업 중 식료품 체인 홀푸드(137억 달러)나 영화사 MGM(84억5000만 달러)에 비하면 낮은 가격이지만, 온라인 신발 쇼핑 서비스 자포스나 자율주행 기업 죽스(각 12억달러)보다 높다.
 
아이로봇 인수로 아마존은 스마트홈 전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미 아마존은 스마트 스피커 ‘에코’와 가정용 보안 카메라 ‘링’, 스마트 와이파이 중계기 등을 팔고 있다. 사람들이 사고 팔고, 먹고, 입고, 보고 읽고, 거주하는 생활의 모든 영역에 손을 뻗쳐 본업인 커머스 사업을 효율화하고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
 

우리 집 내부 지도 그리는 로봇 청소기

이런 아마존 전략의 핵심은 사용자 데이터다. 하지만 너무 많은 데이터를 너무 잘 활용한다는 점에 대한 우려는 계속 커지고 있다. 시민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아이로봇 인수도 비슷한 비슷한 우려를 일으키고 있다. 룸바는 집 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스스로 구조를 학습해 집 내부 지도를 그리고, 장애물을 피해 가며 지도에 따라 청소를 한다. 스마트 매핑은 룸바의 핵심이다. 다시 말하면, 아마존은 이제 4000만 가정의 집 내부 상황을 알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각 방의 위치나 넓이는 어떤 지, 가구는 어떻게 놓여 있는지 알 수 있다. 바닥에 장난감이 많이 놓여 있으면 어린 아기를 키우는 집으로, 가구가 별로 없다면 가구를 더 많이 팔 가능성이 있는 집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가정의 라이프 스타일이나 생활 환경, 자산 등에 대한 차별적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아이로봇 CEO는 2017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 룸바의 지도 기능으로 얻은 데이터를 아마존이나 구글 같은 회사에 판매하는 수익 모델 도입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데이터는 아마존이 우리의 생활 방식에 대해 보다 면밀히 파악해 보다 효과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데 쓰일 것이다. 아마존 입장에선 맞춤형 서비스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꺼림직 한 일일 수 있다.
 
아마존의 미국 내 시장점유율이나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 데이터를 대량으로 수집하고 활용하는 행태에 비추면 이런 우려는 지나친 것은 아니다.
 
최근 아마존은 가정용 보안 카메라 링에서 촬영된 영상을 사용자 동의 없이 경찰에 넘겼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에 휩싸였다. 링은 현관 문 같은 곳에 설치하는 보안 카메라로 촬영된 영상은 클라우드에 저장된다. 집에 도둑이 들거나 누가 문 앞에 놓인(아마도 아마존에서 구매한) 택배 물건을 가져가는지 등을 감시하는데 쓰일 수 있다. 단독 주택 위주인 미국 주거 환경에선 제법 유용해 보인다.
 
아마존이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아마존은 올해 사용자 동의나 법원 영장 없이 11번에 걸쳐 링 카메라 촬영 영상을 수사기관에 제출했다. 링 영상은 사용자 동의나 법원 영장이 있어야 경찰이 접근할 수 있긴 하지만, 긴급한 경우엔 이런 절차 없이 영상을 제공할 수 있다는 규정도 약관에는 있다.
 
총기 난사가 벌어졌거나 아이가 유괴되는 등 빠른 시간 안에 시급히 해결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도 있기 마련이다. 아마존은 “경찰의 요청에 대해 선한 의도의 신뢰를 바탕으로 결정한다”라고 밝혔다. 이 11건의 사건이 무엇인지, 선한 의도의 결정의 기준이 무엇인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
 
이런 문제에 완전한 기준이나 정답이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경찰 등 국가 권력이 시민의 데이터에 접근하기 시작하면, 그 요구는 점점 잦아지고 확대될 수 있다. 아마존이 링 사업을 위해 전국의 경찰이나 수사기관 등과 제휴를 확대하고 있고, 인공지능 안면인식 기술인 ‘레코그니션(Rekognition)’을 경찰에 판매하는 사업을 추진했던 점 등을 생각하면 이런 우려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가정용 보안 카메라 링에서 촬영된 영상은 클라우드에 저장되고, 사용자는 클라우드에서 영상을볼 수 있다. [사진 아마존닷컴 캡쳐]

우리 삶 감시하는 아마존의 기기들

아마존은 산하 영화사 MGM을 통해 링에 찍힌 재밌는 영상을 활용한 TV 예능 프로그램 제작에 나서는 등 미디어를 활용한 여론전도 준비하고 있다.
 
거대한 사용자 기반을 가진 테크 대기업들은 사람들의 삶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사람들이 아마존에서 사는 물건이나 아마존 프라임에서 보는 영화는 사용자에 대해 많은 정보를 알려준다.
 
이들의 손은 오프라인 공간으로도 뻗친다. 방마다 놓인 인공지능 스피커, 현관에 달린 링 카메라, 바닥을 쓸고 다니는 로봇 청소기는 우리가 사는 집이 어떻게 생겼는지, 집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는지, 주변 환경은 어떤 지에 대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아마존은 집을 지키는 역할도 할 수 있는 반려로봇 ‘아스트로’를 만들었고, 보안용 실내 드론 개발 계획도 밝혔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은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준다.
 
이들 제품은 모두 사용자의 편리함을 위해 존재한다. 미래 SF 영화에서나 보던 스마트홈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 스마트홈을 서비스 제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사용자의 모든 행동과 환경에 대한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이다. 
 
아마존은 이제 온라인 커머스가 아니라 감시 기술(surveillance)로 돈을 버는 회사로 변모하고 있다는 우려가 과장만은 아니다.
 
이는 아마존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구글, 애플, 메타, 네이버, 카카오, 쿠팡 같은 테크 대기업들은 무료 소셜미디어, 메신저, 편리한 뱅킹 및 결제 서비스, 차량 호출, 쇼핑과 배달, 인공지능 스피커 등을 촘촘히 엮어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려 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편리한 감옥일 수 있다. 
 
※ 필자는 전자신문 기자와 동아사이언스 데일리뉴스팀장을 지냈다. 기술과 사람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변해가는 모습을 항상 흥미진진하게 지켜보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디지털과학 용어 사전]을 지었고, [네트워크전쟁]을 옮겼다.  
  

한세희 IT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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