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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 승계 공식화 이재용 부회장, 향후 행보는 [경영승계 가속화하는 재계3세들①]

11월 혹은 12월 회장 승진 전망
삼성 지배구조 개편, 삼성전자 장악력 관건
미전실 부활? 컨트롤타워 복원 하나

 
 
 
지난 5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환영하는 인사말을 위해 단상에 오르고 있다.[연합뉴스]
국내 대기업의 오너 일가 경영권 승계 움직임에 재계가 들썩이고 있다. 주요 사업을 물려받은 후계자들은 호실적을 기반으로 승진 명분을 쌓거나, 그룹사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회사의 지분을 늘리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외에서 가장 주목하는 기업 중 한 곳은 ‘삼성’이다. 2020년 10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별세 이후 삼성그룹은 ‘공식적인 총수’의 부재 상태로 운영됐다. 이재용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뒤 취업제한 규정에 발목이 잡히며 그룹 전반에 걸친 경영권을 행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8월, 8‧15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되면서 이 부회장은 국내외를 오가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8월 19일 삼성전자 기흥 반도체 R&D 단지 기공식에 참석했고 추석을 하루 앞둔 지난 8일(현지 시각)에는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멕시코를 방문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만났다. 2030년 부산엑스포(부산 세계박람회) 유치 활동에 나서는 한편, 삼성전자 가전 공장과 삼성엔지니어링의 정유공장 건설 현장을 찾아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본격적인 활동을 보면서 회장 승진이 임박했다고 해석하고 있다. 그동안 비공식적이었던 움직임에서 벗어나 공개 활동을 하면서 삼성그룹 총수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회장 승진 시기’다. 10여년간 부회장으로 활동해온 그가 삼성그룹 회장에 언제 오르느냐가 관건이란 뜻이다. 다른 기업 오너의 ‘후계자’들과 달리 이 부회장은 실질적인 삼성그룹의 총수로서 그 역할을 해왔다. ‘뉴 삼성’을 강조하며 삼성그룹의 변화를 이야기할 수 있는 자신감 역시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승진 시기는 오는 11월 혹은 12월이다. 11월에는 삼성전자 창립기념일(11월 1일), 12월은 삼성그룹의 정기 임원인사가 있는 달이다. 과거 이건희 회장의 회장 승진일 역시 12월이었다. 이에 맞춰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회장에 오를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다만 삼성 측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는 입장이다. 삼성 관계자는 “그룹 안팎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 시기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일정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에 이목이 쏠리는 건 그만큼 삼성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중 매출액 기준 1위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자의 매출액은 279조6048억원, 영업이익은 51조6339억원이었다. 2위에 이름을 올린 현대차는 매출액 117조6106억원, 영업이익 6조6789억원을 기록했다. SK의 매출액은 98조3250억원, 영업이익은 4조9355억원 수준이다. 
 
삼성의 우리 경제 영향력은 특히 영업이익 면에서 두드러진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를 제외한 2~10위 기업의 영업이익은 41조149억원으로 집계됐다. 5조8000억원가량 적자를 냈던 한국전력의 실적을 제외해도 46조8750억원 수준이었다. 삼성전자 한 곳의 연간 영업이익이 국내 상위 매출 10대 기업의 영업이익을 합친 것보다 많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장악…지배구조 개편이 관건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오를 경우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삼성전자에 대한 완전한 경영권 확보가 꼽힌다. 삼성그룹의 핵심 기업인 삼성전자를 완전히 장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부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데, 이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각에서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각사의 올해 반기 보고서를 보면 이 부회장이 직접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율은 보통주 기준 1.63%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그가 삼성전자 오너로 활동할 수 있는 건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인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에 대한 영향력이 막대하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각각 8.51%와 5.01% 수준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최대주주로 17.9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핵심 주주는 이 부회장과 삼성물산으로 각각 10.44%, 19.3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것이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 계열사 지분의 상당량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을 고리로 삼성전자를 장악해온 이 부회장에게는 심각한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전환하고 삼성물산이 삼성생명 지분을 전량 매입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기업 규모를 고려하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해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사진은 서울시 서초동 삼성 사옥 앞 삼성기 모습. [연합뉴스]

삼성그룹 컨트롤타워 부활하나

이재용 부회장의 승진과 함께 삼성그룹 컨트롤타워가 5년 만에 복원될지도 관심사다. 59개 계열사가 있는 삼성그룹을 총수 혼자서 이끌기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삼성그룹은 비서실,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미전실) 등이 이름을 바꿔가며 그룹을 이끄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왔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미전실이 전격 해체됐을 당시 해당 부서 인력은 250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정현호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팀장(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을 당시 재계에서는 “삼성이 컨트롤타워를 만들기 위한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정 부회장은 미전실 핵심으로 꼽히는 인사지원팀장이었다. 미전실 해체 이후 잠시 물러났지만, 복귀해 삼성그룹 사업 전반에 대한 전략을 모색하는 사업지원TF의 책임자로 일해왔다.  
 
다만 미전실 해체 배경 등 부정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남은 과제다. 김상조 전 공정위원장은 2016년 국정농단 청문회에서 “미래전략실은 막강한 권한에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며 “무리한 판단이나 불법행위로 이어지는 경우도 없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컨트롤타워는 어느 기업이나 있다. 미전실을 다시 만든다고 해도 문제될 게 없다“면서도 “다만 과거 미전실의 영향력 등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제한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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