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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빠진 독에 돈 붓기’…투자 애물단지로 전락한 OTT·배달앱

자본시장 화두로 꼽던 OTT·배달앱
투자 매력 떨어지며 애물단지 전락
‘투자하는 게 맞나’ 회의론도 솔솔
쾌속 성장에 가려진 치킨게임 간과
거액투자 이어가느냐, 마느냐 기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 대형 전광판의 넷플릭스 광고. [연합뉴스]
지난해 자본시장 화두로 꼽히던 배달앱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1년 만에 애물단지 투자처로 전락했다. 이들 업종은 넘쳐나는 유동성에 투자할 곳을 찾던 투자자의 주요 투자 타깃으로 꼽혔다. 온라인 플랫폼과 콘텐츠가 ‘차세대 투자처’로 급부상하면서 수천억원, 많게는 조 단위 투자가 이어졌다.  
 
서비스마다 거대자본이 투입되며 활발한 분위기가 이어진 것도 잠시, 올해 들어서는 ‘투자를 계속하는 게 맞나’라는 회의론마저 들리고 있다. 쾌속 성장하는 서비스라는 인식 뒤에 가려진 ‘치킨게임’(한 쪽이 이길 때까지 피해를 무릅쓰며 경쟁하는 게임)의 속성을 간과한 결과다. 자본에서 밀리면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는 사업 구조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마음도 착잡하기만 하다. ‘밑 빠진 독에 돈을 붓느냐, 마느냐’의 갈림길에서 고민 또한 깊어지고 있다.
 

오징어게임 대박이 불러온 투자 나비효과  

 
지난 12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74회 에미상 시상식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오징어게임’이 감독상과 남우주연상 등 6관왕을 차지했다. 오징어게임의 등장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K콘텐츠 경쟁력을 입증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 외에도 콘텐츠 투자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계기를 마련했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국내 콘텐츠 투자는 특정 펀드를 만들어놓고 제작 콘텐츠에 일정 금액(5억~10억원 안팎)을 따박따박 투자하는 단순한 구조를 띄었다. 배급사 눈치도 봐야 하고, 어떤 영화가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내놓은 투자 패턴이었다.  
 
그런데 오징어게임 대박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넷플릭스가 국내 제작 콘텐츠에 200억~3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다는 소식이 들리자 ‘우리도 자본이 있으니 오징어게임과 같은 콘텐츠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는 생각이 퍼져나갔다. 최근 토종 OTT 투자 유치가 활발해진 이유도 이런 발상과 맞닿아 있다.  
 
영원할 것 같던 OTT 성장세는 올 들어 휘청이고 있다. KT계열 OTT인 시즌이 CJ ENM의 티빙에 인수되는가 하면 자금난에 빠진 왓챠가 매각을 타진하면서 시장 재편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금리 인상에 어수선한 국내외 정서 때문이라고만 해석하기엔 어딘가 마뜩잖은 부분이 있다.  
 
OTT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했던 논리는 “시장에 활기가 돌면 모든 서비스가 잘 된다”였다. OTT가 거스를 수 없는 소비로 자리한다면 다자 경쟁에서 모두가 유의미한 성과를 낼 것이라는 논리였다. 희망 회로가 녹아있던 세간의 전망은 완전히 빗나갔다. 시장에 활기가 돈 것은 맞지만, 장사가 잘되는 상위권 상점에 손님 쏠림 현상이 본격화하리란 점을 간과했다.  
 
OTT 투자가 한창일 당시 투자 난맥상(亂脈相)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VC(벤처캐피털) 심사역은 “예전에 아는 투자사에서 한 OTT에 투자한다고 하기에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는데 돌아온 대답이 ‘남들도 다 했는데 안 하면 안 될 것 같았다’였다”며 “자금이 넉넉했더라도 꼼꼼하게 투자했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배달앱도 꺾였다…결제금액 감소

 
이러한 흐름은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던 배달앱 서비스에서도 포착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25조원 규모로 치솟았던 배달 시장이 크게 꺾일 조짐을 보이고 있어서다.  
 
배달앱 M&A 규모만 봐도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지난해 3월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는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 형제들’ 인수 자금으로 7조6735억원을 썼다. 같은 해 10월에는 DH가 운영하던 음식 배달앱 서비스 요기요가 약 8000억원에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GS리테일로 이뤄진 컴바인드딜리버리플랫폼인베스트먼트(CDPI) 컨소시엄에 팔렸다. 두 기업 인수에만 8조4000억원이 넘는 거액이 오간 셈이다.  
 
당시 자본시장 안팎에서는 이러한 거액 베팅에 수긍이 간다는 의견도 있었다. 나날이 급증하는 배달음식 시장이 놀라울 정도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는 분위기가 확실히 예전 같지 않다. 영원할 줄 알았던 성장세는 채 2년을 유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당장 올해 1분기를 기점으로 배달앱 사용자가 몰라보게 줄었다. 앱 분석 서비스인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배달앱 3사(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의 월별 결제 추정 금액은 지난 3월 2조3500억원에서 6월 1조8700억원으로 석 달 만에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시장점유율 3위 배달앱 서비스인 쿠팡이츠가 매각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쿠팡이츠 측은 “쿠팡이츠 매각설은 사실무근이며 최고의 고객 경험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며 “허위사실을 퍼트리는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덧붙이며 매각설 진화에 나섰다.  
 
두 업종이 앞으로 헤쳐나가야 할 상황도 녹록지 않다. 두 사업 모두 투자가 줄면 결국 밀리는 사업 구조를 띠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OTT는 시청자들이 열광할 콘텐츠 제작을 위해 끊임없이 천문학적인 자본을 투입해야 한다. 배달앱도 할인이나 배달 프로모션에 길든 고객 만족 유지를 위해 자본을 꾸준히 들여야 한다. 시장을 주도하는 지위에 오를 때까지 해당 지출은 계속 이어져야 한다.  
 
결국 자금 경쟁에서 밀릴 경우 앞선 투자에 대한 결실도 보기 어렵다 보니 투자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치 않다. IPO(기업공개) 분위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매각이라는 카드 외에 별다른 엑시트(자금회수) 방안도 없다 보니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 자본시장 관계자는 현재 상황 진단을 묻는 말에 상당히 단순한 대답을 내놨다. “십수년 넘게 자본시장에 있어도 급변하는 분위기에 당황하고, 과거 사례를 반추하며 또 다른 분석을 내놓지만 예상대로만 흘러가는 시장이 아니잖아요. 답을 다 알고 있으면 얼마나 쉽겠어요.” 어쩌면 답을 몰랐기에 들끓었던 투자의 이면을 묘하게 들추는 말에 여운이 남는 이유다. 

김성훈 이데일리 기자 sk4h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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