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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가처분에도 계속되는 은마 재건축 추진위 민폐 시위

민폐 시위 막는 해외 사례 적극 도입해 시민 불편 최소화해야

 
  
 
은마 재건축 추진위가 법원 가처분 후에도 한남동 일대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인근 주민 및 상인들의 피해 등이 우려된다. [사진 독자]
국책사업인 GTX-C 노선의 변경을 주장하는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원회(이하 은마 재건축 추진위) 일부 주민들이 법원의 시위 금지 가처분 결정에도 시위 경로와 현수막 문구 등을 일부 변경해 상가 등이 밀집한 서울 한남동 일대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논란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서울 한남동 일대에서 GTX-C 노선 변경을 요구하는 시위를 진행 중이다.

앞서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지난달 12일부터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은마아파트 지하에 GTX가 통과할 경우 안전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게 될 GTX-C 노선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컨소시엄 대표자는 현대건설이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의 시위가 계속되면서 인근 주민들의 불편 및 피해가 누적됐다. 이에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이 은마 재건축 추진위 등을 상대로 시위 금지 및 현수막 설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법원은 지난 9일 현대건설과 한남동 주민 대표 등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따라 정 회장 자택 반경 100미터(m) 내에 확성기 등을 통한 소음 유발 및 명예를 훼손하는 현수막 게시가 금지됐다. 반경 250m 내 근거 없는 비방성 문구 등이 기재된 현수막 등의 게시 또는 이를 부착한 차량 이동 등도 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법원의 이 같은 결정에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법원 가처분 이후 현수막 문구를 부분 변경하고, 정 회장 자택에서 최소 260m 떨어진 도로변으로 시위 장소를 옮겨 차량 시위를 재개한 상태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가 법원 가처분 후에도 한남동 일대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인근 주민 및 상인들의 피해 등이 우려된다. 사진은 도로 한쪽을 막아선 차량들. [사진 독자]

민폐 시위 막을 제도적 장치 필요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서울 한남동 도로변은 상가 등이 밀집한 곳이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 측 차량 10여 대는 인도 쪽 차로 2개를 점거해가며 자신들의 시위 준비를 위해 일반 시민들의 안전 운전도 방해하고 있다. 조수석에 확성기를 싣고 시위 구호도 큰 소리로 반복 재생하며 차량을 운행하면서 시민 및 상인들의 피해 역시 우려되는 상황이다.

더욱이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법원 가처분 이전에 볼 수 없었던 20여 개의 현수막도 한남동 도로변에 새롭게 설치했다. 주민 등의 신고로 한 차례 모두 철거됐지만 곧바로 재설치됐다. 이 지역 상인들 사이에서는 생업에 지장을 받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GTX-C 노선 변경의 주무부처는 국토교통부, 우선협상대상자는 현대건설이다. 은마 재건축 추진위는 한남동 거주자 및 상인들의 불편을 볼모로 민폐 시위를 벌이는 셈이다. 이 같은 민폐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해 보인다.

해외에는 민폐 시위를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프랑스의 경우 공공질서를 해칠 가능성이 있어 해산 명령을 내렸는 데도 이에 따르지 않으면 징역 1년 또는 최대 1만5000유로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행진 소음은 10m 거리 측정 기준 최대 81 데시벨(dB)을 넘어서는 안 된다. 시위 단속 기준으로 ‘배경 소음도’를 도입한 것도 특징이다. 시위 소음은 배경 소음보다 주간(오전 7시~오후 10시)에는 5데시벨, 야간에는 3데시벨을 초과할 수 없다. 대로변 등 인파가 몰려 평소에도 소란스러운 장소보다 주택가 등 평소 소음이 작은 곳에서는 집회 소음 또한 더욱 규제돼야 한다는 취지다.

스페인은 2015년 무분별한 시위를 막기 위해 제정된 ‘시민안전법’에 따라 공공 안전에 심대한 위협을 끼쳤을 경우 3만유로(약 410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사전 허가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정해진 집회 장소를 벗어나 행진하면 600유로(약 82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미국은 일괄적인 연방 법규가 아닌 각 주의 법률 또는 조례로 집회∙시위를 규제하고 있다. 다만 대부분의 주에서 공공 도로에서 시위나 행진을 하려면 경찰의 사전 허가가 필요하고, 보행자 또는 차량 이동에 지장이 크면 행진을 금지할 수 있다. 뉴욕의 경우 확성기를 사용한 시위 개최를 위해서는 집회 신고와 별개로 하루 단위의 소음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한 전문가는 “해외의 사례를 적극적으로 참고해 우리도 다수 시민의 불편을 볼모로 삼은 민폐 시위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소음 피해 방지를 위해서는 외국과 같은 과태료 부과 방식 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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