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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테크 高금리 행진, 하반기 하락이 변수

재테크 高금리 행진, 하반기 하락이 변수

한 푼이라도 더 주는 곳이 어디인가- . 사람들이 돈을 들고 우왕좌왕하고 있다. 고금리시대가 열린 때문이다. 은행이 무려 20% 내외의, 그것도 확정금리를 주는 시대는 지난 80년대 이후 없었다. 게다가 아무리 정부가 원리금 상환을 보장해준다고 했더라도 사람들은 안전한 곳을 찾게 마련이다. 안전한 금융기관이면서 한 푼이라도 더 많이 주는 금융기관과 금융상품이 어디인가를 알기 위해 사람들은 열심히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금융기관 수신담당자들은 하루에도 수십 통씩 문의전화를 받고 있고 조금이라도 금리가 좋은 상품을 내놓는 날이면 사람들이 장사진을 친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부터 14일 만기이긴 하지만 무려 28.5%짜리 통화안정증권을 발행하자마자 전국의 각 한은창구들은 수백만∼수억원을 들고온 일반 고객들 때문에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한 푼이라도 더 많이 받기 위한 경쟁이 극을 달리고 있는 지금 본지는 안전하면서 고금리를 주는 상품들을 은행권과 제2금융권 그리고 상호신용금고권을 나눠 살펴봤다. 경기도 일산에 사는 주부 K모씨(37)는 H은행에 넣어둔 자유적립식 신탁을 일부 해약했다. 평소 이재에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언론에서 연일 실세금리가 무려 30∼40%가 된다고 보도하는데 지금 자신이 넣어둔 예금의 연이율이 12%인 것을 보니 서서히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은행들 가운데 가장 이율이 높은 상품이 어느 것인지를 조사해 봤다. 고정금리를 주는 상품으로는 한일은행 등 몇몇 은행이 연리 20%를 주는, 그러나 예금기간이 3개월인 상품이 있고 대개는 6개월 이상 예치에 연리 18%를 주는 상품이었다. 또 예금 운용실적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는 연리 25% 내외를 주는 상품도 있다. 아무리 봐도 현재 실세금리가 상당기간 유지될 것 같아 K씨는 다른 H은행의 실세금리 연동부 금융상품에 돈을 넣었다. 서울 목동에 사는 회사원 L모씨(35)는 작년에 아파트를 사면서 할부금융사에서 5천만원을 빌렸다. 당시 금리는 13.5%였다. 그러나 최근 이 회사로부터 이율을 올린다는 연락을 받았다. 무려 25%라는 내용이었다. 이전에는 원리금으로 다달이 56만여원씩 냈는데 앞으로는 무려 1백4만원을 납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1% 상승시 추가비용 1조8천억 금리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원인이야 여럿이지만 그 파장이 곳곳에 미치고 있다. 그 동안 금리에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그냥 은행의 정기예금이나 적금에 돈을 넣어두고 있는 사람들마저 비록 소액이나마 높은 금리를 받고자 이 은행 저 종금사로 몰려 다니고 있다. 그나마 이 사람들은 나은 편이다. 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사람들은 높은 금리 때문에 분양받은 아파트마저 취소하는 지경이다. 기업들은 더 죽을 맛이다. 줄줄이 부도가 나고 심지어 “화의를 신청해 자금난을 넘겨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 화의금리가 올라도 12%선이라 시중금리보다는 싸기 때문이다. 금융연구원에 따르면 금리가 1% 오를 때마다 제조기업 전체가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1조8천억원씩 늘어나고 금리가 22%선을 넘을 경우에는 마이너스 경제성장이 된다. 1월 하순 현재 금리는 지난 연말에 비해 다소 수그러지기는 했다. 지난해 12월 말 콜금리는 연리 30% 이상, 기업어음이 40% 이상의 금리로 거래됐다. 그러나 지금은 콜금리가 27%, 기업어음이 30% 이내, 3년 만기 회사채가 25%로 다소 수그러들기는 했다. 그렇더라도 실세금리가 20% 내외에서 운용되던 국제통화기금(IMF) 이전보다는 한참 높은 금리다. 이처럼 고금리가 된 이유는 대략 2가지. IMF의 고금리 요구가 가장 큰 이유다. 실세금리가 40%나 돼 우량기업까지 다 망할 형편이라며 1월 중순 방한한 장 미셸 캉드쉬 IMF 총재 등을 붙잡고 우리 금융당국은 설명했지만 IMF는 한마디로 NO였다. 적정한 금리 수준은 30%인데 지금은 이보다 더 내려가지 않았느냐, 이 이상 더 내려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IMF가 이처럼 고금리를 주장하는 것은 2가지 이유 때문이다. 우선 환율안정 때문이다. 국제간에 돈의 흐름이 자유로울 경우 외국돈이 많이 유입되면 환율은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금리가 높아야 외국돈이 들어올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고금리를 유지해야 한다는 논리다. IMF는 그 기준을 달러당 1천3백원 정도로 봤다. 또 하나는 망할 기업은 망해야 한다는 게 IMF논리다. 그래야만 우리 시장의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따라서 외국인들이 투자할 여건이 조성된다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흐름면에서만 보면 이 얘기가 맞다. 그러나 실물시장까지 고려하면 이 얘기가 맞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기업이 다 망하고 나면 IMF 구제금융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는 기업계의 주장은 이 대목을 짚은 것이다. 가령 지금 고금리로 타격을 받고 있는 기업은 규모로 따지면 중소기업이다. 이들은 대개 완제품 조립보다는 부품생산쪽이 많다. 이들이 무너질 경우 무역수지 개선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칠 것은 필지의 사실이다. 당연히 환율안정은 물건너간다. 따라서 IMF가 고금리를 주장하는 것은 환율의 불안 이유에서라기보다 우리나라 기업구조와 체질을 바꾸기 위한 측면이 크고 이런 점에서 한계기업들이 정리될 때까지 고금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고금리가 된 두 번째 이유는 은행 등 금융기관의 사정 때문이다. 당장 종금사가 영업정지당하고 남은 종금사와 은행들도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맞춰야 하는 일이 벌어졌다. 돈을 파이프라인을 통해 돌리는 금융기관의 자금중개기능이 상당부분 막혔다. 당장 기업들이 기업어음(CP)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줄어들었고 수출신용장 매입을 꺼리는 바람에 수출기업들은 결제시점까지 추가자금을 메워야 했다. 무엇보다 한계기업들이 무더기로 늘어나는 바람에 대출금리는 평균 조달금리와 당해 기업의 위험도라는 등식에서 위험도가 커져 대출금리가 높아진 측면이 크다. 수신금리가 오른 것도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를 올리는데 한몫을 했다. 평균조달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시동은 부실금융기관의 대명사로 불리는 제일은행과 서울은행, 그리고 부실종금사들이 걸었다. 예금이 자꾸 빠져 나가니 살 길은 고금리뿐이었다. 게다가 정부가 원리금을 지급보증한다고 거들었다. 당연히 다른 금융기관들도 예금을 안 빼앗기려면 금리경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든 지금 은행권만 따져도 모든 은행이 고정금리로 연리 20% 내외의 초고금리를 주고 있다. 종금사나 투신사, 증권사 등은 이보다 더 높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들도 우려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지동현 박사는 “이런 금리로는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견뎌낼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민은행 등 몇몇 선도은행들이 금리를 낮춰야 한다. 지금 시티은행 등은 수신금리가 이보다 훨씬 낮다. 도저히 장사가 안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말한다. 그래서 일각에선 부실금융기관에 맡긴 예금의 원리금을 정부가 전액 보장해 주지 않는 쪽으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정부가 공언을 바꿀 경우의 혼란이다. 따라서 민상기 교수(서울대)는 “정부가 한다고 공언한 것이니 이젠 어쩔 수 없다. 또 BIS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도 은행들이 거둬들일 수 있는 예금에도 한계가 있으니 부실금융기관에 들어오는 돈도 저축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고 있다. 오히려 부실금융기관을 신속히 정리하는 것이 고금리를 푸는 해법이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고금리경쟁, 부실금융기관이 불붙여 LG경제연구원의 이인형 박사는 “유동성 부족에 빠지지 않기 위해 부실금융기관들이 무리하게 금리를 끌어올린 측면도 있다. 따라서 이들 기관에 대한 정리작업을 신속하게 끝내는 것이 금융시장 정상화에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어떻든 이제 관심은 이러한 고금리현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 하는데 모아지고 있다. 분기별로 볼 경우 금융전문가들은 대개 1분기까지는 이런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화경제연구소는 1분기에 3년 만기 회사채 수익률의 경우 평균 연 33%로 최고치를 기록한 후 2분기 27%, 3분기 20%, 4분기 1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하나은행 경제연구소의 이인실 박사도 오는 3월이 고비라고 말하고 있다. 이 고비를 넘기면 하반기에는 연이율 10%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3월까지 버티면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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