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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화제]IMF한파속, 국내 미국업체 한국인 직원들 보너스로 받은 美주식 팔아 희희낙락

[업계화제]IMF한파속, 국내 미국업체 한국인 직원들 보너스로 받은 美주식 팔아 희희낙락

작년 미국은 예년보다 높은 3.4% 가량의 성장률을 기록하고 대표적인 금융중심지인 월街가 사상 최대의 보너스잔치를 벌였을 정도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따라서 이런 미국계 기업의 한국법인에서 일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상대적으로 형편이 낫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영업실적이 좋은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미국계 기업들이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장을 주타깃으로 하고 있는데 이들 시장이 얼어붙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은 ‘종신고용’을 지향했던 국내 기업들과는 다른 풍토에서 일해 왔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리해고나 대량감원에 대비가 더 많이 돼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이들 기업은 상대적으로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어 종업원에게 주는 타격이 덜한 편이다. 무엇보다 성과급으로 美 본사의 주식을 주는 제도나 일정 범위 내에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제도, 또는 스톡옵션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일부 ‘강한’ 미국계 기업들에 근무하고 있는 임직원들은 ‘두 배’로 행복하다. 주식을 살 때나 무상으로 받은 시점보다는 주가가 크게 올라 차익을 많이 올린데다 원화환율이 두 배 이상 올랐기 때문에 주식을 팔아 원화로 바꿀 경우 ‘목돈’을 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식팔아 3천만원 목돈 생겨 한국듀폰의 생산직 근로자로 일하고 있는 K씨가 대표적인 예다. 그는 얼마전 그 동안 갖고 있던 미 듀폰 본사의 주식을 팔아 약 3천만원 가량의 목돈을 손에 쥐었다. 주식 수는 얼마 안 됐다. 작년 말 1주를 2주로 분할하는 주식분할 이전으로 치면 2백주에 불과했다. 91년과 95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백주씩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식분할 이후로 쳐도 4백주다. 그러나 그 동안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91년 당시 회사에서 주식을 받을 때는 20달러 정도였고 95년에는 30달러였다. 그러나 지금은 주가가 60달러 정도로 올라 대략 그 차액만도 1만5천 달러 정도였다. 게다가 지금은 환율도 크게 올랐다. 달러당 1천8백원으로 계산하면 대략 3천만원에 가까운 돈이다. 물론 그는 듀폰 근로자들 가운데서도 많이 받은 경우다. 다른 동료들은 1년 동안 보유해야 한다는 조건만 채우고 대개 팔았다. 주가도 그리 오르지 않은 데다 환율이 지금 같지 않아 ‘목돈’은 아니었다. 그러나 K씨는 도통 주식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 다행(?)이었다. 환율이 급등한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었다. 그 동안 받은 주식을 거들떠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식을 살 때 자기 돈 한 푼 들지도 않았다. 말 그대로 옵션(option)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시가로 듀폰 주식 1백주를 살 권리가 주어진다. 현금이 들어가지 않아 무현금 행사방식이라고 불린다. 이때는 배당이 없다. 주가차익만 있을 뿐이다. 물론 현금 행사방식도 있다. 희망하는 임직원들은 당시 주가와 환율에 따라 원화를 내면 한국듀폰은 이를 모아 달러로 바꿔 정해진 미국의 주간사 증권사에 납입하고 주식은 개인별로 나온다. 이때는 배당금도 받을 수 있다. 매입권리를 행사하면 1년 동안 의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종업원의 주주화’라는 스톡옵션의 취지 그대로 종업원이 ‘내 회사’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해서다. 이 권리의 행사기간은 그후 10년 이내다. 매각할 때는 자신이 지정한 날짜의 시가로 계산된다. 듀폰의 이 제도는 우리 식으로 치면 성과급이다. 회사 실적이 좋으면 돈이 아니라 주식으로 준다는 점 그리고 주식으로 주더라도 옵션방식으로 준다는 것이 우리와 다른 점이다. 91년과 95년 주식을 두 번 준 것도 그 전 해의 듀폰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듀폰 직원들은 지난해 듀폰의 장사가 워낙 잘됐기 때문에 올해도 주식이 1백주씩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게다가 듀폰은 임원이나 직원 구분없이 그리고 임직원 개개인의 업적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1백주씩 모두에게 지급한다. 회사 성적은 물론 한국듀폰의 업무실적이 아니다. 한국 현지법인 대부분이 그렇듯 한국듀폰의 장사 파트너도 거의 모두 우리나라와 동남아시장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물론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주고객 3개국이 작년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는 등 경제상황이 극도로 악화됐기 때문에 매출이 격감했다. 게다가 원자재는 전부 미국 본사에서 받는 것이라 환율급등이 고스란히 한국듀폰의 부담으로 작용했다. 팔면 팔수록 손해라 작년 말부터 가동을 중단한 라인도 많다. 그러나 다국적 기업인 듀폰의 전세계적 업무실적이 좋으면 그 혜택은 세계의 듀폰 종업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성과급은 주식으로 이처럼 글로벌한 차원에서 주식으로 성과급을 주는 외국기업들이 많다. 미 HP의 자회사인 한국HP, 모토로라 코리아 등이 그런 기업들이다. HP는 회사 실적이 좋으면 모든 임직원들에게 일률적으로 주식을 주는 듀폰과는 달리 전년도 성적이 우수한 임직원에게만 주식을 무상만로 준다. 전적으로 성적에 비례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권리를 주는 지는 개인마다 다르다. 다만 이들 우수사원을 계속 회사에 ‘묶어놓기’ 위해 한꺼번에 주식을 주는 것이 아니라 4년에 걸쳐 나눠 준다. 가령 한 사원이 1백주의 주식을 받는다면 매년 25주씩 나눠 받는 것이다. HP는 또 실적과는 관계없이 모든 사원들이 시가보다 싼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는 제도를 만들어놓고 있다. 월급의 일정 범위 내에서 주식을 사면 그 주식수의 절반 정도를 회사가 더 얹어 주는 것이다. 전세계의 HP 임직원들에게 다 해당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임직원 개인의 자율적인 판단에 맡기기 때문에 보유주식수는 모두 다르다. 그러나 HP의 주가는 최근 몇년 새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어 대부분의 사원들이 다 보유하고 있다. 가령 96년 말 1주를 2주로 분할할 당시 주가는 55달러였는데 이것이 지난해 다시 주식수 분할 당시 1백20달러로 올랐다. 분할 후 1주당 가격은 60달러로 변했는데 이것이 요즘은 70달러 가까이까지 왔다고 한다. 일부 직원 중에는 지난번 환율이 2천원까지 올라갔을 때 주식을 팔아 차액을 상당히 남긴 사람도 있다. 모토로라의 한국자회사 중 하나인 모토로라 반도체통신이라는 판매법인은 2월부터 성과급으로 미 모토로라 본사의 주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종래는 임직원 개인의 실적과 관계없이 모토로라의 전세계적 영업실적이 좋으면 현금으로 성과급을 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절반은 현금으로, 나머지 50%는 주식으로 주기로 했다. 또 조만간 일정 범위 내에서 주식을 살 수 있게 되는 제도도 도입될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코리아는 임원들에게만 미 본사의 주식을 옵션 형태로 주고 있을 뿐 성과급으로 주지는 않는다. 다만 HP처럼 사원들이 월급의 일정 범위 내에서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제도가 마련돼 있어 그 동안 주식을 조금씩 사 모았던 임직원들은 상당한 돈을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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