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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1이냐 082냐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081이냐 082냐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이제부터 시작이다.’ OK목장의 결투를 벌인 총잡이들은 승부를 내지 못하고 “싸움은 지금부터”라면서 정신무장을 다시 하고 있다. 한 달간 벌어진 치열한 영토확보 전쟁이 끝났지만 우열을 가리지 못하자 앞으로는 각자 ‘맨투맨’식으로 땅을 넓혀 가겠다는 자세다. 웬 개척시대의 서부영화냐고 물으면 오해다.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도입을 앞두고 10월 한 달간 한국통신과 데이콤이 펼친 고객확보 경쟁의 판세가 그렇다는 얘기다. 지난 11월1일부터 시외전화 사전선택제가 실시돼 전국의 2천만 전화가입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시외전화 사업자를 한 곳씩 정해서 이용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0월31일 정보통신연구원과 시외전화 3사(한국통신·데이콤·온세통신)로 구성된 사전선택제추진위원회는 가입자들의 선택의견 접수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2천만 전화가입자 중 1백70만7천1백55가입자가 데이콤을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한국통신 가입자. 온세통신은 아직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아 이번 대상에서 제외됐다.

1백70만명이 데이콤 선택 추진위원회는 한 달간 데이콤고객으로 분리된 2백21만가입자 중 주소불명인 8만명을 뺀 2백4만가입자를 대상으로 우편조회를 실시했다. 그 결과 5만은 가입해지됐고 32만명이 한국통신을 선택해 데이콤 가입자는 1백67만명이 됐다. 여기에 기존에 한국통신 고객 중 데이콤을 선택할 사람을 위해 설치한 콜센터를 통해 3만여 가입자가 데이콤쪽으로 돌아섰다. 그래서 1백70만여명이 최종적으로 데이콤 가입자가 된 것이다. 이 수치는 가입자 기준으로 8.5%이고, 매출액 기준으로는 11% 정도에 해당한다. 사전선택제 이전에 데이콤의 매출액 기준 시장점유율이 8% 안팎에 머무른 것과 비교하면 데이콤의 점유율은 분명 높아졌다. 하지만 당초 1백90만명 가입을 목표로 했던 데이콤으로서는 목표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때문에 승자도 패자도 없는 승부가 됐다는 얘기다. 사전선택제가 실시되면서 나타나는 표면적인 변화는 데이콤 사용자들도 식별번호(082)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 가입자의 전화번호와 선택한 회사의 식별번호가 전화국 교환기에 입력돼 있어 시외전화이용자는 식별번호를 누를 필요없이 지역번호와 전화번호만 누르면 된다. 기존에 한국통신 시외전화를 이용하던 전화가입자는 차이가 없다. 그렇다면 왜 시외전화사전선택제를 실시한 것일까. 이에 대해 정보통신부는 ‘사업자간의 공정경쟁 여건조성과 이용자들의 편익증대를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96년 데이콤이 시외전화사업을 시작하면서 경쟁체제가 도입됐다. 당시 정보통신부는 제2사업자가 생긴 만큼 기존사업자였던 한국통신에 081, 데이콤에 082라는 식별번호를 부여했다. 하지만 식별번호를 추가로 누르는 것은 이용자들에게 불편이 되기 때문에 97년 하반기부터 사전선택제를 시행키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사전선택제 시행전까지 한국통신에 한해 식별번호 사용을 유보시켰다. 대신 식별번호를 눌러야 하는 데이콤서비스의 경우 한국통신보다 요금을 낮게 책정할 수 있게 됐다. 때문에 두 회사간에는 식별번호와 요금측면에서 조건이 달라 사사건건 말썽이 생기면서 갈등의 골만 깊어졌다. 하지만 이제 식별번호 불평등은 해결됐고 내년부터는 양사의 시외전화요금 결정도 정부 눈치 안 보고 자율적으로 할 수 있게 돼 본격적인 경쟁시대가 열린 셈이다. 이 경쟁은 결국 요금인하와 부가서비스확대 등을 통해 나타나게 돼 가입자들은 싼 요금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내년부터 요금도 자율 경쟁 이미 지난 8월 두 회사는 요금을 한 차례씩 인하(한국통신 평균 9.3%, 데이콤 평균 4.9%)했다. 요금인하는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라 가입자들은 즐겁기만 하다. 여기에 각 사의 개별가입자확보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전화이용자들은 오랜만에 ‘고객은 왕’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한국통신은 이미 ‘평생가족’캠페인을 통해 대형 기업고객들을 중심으로 유치전에 나섰다. 시외전화는 물론 다른 전화서비스를 이용할 때 요금혜택을 주기도 한다. 특히 월통화량이 많은 가입자에게는 요금을 10∼30%가량 할인해 주고 자주 통화하는 상대방 번호나 지역을 지정, 통화료를 깎아주는 등의 선택요금제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전략을 통해 한국통신은 데이콤의 시장점유율(매출액 기준)을 사전선택제 이전의 10% 미만으로 끌어 내린다는 각오다. 이에 맞서 데이콤은 현재 한국통신에 비해 요금이 평균 4.9%싸다는 점을 부각시켜 알뜰 이용자들을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선택요금제도를 도입, 한국통신의 공세에 맞불을 놓는다는 방침이다. 이 결과 데이콤은 시장점유율을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콤의 시외전화 신호가 한국통신에 비해 3초 정도 길다는 문제는 당분간 해결이 어려워 데이콤으로서는 조금 불리한 상황이다. 데이콤 시외전화는 발신자전화→한국통신 시내교환기→한국통신 시외교환기(발신측)→데이콤 시외교환기(발신측)→데이콤 시외교환기(수신측)→한국통신 시외교환기(수신측)→한국통신 시내교환기→받는 사람 전화의 순서를 거친다. 한국통신의 회선을 빌려 사용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99년께 3사업자인 온세통신이 서비스를 시작하면 시외전화시장은 3파전이 된다. 이때가 되면 3명의 총잡이들이 신(新)OK목장에서 결투를 벌이게 돼 시외전화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때문에 두 회사는 온세통신이 들어오기 전에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가입자확보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외전화 사전선택제 희망하면 언제든 업체 바꿀 수 있어 시외전화사전선택제가 실시됐지만 가입자들은 아직도 바뀐 시외전화이용법에 익숙지 않다. 시외전화를 쓸 때는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아도 된다는 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는데 기존 한국통신 이용자들에게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도대체 뭐가 바뀐 것일까. 우선 한 번 업체를 선택했다고 해서 다른 업체의 전화를 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사전선택업체를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한국통신 전화국(국번-0000) 또는 데이콤(082-100)으로 전화해 업체를 변경할 수 있다. 가입자변경은 한 달 주기로 이루어진다. 예를 들어 한국통신가입자가 이달 25일쯤 데이콤으로 변경신청했다 하더라도 이달 말까지는 한국통신을 쓰게 되고 다음달부터 데이콤 가입자로 바뀌는 것이다. 가입자들의 잦은 변경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선택회사 변경시에는 한 번에 80원 가량의 등록비를 내야 한다. 그러나 내년 2월15일까지는 1회에 한해 무료로 변경해 준다. 사전선택업체를 바꾸지 않고 현 상태에서 상대방 업체의 시외전화도 이용할 수 있다. 이때는 상대방 시외전화회사의 식별번호를 먼저 누르고 이용하면 된다. 주의할 점은 이 경우 지역번호의 첫 머리에 있는 ‘0’자를 뺀 뒤 ‘지역번호+전화번호’의 순서로 입력해야 한다는 것. 사전선택한 회사의 시외전화를 이용할 때는 식별번호를 누르지 않고 ‘0’을 포함한 지역번호를 다 눌러야 한다는 점과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데이콤 가입자가 한국통신 시외전화를 이용해 부산(051-123-4567)에 전화한다고 하자. 먼저 한국통신 식별번호 081을 누르고 이어 51-123-4567을 눌러야 한다. 지역번호 앞머리의 ‘0’자를 빼지 않고 051을 누르면 상대방과 연결되지 않고 “전화가 잘못 걸렸다”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한국통신가입자가 데이콤 시외전화를 이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다만 데이콤 식별번호 082를 누르는 게 차이점이다. 이는 식별번호 앞의 ‘0’자가 시외지역번호 앞에 붙는 통신망식별번호인 ‘0’자의 기능을 하기 때문에 교환기가 신호를 못 읽는 착오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편 기존에 데이콤 시외전화를 이용할 때 082를 누르지 않고 자동으로 송출해 주는 장치였던 회선자동선택장치(ACR)가 설치된 전화기를 이용하면 시외전화통화가 안 된다. 때문에 ACR를 철거하든지 전화기 옆에 있는 ACR선택스위치를 ‘OFF’로 조정해야 한다. 신규로 전화가입하는 사람들도 시외전화사업자를 반드시 선택해야 하며 자신이 어느 회사를 선택했는지 모르는 사람은 한국통신(각 국번-0000)과 데이콤(082-100)에 전화해 확인할 수 있다. <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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